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이야기
- 저는 문화관련한 행사 및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대행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는 대행사이지만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도 있어서 대행사이기도 하고 프로그램기획하는 회사이기도 해요.
클라이언트는 공공기관이고, 주로 정부사업을 맡아서 진행하는 편이에요.
문화 및 행사 프로그램이 있을 경우 사업을 입찰받아 진행하는데 프로그램 기획부터 운영, 디자인까지 전부 다 하는 회사이고 저는 그중 기획과 운영파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곳에 입사한 게 2018년이니까 6년 차가 되었고요. 저희 회사는 중소기업으로 전체적으로 따지면 현재 10개 사업정도를 운영하는데, 제가 맡은 건 그중 4개입니다. 제 업무는 굳이 따지자면 기획 자체보다는 실무 쪽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있는데 2개는 전담으로 2개는 서브로 진행 중입니다.
- 처음부터 딱 이쪽을 염두에 둔 것 아니었어요. 관심을 둔 분야의 일을 시작으로 관련성이 있는 업무에서 넘어 넘어온 것 같습니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며 다녔던 곳은 콜센터였어요.
생활을 위한 선택이었는데 다니면서 점점 평생 그 일을 하면서 살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막연히, 아주 막연히 전시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미술을 좋아했고 전시장 가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해서 하게 되었던 일은 미술관에서 작품관리를 하는 것이었어요. 대형 언론사에서 기획한 장기전시로 국립 미술관에서 운영이 되었는데 작품관리를 하다가 안내데스크로 옮겨가고 그렇게 전시에 대한 업무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게 제게 참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학예사를 취득해서 전시기획을 하고 싶었는데, 2-3년간 그곳에서 일을 직접 해보면서 흥미가 떨어지더라고요 ㅎ 막연하게 생각했던 전시기획과 현장에서 보고 듣는 전시기획은 큰 차이가 있었거든요. 작가를 섭외하고 전시전체를 컨트롤하고 조율하는 일들이 제 성격상 어려운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름의 안정감을 느끼고 다닐 무렵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이직을 결심했는데요. 중간에 잠깐 중소기업체 관련 행사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는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그런데 6개월 만에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램 기획보다는 다른 활동들이 많았고, 내부 주요 인물들의 문제도 있었거든요.
그러다 이 회사에 오게 되었습니다.
6개월간 고된 경험을 하고 나니 프로그램 운영을 하더라도 문화관련한 일을 하는 회사를 찾아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면접을 보며 회사에서 실제로 어떤 것들을 운영하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신중하게 결정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6년 차가 되었네요 ^^
- 우선은 출근하자마자 하는 일이 메일을 체크하는 거예요.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 관련 메일을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러고 나서는... 한 마디로 변화무쌍입니다. 제가 이 일을 한 지 만 5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루틴이 없어요. 그날의 이슈가 생기고, 그것들을 처리하고 시일 내에 일들을 마무리하고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뿐이니다. 동료들끼리 자주 하는 이야기가 “어 벌써 점심시간이야? 엇! 벌써 퇴근시간이야?”입니다. 눈코 뜰 새 없이 하루가 지나가요.
행사가 몰려있는 시즌에 새벽까지 일하는 건 다반사이고요. 어제도 새벽 1시까지 일을 하고 퇴근을 했습니다. 오늘 원래 쉬는 날이었는데 다른 사업의 운영을 대신 맡아 줄 일이 있어 오후에도 또 일을 가야 합니다.
- 딱 그것을 염두에 두고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엇을 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관련성이 있는 일들을 계속해가며 쌓았던 것 같아요. 정확하게 매치되는 업무가 아니더라도 쓰이는 부분들이 다 있더라고요. 문서작성이라던가, 사람들을 대하는 것 등등이요.
- 관심이요.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많이 보고 트렌드에 관심을 두고 찾아보는 걸 계속하고 있어요. ‘요새 이런 게 인기가 있다 ‘라고 하면 회의 때 제안하고 응용을 하기도 하고요. 그런 식으로 트렌드와 디자인이 같이 가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많이 보고 알고 있는 것이 업무에 도움이 많이 되죠.
그리고 이 일이 겉보기보다 체력을 많이 요구합니다. 행사는 진행되어야 하거든요.
철야업무를 할 수도 있고, 평상시에는 9시 출근 6시 퇴근이 가능하다가도 주말까지 모두 반납하고 몰아서 쉬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이 몰리면 하고 쉴 수 있을 때 쉰다를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 기획자가 기획만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거요. 저도 처음에는 현장에서 운영을 지원하고 관리하는 역할들을 했고요. 결국에 기획자는 그 모든 과정에 함께 있는 사람입니다. 운영을 하며 누군가에게 맡길 수는 있지만 전체 기획 의도대로 진행이 되고 있는지 수정할 부분은 없는지 계속 확인을 하면서 운영을 해 나가야 해요. 사업을 마무리한 후에는 결과 보고도 해야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처음 시작단계뿐만 아니라 마무리까지도 하는 것이 기획자라고 생각합니다.
-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저희 회사에 같이 일하는 분들도 전공이 다양해요. 저도 식품영양학을 전공했고 미용하시다가 오신 분도 있고요. 영어를 전공하고 음악을 전공하다가 이 일을 하시는 분도 있고요. 본인이 가진 걸 활용하면서 하시는 분도 있어요. 놀랍게도 저 또한 제 전공을 살릴 기회가 있었어요^^ 프로그램은 무궁무진하니까요. 회사의 규모와 특성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회사에서 용인해 주는 정도에 따라 충분히 배우면서 하실 수 있어요.
이런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는 대행사가 생각보다 많은데 중소단위의 기업이기 때문에 드러나있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들어가서 보면 더 보이기 때문에 관심이 있다면 우선 해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때에 중요한 건 하겠다는 마인드겠죠. ‘ 왜 이런 걸 시키지? 퇴근해야 하는데 왜?’ 이런 물음이 있는 게 아니라 팀 단위의 일을 이해하고 함께 할 수 있어야 해요. 실제로 저희도 면접을 볼 때 저런 부분을 꽤 염두에 두고 있어요.
- 한 마디로 말하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바쁘다 ‘입니다^^ 이전에 서브 업무를 할 때에는 1년을 기준으로 하반기가 바빴어요. 전시, 교육, 행사등이 가을에 많았기 때문인데요.
지금은 실무자로 기획부터 모든 걸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제안을 넣는 초반부터 바쁘기 시작해요. 그리고 아까도 말했지만 끝까지- 하는 거죠. 사실 임금이나 이런 부분에서 많이 만족하는 건 아닙니다 (제 소속을 밝히지 말아 주세요 하하) 그러나 저의 이전 사회경험들이 있었기에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돈을 많이 주는 일은 그만 큰 또 다른 것을 요하기도 하고요. 현재 일하는 곳에서의 팀워크이나 대표님의 마인드, 업무역량을 키워주려는 분위기 등 좋은 다른 것들이 있기 때문에 다른 회사에서 고임금을 받을 기회를 찾아보는 대신 이곳에 있습니다. 저는 만족해요.
- 어제도 야근, 오늘도 주말근무를 함에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좋아서 한다는 말이 와닿았습니다.
‘ 나는 나의 일에서 무엇이 좋았나?’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됩니다.
모두가 같은 직업적 가치를 갖고 있지는 않겠지요.
돈이 될 수도 환경이 될 수도 사람이 될 수도 지위나 명예가 될 수도 혹은 의미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어느 것이 좋다 나쁘다를 규정할 순 없어요. 다만 각자에게 다른 것이겠죠.
다만 한번 생각해 보면 좋을 것은, 무엇이 중요하며 왜 중요한가를 알고 있는가입니다.
당신은 그 일을 왜 하십니까? 혹은 왜 하고 싶으십니까?
무엇이 당신에게 중요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