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맥가이버'

리처드 딘 앤더슨

by JIPPIL HAN

"빠빠빠빠빠빠밥빠~ 빠밥빠~ 빠빠빠밥빠바바 빠 빠 빠~"


토요일 저녁 7시. 우리를 부르는 마법 주문과도 같은 음악.

식구들이 다 같이 입으로 '빠빠빠'를 따라 하며 TV 앞에 쪼르르 앉는다.


오늘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내 최애 외화시리즈 '맥가이버' 하는 날.

식구들 모두 저녁을 후다닥 먹어치우고 엄마도 설거지를 서두르신다.


영화와 드라마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심지어 아무 때나 볼 수 있게 된 지금과는 달리,

그 시절 우리에게 맥가이버 같은 외화시리즈는 지루한 주말시간에 한줄기 오아시스와도 같은 존재였다.


맥가이버의 인기는 어마어마했다.

방송국 집계에 따르면 1989년도 맥가이버의 최고 시청률이 45%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또한 당시 동네 꼬마 녀석들이 죄다 맥가이버의 머리를 따라 하고 다녔으며,


손재주가 뛰어난 사람에게 ‘맥가이버’라는 별명을 붙었고,


스위스 다목적 군용 칼이 ‘맥가이버 칼’이라 부르게 된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맥가이버가 빨리 위기에 처하기를 기다린다.

그래야 기상천외한 맥가이버의 위기탈출 시나리오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총알이 빗발치고, 문은 굳게 닫혀 있으며, 탈출구는 전혀 보이지 않는 그 순간.

보통의 히어로라면 총을 꺼내거나, 폭발을 일으켜 탈출하는 장면이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맥가이버는 다르다. 부러진 연필, 녹슨 못, 테이프와 같은 사소한 것들이 그의 손에 닿으면

곧바로 새로운 탈출의 도구가 다.


매회 위기 때마다 나오는 "할아버지는 늘 내게 말씀하셨지..로 시작하는 대사.

할아버지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가르침을 주고 가신 거야.


맥가이버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맥가이버 스토리가 주는 교훈과 관계가 있다.


첫째, 가장 좋은 무기는 창의력이다.

총이나 폭력이 아닌, 클립 하나 고무줄 하나로도 문제를 해결한다. 가장 훌륭한 도구는 내 머릿속 상상력이다.


둘째, 지금 당장 내가 가진 것에 집중한다.

위기상황 속에서도 조건이 완벽해지길 기다리지 않고 눈앞에 있는 자원으로 문제를 해결.


셋째, 폭력 대신 지혜를 사용한다.

그는 무기나 힘보다는 머리와 마음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평화적 해결책이 가장 강력한 방법.


넷째, 위기는 또 다른 기회.

막다른 길처럼 보여도 그 순간은 자신의 역량을 증명할 기회인 것이다.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본 지금,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도 사실은 드라마 속 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겉보기엔 길이 꽉꽉 막힌 것 같아도 차분히 들여다보면 언제나 답은 그 안에 숨겨져 있다.

막연하게 멀리서 찾으려 애쓰지 말고 현재 내가 가진 것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보자.

또한 실패나 좌절은 끝이 아니라, 내가 가진 능력을 시험하고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음에 주목해 본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맥가이버를 추억하며 오랜만에 '리처드 딘 엔더슨'을 검색해 보았다.


그 멋지고 날렵하던 맥가이버 님이 70세가 넘으니 이렇게나 후덕해지셨다.. 역시 나이엔 장사가 없구나.

이 또한 맥가이버가 주는 큰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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