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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소낙비 Dec 29. 2021

똥을 싼다...

배설의 필요성과 즐거움, 고통

"야, 빨리나와 나온다. 으~~~"

"아참 이제 나간다고요..쪼으기는..."

이제는 더 이상 말할 힘도 없이 화장실 문 앞에서 거의 바지를 내리기 직전의 자세로 딸내미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순간은 절체절명이란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살아가면서 가장 힘든 순간임에 분명하다.

"그러게 화장실 두 개짜리로 옮기면 좀 좋아.. 매일이 전쟁이야.."

그렇다 우리 집은 아내와 딸 둘의 네 식구가 옹기종기 한집에 모여 나름 행복하게 사는 평범한 가정이다. 하지만 가끔 이렇듯 배설의 시간들끼리와 또는 세척의 시간이 겹치면 사달이 난다. 또 나름 미식이라고 주장은 하지만 그 먹는 양들 또한 미식이라고 치부하기엔 좀 많아서 섭식이 끝난 시점부터는 소화를 거쳐 배설의 시간이 다가올 때쯤 우리 식구 모두는 화장실의 효용과 바쁜 역할에 감사하게 된다.. 그렇다고 화장실 두 개로 역할을 분할하기엔 가장의 어깨가 무겁다.


사람들은 유사 이래 먹고, 마시고 움직이며 싸재끼는 이러한 기본적인 활동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많은 역사적 사실이 기본적으로 먹는 것을 찾고, 먹을 것을 기르고 저장해서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발버둥 치며 수천 년을 살아왔고 당연히 먹었으니 싸고 잠자는 활동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살았지만, 어느 순간 우리는 이런 기본적인 활동의 중요함 아니 감사함을 잃고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마음과 싸는 것이 얼마나 우리 삶에 먹는 것만큼 중요하는 것을 말해보고 싶다.


통즉불통 불통즉통 (通卽不痛 不通卽痛 통하면 아프지 않고 아프면 통하지 않는다)이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싸면 즉 몸의 순환계가 잘 돌아가면 만병이 사라진다는 말..생각보다 간단하지만 생각만큼 쉽지않은 삶의 기본적인 활동이다. 무엇이든 먹으면 소화시키고 필요한 부분이외 것을 배출함으로써 살아가는 단순한 생명의 기본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잊어버리고 다른 무언가에 열중하며 살아가다가 결국엔 삶의 기본이 뭔지를 위기가 다가왔을때 비로소 생각하고 깨닫게 되는 것이다.


나는 농업에 관련된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고, 많은 시간을 식물을 키워서 삶을 영위하는 바쁜 농부들과 함께하며 생명, 순환, 균형등을 공부하고 사색하고 정리하며 살아가는중 몇몇 하고 싶고 나누고 싶은 순간이 와서 이렇듯 글을 시작하게 되었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살아있다는 것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 순환하는 그 모든 것중에서 바쁜 현대인들이 오롯이 집중해야 하는 것들이 무엇이며,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수 년간 고민하고 현장에서 체득한 나름의 에피소드를 엮어볼 생각이다.


먹는 것만 단지 배설되는 것이 아니다.

생각하고 사유해서 내것으로 만들어진 여러가지 생각의 덩어리들도 일종의 소화단계를 거쳐, 배설의 순간을 기다린다. 알면 알수록 말하고 싶고, 정리하고 싶고, 연결해서 표현하고 싶은 지식의 배설은 가끔 소화도 제대로 되지않아서 설사처럼 더 힘들게 만들고 위험하게도 할 수 있어서 혼자 화장실에서 오롯이 냄새를 참아가며 끙끙거림과는 전혀 다른 일이지만 언제부턴가 글을 써야겠다는 욕구가 스물스물 올라오는 것을 간신히 참아가며 2022년의 계획으로 오늘 드디어 처음 똥을 싸본다.


인사가 어졌다. 하고싶은 말들이 글이라는 형식으로 잘이어질지 고민이긴 하지만 조금 더 매끄럽게 정리되어 독자들이 향기롭게 느껴지는 글들을 공유하고 싶고,

주로 농촌이야기, 농부의 삶을 중심으로 여러가지 살아가는 고민거리를 나누고 정리해보고 싶다.


요즘 농촌은 어렵다. 농업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어려운 돈벌이와 희망찬 귀농계획과 다른 고달픈 노동과 이기적인 관계성에 어려워 한다. 그래도 몇 년전부터 많은 젊은 세대들이 여전히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귀농을 하고 성공을 위해 노력하지만 본인도 십 몇년전 귀농도 해보고 실패도 해보면서 막연하게 희망만 가지고 도전하기에는 농촌이 자연친화적일거라는, 도시의 삭막함과는 정반대일거라는 생각만으로 극복불가능한 제도적, 물리적 한계등이 많다.

물론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삶이 팍팍하다. 여유가 없고 방황하고 병들어 간다. 자연으로 돌아가서 몸도 쉬고 마음도 쉬면 나을 것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아주 당연하다. 그래서 40~50대 남성의 많은 지지를 받는 "나는 자연인이다"의 윤택씨나 승윤씨를 통해서 만나는 많은 자연인의 삶에 부러움 반 질투 반으로 티비앞에 앉아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티비에 나와서 잠깐 맛난 것을 해먹고 산에 잠깐 야생의 수렵, 채취생활을 하는 것이 낭만적이게 보일진 몰라도 그렇게 몇 년, 몇 십년을 사는 것을 전혀 다른 이야기이듯 귀농을 체험하고 희망하는 것과 실제로 영농을 목적으로 매여서 살아가는 것은 천양지차임은 직접 겪어봐야 아는 것이다.


오늘의 글은 앞으로 우리나라 농촌, 농부 그리고 도시로의 순환체계에서의 나름의 생각과 희망사항등을 공유하고 고민하는 한편 여전히 삶의 어딘가에서 중요한 "먹고 싸는" 문제와 "고민하고 정리하는" 인문, 철학적 짧은 글들을 써보고 싶어서 브런치라는 공간에 고개를 기웃거려본다.


"여보..자기 이제 작가로 등단하는 거야?"

글을 쓴다고 끄적거리는 걸 본 마누라는 벌써 희망에 부푼건 아닌지 모른다.


젠장 괜한 짓을 벌린건 아닌지 몰라..어찌 되겠지..난 그냥 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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