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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채용박람회에서 저는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내가 채용 담당자라면 당신을 뽑지 않을 것 같다.”
지금도 그 말을 들었던 회사의 이름을 기억합니다. 그 순간이 생각보다 오래 남았기 때문입니다.
거절당할 각오를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누군가는 거절이 두려워 취업 준비를 시작하지 못하기도 하고, 불합리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이직을 망설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곳에서도 또다시 거절당할까 봐 두렵기 때문입니다.
이런 마음은 취업 시장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관계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어느 날 누군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먼저 연락하고 싶은데, 혹시 거절당할까 봐 망설여져요.”
그 말을 듣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 중에는 단순히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거절에 대한 두려움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래전 기억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2014년, 스물셋이던 저는 물류산업채용박람회를 방문했습니다. 군대를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이력서에 채울 만한 경험도 거의 없던 시기였습니다. 그래도 채용 시장의 분위기가 궁금해 급하게 이력서를 만들어 들고 갔습니다.
사실 그 자리에서 채용될 것이라는 기대는 없었습니다. 그저 채용 시장의 분위기가 어떤지, 기업들은 어떤 역량을 원하는지 궁금했을 뿐입니다.
여러 부스를 돌아다니다가 한 외국계 물류회사 부스 앞에 멈춰 섰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이력서를 꺼냈습니다.
담당자는 현재 채용을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래도 제 이력서를 한번 봐주실 수 있을까요?”
담당자는 잠시 이력서를 훑어보더니 첫마디를 이렇게 했습니다.
“내가 채용 담당자라면 당신을 뽑지 않을 것 같다.”
어학도 없고 활동 경험도 없는 이력서였습니다. 냉정하지만 솔직한 평가였습니다.
당시의 저는 아직 취업 준비와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겉으로는 크게 개의치 않는 것처럼 넘어갔습니다. 그저 마음 한편에 약간의 찝찝함이 남았던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은 생각보다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지금도 그 채용박람회 부스에 있던 회사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입니다. 아마 저는 그때 생각보다 더 큰 거절을 경험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 2017년, 저는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그때 약 140곳에 입사 지원을 했습니다.
서류에 합격해도 인적성검사에서 탈락했고, 인적성을 통과해도 면접에서 탈락했습니다. 어떤 곳은 면접까지 마쳤는데도 채용 포지션이 조용히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지원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학교에서는 “적당한 중소기업이라도 빨리 취업하는 게 좋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부모님께서도 “집 근처에서 취업해 보는 건 어떻겠냐”는 말씀을 조심스럽게 꺼내시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걱정에서 나온 말이었겠지만, 당시의 저에게는 그 말들이 꽤 무겁게 들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럴수록 저는 더 열심히 이력서를 다듬었습니다.
어쩌면 그때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그것뿐이었기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불합격만큼이나 괴로웠던 것은 아무런 소식도 없는 탈락이었습니다. 마치 애초에 저에게는 관심조차 없었던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스스로 기준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2주 동안 연락이 없으면 불합격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계속 지원서를 보냈습니다.
세 번째, 지금의 회사로 이직할 때도 다시 100여 곳에 지원서를 냈습니다. 이직은 한 번 해봤으니 조금은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다시 지원서를 쓰고 면접을 보면서 느낀 것은 여전히 거절은 쉽지 않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유럽에서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에 빠른 입사를 원하는 기업에서는 해외 거주라는 이유만으로 불합격 통보를 받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시차 덕분에 근무 시간과 겹치지 않게 원격 인터뷰를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코로나 시기였기 때문에 더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취업과 이직의 과정은 결국 수많은 거절을 통과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불합격이라는 거절을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철학자 악셀 호네트는 그의 저서 『인정 투쟁』에서 인간의 자아는 타인의 인정 속에서 형성된다고 말합니다. 인정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며, 인정의 결핍—즉 거절은 우리의 자아를 위협하는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거절 앞에서 쉽게 흔들립니다.
돌이켜 보면 저에게도 그런 겨울 같은 시기가 있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께도 비슷한 시간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가 겨울의 찬바람을 견디고 결국 봄에 새싹을 틔우듯,
지금 거절에 지쳐 있는 여러분의 가지에도 언젠가는 새로운 잎이 돋아나는 계절이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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