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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푸는사람 Jul 03. 2022

[스타트업 경험기] 4편 협업 툴 지옥

오늘은 협업 툴 지옥에 대해 얘기해보자.


일단 돈냄새가 안나는건 사전에 예상을 했던 부분이고 개선 해야 할 과제였다.

그래서 나는 이 팔지도 못할 프로덕트가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졌는지 궁금해졌다.

과정을 들여보면 이들의 판단 기준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던 NAS는 아무도 관리안하는 사내 클라우드 정도의 역할이었으니 뒤로하고

업무 히스토리는 협업툴을 통해 파악해보자였는데

이들도 어디서 권고 받은 컨플루언스, 지라, 슬렉을 사용중이었다.


맙소사! 여기도 너무 자유롭자나!!


관리가 안되고 있는게 한 눈에 보였다.


IT 직군의 회사에서 오래 일하다보면 벼래별 협업툴을 만나게 된다.

작업자들 대부분은 고통감내하듯 새로운 툴을 사용하기 위해 계정생성을 하고

익히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각자 제멋대로 사용하곤한다.


스타트업이다보니 당연히 OJT같은건 기대할수도 없다.

당장 업무는 긴급하고 시간은 촉박한데 작업에 할애할 시간도 부족한 마당에

협업툴을 파악하기 위한 시간에 쫓기다보면 작업자들은 이제 화가 나기 시작한다.


누군가가 이런 다양한 협업툴들에 업무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사용을 아무리 강요해도

일단 새로운 사용성을 학습하기 위한 시간을 버리거나, 이로 인한 업무가 늘어난다면

그 툴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러다보면 정작 기록되야할 중요한 이슈와 성과들이 점점 기록되지 않는다.

기록하고 처리할 시간조차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관리자의 유무가 정말 중요해지는데

대부분의 관리자들은 이런 이슈가 존재해도 사람이 클라우드가 되서 히스토리를 기억하던지,

아니면 작성하게끔 감시와 푸쉬를 한다. 

통제력은 이럴때 발휘해야만 하고 집단이 기능하기 위해서는 완전한 자율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론은 온갖 들어봄직한, 잘나가는 스타트업은 이런걸 쓴다더라 하는걸 도입했지만

사용하는 방식이 서투르고 본래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무쓸모에 짐덩어리에 불과했다.


여기도 그랬다.

Jira의 기록을 애써 뒤져봐도 work flow 추적이 안되고 버그처리 내역외에는 알만한 내용도 없었다.

그저 "나 이거 했음" 의 증빙기록 정도로 사용되고 있었다.

Slack은 불분명한 용도의 채널이 너무 많은데 활성화된 채널은 휴가보고와 미팅 공지 정도였다.

jira, Confluence 와 연동된 수많은 스팸성 챗까지 범람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숫자가 떠도 의미있게 보진 않을 정도였다.

Confluence 는 협업기능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 업무 자체가 한 사람의 오더로만 작동하기에 부서원들이 수정하거나 취합하거나 배포할 필요가 없다. 

Confluence가 이 모양인건 구성원들이 유연하게 일했던 회사가 아니라는걸 반증했다.

 Confluence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업무를 주도하는 직무에 있다. 문제는 리드급이라고 정해놓은 이들은 "꾸준히 관리"를 해야 의미가 있는건데 그들은 꾸준하지도 못했다. 의사결정력과 업무 주도력이 없는 사람들은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CEO는 이런 문제는 생각지도 못하고 본인은 멤버들이 잘 써줬으면 하는데 활용이 잘 안되서 아쉽다 라는 말을 하더랬다. 이게 멤버탓이 아니라구요! 당신때문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협업툴의 수많은 목차들이 일관성도 없고 구분 원칙도 없었다. 원하는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았고 시간이 소요됐다. 결국 작성한 사람만 아는 구조로 사용하고 있어서 협업자들에게 몹시 불편했다.

마치 기획서 한번도 써본적 없는 사람이 웹기획을 해서 카테고리부터 잘못된 웹사이트를 만든 느낌?

나중에 얘기하겠지만 이때의 느낌이 소름끼치게 모든걸 관통했다.


정말 다양한 업무관리툴을 사용해보니 툴툴 거리면서도 중요한 업무나 일정 파악은 가능했는데

이곳은 이런 좋은 툴을 쓰면서도 어떻게 쓰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

애초에 "업무"와 "업무프로세스"에 대한 개념이 없다보니 흐름을 기록하는 방법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이쯤되면 그만 "존중" 하고 팩트 몽둥이로 매우 치고 싶었다. 

아마 예전 같았으면 두드려패서라도 정상으로 돌리고 싶었을거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그걸 위한 최소한의 에너지조차 쓰고 싶어지지 않았다.


3년밖에 안된 스타트업에서 원년멤버에 대한 권위를 끊임없이 강요하는 이면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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