2024년 새해 다짐으로 하루 한 끼는 내 손으로 해 먹자며 SNS도 함께 시작했습니다.
우당탕탕 뚝딱 거리며 만든 음식을 하나씩 찍어 올리다 보니 요리인 친구들도 좀 생겼습니다.
어떤 날은 생각보다 요리가 잘 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영 아니기도 합니다.
특히나 우리 집의 제일 미식가인 딸아이가 도리도리라도 하는 날은 기분이 아주 다운됩니다.
때려치우고 싶다가도 아직은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이 요리입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크림파스타를 야심 차게 만든 날이었습니다.
실은 크림소스를 만들며 무언가 맛이 부족해 이것저것 넣다 보니 짬뽕이 되어 불안 불안했지만 결국 아이가 한입 먹더니 배부르다며 먹지 않겠다는 겁니다.
(아이가 먹기 싫을 때는 맵다고 하거나 배부르다고 합니다ㅎㅎ)
너무 꾸덕하고 느끼한 맛이 났던 크림파스타
레시피대로 했는데 왜 이상한 결과물이 나온 것인지, 그 레시피를 올려준 누군가에게 갑자기 분이 납니다.
그 사람은 본인의 시간을 내어 정성스레 자신의 레시피를 소개한 것뿐인데 이게 무슨 자다가 날벼락일까요. 그래도 제 똥손을 탓해야만 하기에는 무언가 억울합니다.
그때부터 저의 레시피 찾기 여정이 시작됩니다.
우선 유명 요리 인플루언서들을 찾아봅니다.
그중 너무 짜거나 달거나 손이 많이 가는 레시피는 1차적으로 걸러냅니다.
레시피는 하나만 참고하지 않고 두세 개 정도를 확인하며 크로스체크 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전과 또 달라진 점은 레시피를 참고할 때는 글로만 보지 않고 영상을 함께 봅니다.
저는 영상과 친한 인간이 아닌지라 아직도 유튜브를 즐겨 보지 않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정보를 습득할 때 글이 친숙한 아날로그형 인간이지요.
그래서 요리도 글로 읽고 따라 하고는 했는데요.
지나고 보니 이것은 마치 "책으로 연애를 배웠어요"와 같은 느낌이었던 것입니다.
사실 레시피대로 따라 했다고는 하지만 계량을 제대로 못했을 수도 있고 저도 모르는 새 순서를 바꾸거나 빼먹은 게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해보는 요리는 가능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만들어봅니다.
계량은 미리 해두고 식재료들은 냉장고에서 꺼내 찬기운을 날려줍니다.
레시피는 여러 번 정독해도 모자람 없습니다.
요리가 막상 시작되면 물이 끓어 넘치거나 프라이팬의 재료들이 금방 타버리는 등 생각지 못했던 돌발상황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머리가 금세 하얘지기 때문이죠. 그럼 전 어느새 레시피를 리셋해 버리고 손 가는 대로 막 요리를 해버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요리의 순서도 꽤나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소금과 설탕 간을 할 때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와 같은 것 말입니다.
정답은 바로 설탕 간이 먼저입니다.
이유는 설탕이 소금보다 입자가 크기 때문에 소금 간을 먼저 하면 나중에 설탕 간을 할 때 간이 제대로 베이지 않을 수 있다고 합니다.
와 이쯤 되면 요리가 과학의 영역을 넘나드는 순간입니다.
어떤 유명 인플루언서분이 3번 이상, 교과서 보는 것보다 더 꼼꼼하게 보라고 호통 아닌 호통을 치셨는데 조금 뜨끔했습니다. 똥손 요알못이면서 그저 쓱 보고 따라 했던 제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했습니다.
그분은 아마 저 같은 아마추어 중의 아마추어들이 레시피 보고 따라 했는데 맛이 없다며 징징거리는 푸념을 많이 들어오지 않았을까 합니다.
레시피를 찾는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어느 날은 평생의 레시피를 찾았다며 기분이 날아갈듯한 날도 있을 것이고 어떤 날은 애꿎은 레시피 주인을 탓하는 날도 있겠죠.
매일 그렇게 레시피를 찾고 요리를 하면서 조금씩 실력을 쌓아가다 보면 저의 요리실력도 조금은 올라가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