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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스트

세 번째 이야기


1. '플로리스트'로서 어떤 일을 얼마나 했나요?

- 지금의 꽃집을 사업자로 등록하고 운영한 건 2017년부터에요. 그러나 플로리스트로 활동을 한 건 그보다 몇 년 전부터에요. 정확한 년도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꽃집을 운영하기 전에 어림잡아 3-4년 정도는 회사를 다니면서 다양한 형태로 플로리스트를 일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플리마켓에서 캔들 등의 다른 소품과 함께 판매하기도 하고, 샵을 공유하여 함께 판매도 해보고요.


회사를 다닐 때에는 그런 마켓에 참여를 활발하게 했어요. 나중에는 직접 마켓을 운영하기도 했고요. 코로나 이전에 플리마켓이 점차 커지고 인기가 높아지던 시기가 있었거든요. 그때는 그 일로 한창 바빴네요 ^^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제 브랜드를 걸고 “꽃”만을 주종목으로 활동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결심해서 지금의 꽃집을 전업으로 뛰어들게 되었어요,




2. 지금 하는 일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 저는 그냥 꽃이 좋아요. 떠올려보니 학창 시절에도 어머니께 꽃꽂이를 배우고 싶어서 말씀드렸던 기억이 있어요. 존재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꽃이 조화를 이루며 달라지는 모습이 제게 큰 매력입니다.

무엇보다 꽃마다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가졌는데 보고 있으면 한참 지쳐있고 힘들다가도 힘이 나요.

제가 이런 말을 하니 수강생 중의 한 분은 제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천상 플로리스트네요’ 라고요 ^^




3. '플로리스트'로서 하루일과는?

- 밤에 꽃시장을 가지 않으면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꽃시장을 가요. 화훼시장마다 시간은 다르지만 그때 운영이 시작되기 때문에 신선하고 좋은 꽃을 가져오기 위해 일찍 움직입니다.

제 원칙이 ‘좋은 꽃을 드리자’ 에요. 가게에서 뿐만 아니라 꽃이 놓인 장소에서도 오랫동안 꽃을 볼 수 있도록이요. 아름다움과 감동 그대로 유지되도록 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발품을 팔아야 하기도 하고 가격이 높아져서 고민스럽기도 하지만 그 원칙은 꺾을 수가 없어요 ^^


그렇게 다녀오고 난 후에는 꽃을 다듬습니다. 가게 청소도 해야 하고요. 이전에 다듬어 놓은 꽃들의 물들도 갈아주고요. 화분의 경우에는 농장에 직접 방문해서 고르고 사 오고 옮겨 심어 주는 작업을 하고요. 이때 필요한 모든 부자재도 제가 직접 다 골라서 사야 하고요. 어떤 것이 어울릴지 디자인하고 머릿속으로 그려가면서요. 아이디어를 구상해요. 그러다 보면 하루가 훌쩍인데 주문이 들어오면 꽃을 만들고, 강의 준비도 하고 강의도 하고요.


전화나 다양한 채널로 들어온 주문과 문의사항에 답도 하고요. 그리고 배송 후 잘 받으셨는지 확인하고 홍보도 채널을 통해서 해야 하고요. 사진을 찍고 편집도 하고 글을 올려요. 1인 기업은 쉴 틈이 없이 움직입니다. 이동시간과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보통 하루에 12시간 이상은 일을 하는 것 같아요. 바쁠 때는 밤을 새기도 하고요. 얘기하면서 보니 정말 쉴틈이 없네요 ㅎ




4. '플로리스트'가 되기 위해 무엇을 했나요?

- 우선은 취미반부터 시작해서 고급반까지 전 과정을 다 배웠어요. 자격증도 당연히 취득을 했고요. 그런데 중요한 건 이걸 한 번에 하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하나를 배우고 바로 활용해 보고, 또 추가로 배우고 활용해 보고 이 과정을 계속했어요. 나라마다 꽃을 디자인하는 방법도 다르고 꽃에 대한 인식도 다르기에 여러 나라의 꽃들을 다루는 방법도 배웠어요.


예를 들면 일본이나 유럽국가에서는 한국처럼 꽃을 포장하지는 않아요. 이유가 있는데 그 나라에서는 꽃이 일상에 필요한 아이템이기 때문입니다. 특별한 날에만 선물하는 게 아니라 그저 거실 한편, 침실 한 편에 놓아두는 존재예요. 그래서 시장에 가도 꽃이 많이 있고요. 신문지나 비닐에 휙 말아 고등어 한 마리 손에 쥐어주듯 주는 거죠. 그래서 꽃 하고 더 친숙해요. 한국은 그보다는 좀 더 선물이자 특별한 의미를 담는 것이기 때문에 포장문화가 상대적으로 발전한 것 같아요. 워낙에 손기술이 좋기도 하지만요. 이외에도 식물을 키우고 가꾸는 방법도 배웠고요. 앞에 말한 것처럼 저는 한국에서 꽃을 다루는 사람이기에 포장을 잘하기 위해 포장법도 배웠습니다. 지금도 새로운 기술이나 눈에 띄는 것들이 있다면 배우고 있어요. 배움에는 끝이 없어요.




5. '플로리스트'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 체력이요. 무조건 체력입니다 ^^

플로리스트 창업반을 진행해 보면 처음에는 열심히 하시던 분들도 힘들어서 점점 사라지시는 걸 볼 수 있어요. 이 일은 아름다운 꽃을 다루는 일이지만 일 자체는 중노동을 방불케 합니다. 무거운 흙을 계속해서 나르고, 도자기로 된 화분의 무게도 만만치 않아요. 꽃과 물이 가득 담긴 병을 들어서 옮기고 세척하는 매일의 일상이 반복되는 일이에요. 꽃시장에 가서 꽃을 고르는 것도 일이지만 그것을 들고 다니고 옮겨오는 것도 플로리스트의 몫이죠. 모든 일에 체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라는 걸 기억하셔야 해요. 긴 인생을 살면서 좋은 사람만 왔다가는 것이 아니듯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꽃을 선물 받으셨는데 한참 뒤에 화분으로 바꿔달라시는 분도 있어요. 난감하죠 ^^ 몸과 마음의 체력을 단련하셔야 합니다.




6. '플로리스트'로서 예상외의 모습이 있다면?

-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강도 높은 노동의 일상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간혹 매체에서 보면 어여쁜 분이 어여쁜 꽃을 만지는 장면이 연출돼요. 물론 어여쁜 플로리스트도 계시겠지만, 그 장면은 일부분입니다. 백조도 수면에 떠 있기 위해 열심히 헤엄을 치듯 아름다운 한 송이 한 송이를 만들기 위한 작업이 반드시 필요해요.




7. '플로리스트'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꽃을 좋아한다면 하실 수 있어요. 그러나 계속 배워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꽃과 식물에도 트렌드가 있습니다. 다육식물이라고 선인장 등이 유행을 하기도 하고, 코로나로 인해 반려식물이 인기를 끌기도 하고요. 이벤트가 있는 시즌에는 그때마다 유행하는 스타일들의 꽃 디자인 등이 있기도 해요. 기초적인 것부터 시작해서 꾸준히 자신의 스타일을 찾고 변형하고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8. 마지막으로 당신의 현재는?

- 지금이 시즌으로만 보면 한참 성수기예요. 자영업을 하며 버티는 게 관건인 제게 이쯤은 한창 바쁘기도 예민하기도 한 시기예요. 그렇지만 판매와 강의를 동시에 진행하며 좀 더 확고해진 꿈이 있습니다.


꽃을 주제로 창업을 할 때부터 생각했던 건데 저는 강의를 좀 더 확장하고 싶어요. 원데이 클래스처럼 취미반부터 창업반, 국가에서 지원을 받아서 하는 과정까지 다양한 과정을 해보면서 더 많은 분들이 꽃에 대해 잘 알았으면 좋겠다는 꿈이 명확해졌어요.

특히 나라에서 지원을 받아서 할 수 있는 국비지원과정은 꽃이 좋지만 배우는 건 부담스러운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과정이라 더 의미가 있더라고요. 제 다음 목표는 그런 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고 더 많은 분들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9. 인터뷰이의 한마디

- 꽃이 살아있듯 살아 숨 쉬는 생명력이 느껴지는 플로리스트

아름답지만 작고 연약해 보이는 꽃을 만드는 손길 뒤에 강인함이 느껴졌다.

코로나의 암흑기를 거쳐 버터 낸 것만도 대단한 자영업자는 여전히 버티는 게 관건이라고 말한다.

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여전히 꿈꾸는 그녀를 위해 박수를 보낸다.

더 많은 이들이 꽃을 알고 배우는 길을 잘 만들어 나가기를,

그리하여 우리의 일상에 스며드는 꽃의 길을 만들기를.

이른바 “꽃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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