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가족과 함께 떠났던 홍콩 여행.
이튿날 아침 우리는 ‘차찬탱(茶餐廳)’(홍콩식 아침 식사 가게)인 '미도카페'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주윤발 님이 단골로 찾는 곳이라 하여 혹시라도 알현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은근한 기대를 품고 그의 발자취를 따라다녔다.
결국 그의 뒷모습조차 보지 못했지만,
윤발이 형님이 즐겨 먹는다는 프렌치토스트와 밀크티를 같은 자리에서 맛보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뿌듯했다.
홍콩에 간 이상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던 그분.
그 시절 우리가 너무 사랑했던 '주윤발'형님이시다.
우리 또래라면 그 당시 누구나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던 그는 1986년 영웅본색(英雄本色)으로 ‘대의(大義)와 의리’를 중시하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고, 80년대 후반에는 '영웅본색 2'와 '첩혈쌍웅' 등의 연이은 흥행으로 명실상부한 홍콩 누아르를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이쑤시개를 물고 코트를 휘날리며 쌍권총 쏘는 ‘마크’의 캐릭터는 팬들에게 ‘남성적 매력’의 마스코트가 되었다.
100달러 지폐로 담뱃불을 붙이는 장면, 화분에 권총을 숨기는 장면 등 수 없이 많은 영웅본색의 명장면들.
친구를 위해 총을 들고, 사랑을 위해 목숨을 던지던 그의 모습은 80년대 삶이 각박했던 청춘들에게 깊은 위로를 주며 우리 마음속에서는 누구보다도 친근한 ‘형님’ 그 자체였다.
1989년 피카디리 극장에서 상영했던 영화 <첩혈쌍웅>.
엄청난 흥행으로 장기간 상영되던 이 영화를 나는 용돈을 모아 N차 관람을 했다.
몇 번을 관람했음에도 불구하고 볼 때마다 눈이 퉁퉁 붓도록 울면서 극장을 나서곤 했다.
특히 마지막 장면.
시각장애인인 연인 ‘엽천문’을 위해 망막을 이식해주려 했던 윤발이 형이 결국 양쪽 눈에 총을 맞고,
두 사람은 이름만 부르며 서로를 스쳐 지나가야 했던 그 장면.
내 인생에서 본 가장 슬픈 엔딩 중 하나로 손꼽는 명장면이었다.
그때는 박진감 있는 총격전과 남자들의 의리에 심장이 뛰었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 다시 영화를 보니
화려한 액션보다 그의 눈빛에 깃든 쓸쓸함이 더 크게 다가온다. 왜 그 눈빛을 그때는 보지 못했을까?
자신의 전재산 8천억 기부를 공헌하며 나눔을 실천하고 누구보다 검소하게 살고 있는 소시민 '주윤발'.
지하철을 즐겨 타고 시장에서 직접 장을 보며 팬들에게 친절하기로 유명하고,
최근에는 사진작가로 변신해 전시회 수익금을 전액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있다고 한다.
당시에 오우삼 감독이 영웅본색에 주윤발을 캐스팅하게 된 비하인드가 유명하다.
영웅본색의 주인공 마크역을 물색하던 중 지역신문에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주윤발의 기사를 보고 그를 만나보았고, 따뜻한 마음씨와 시대를 거르는 의협심을 보고 캐스팅을 결정했다고 한다.
멋진 겉모습만큼이나 내면도 꽉 차 있는 윤발이 형.
세월이 흘러도, 윤발이 형은 여전히 우리의 영웅이다.
화려한 영화 속 캐릭터뿐 아니라, 검소하고 따뜻한 사람으로서의 삶까지 완벽하다.
그 시절 우리가 너무나 사랑했던 홍콩 국민배우 주윤발.
오늘 나는 <영웅본색>의 주제가 ‘당년정(當年情)’을 들으며 그 시절의 그 추억 속으로 돌아가본다.
아래를 클릭하시면 장국영이 부른 '당년정'의 뮤직비디오를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