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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소낙비 Jan 02. 2022

똥줄탄다...

기다림, 작가되다...부담감 팍팍

처음엔 그냥 아무생각없이,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글을 쓴다는 것을 쉽게 우습게 봤다.

며칠을 이리저리 알아보니, 브런치작가가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지난 5년동안 4만명 넘는 작가들이 다양한 글을 쏟아내고, 많은 글들이 출판되기도 한다는 것을 알고는 괜한 짓을 시작한 것은 아닌지, 나도 그렇게 열심히 하면 뭔가 글로써 이뤄낼 수도 있는 것인가하는 기대를 안고

며칠을 기다렸다. 그리고 첫째 딸래미가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과 함께 집에서의 호칭이 황작가로 바뀌었다. 미친다.


글을 올릴수 있게 되었다. 두번째 글을 쓰게 되었다. 하고싶은 많은 이야기들이 진짜로 남들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또 잘해보고 싶다.


집에서 난 유머돋는 진지충이자 친절빨 설명충이다.

마누라와 산책이라도 나가는 날이면 귀에서 피난다는 불평을 듣게 될정도로, 싸인 요청받은 박찬호선수의 지나친 친절 에피소드와 같이 뭔가 설명하려면 길이조절하기가 쉽지않다.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는 것이, 알아듣기 편하게 이야기해준다는 착각에 열변을 토하게 된다.


처음에 농업회사에 취직해서 온실이라는 생경한 곳에서 식물을 키우게 될때 내 인생이 이렇게 전개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지만 나름 기나긴 빈둥거림의 백수시절겸 취업준비시간을 보내다가 나에게 주어진 새로운 업무는 너무도 황홀한 몰입의 시간들이었다. 모든 것이 궁금하고 신기하고 또 심취해서 공부하고 노력했다. 농업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농업관련 서적들을 읽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지적 호기심에 밤새는지 모르는 시간을 보내고 농업선진국이랄 수 있는 네덜란드, 일본, 이스라엘등을 다니면서 많은 전문가들과의 대화와 우문현답의 시간속에 어렴풋이 농업을 이해하면서 주위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7년이라는 회사에서의 시간을 뒤로하고 귀농이라는 선택을 하게 되었다.


시원하게 말아드셨다. 생계유지가 어려웠다. 왜 내가 공판장에 열심히 출하하면 가격이 똥값인거야???

한번은 꽃농사가 너무 어려워 토마토로 작목전환을 한 적이 있었다. 젠장 난 적록색약이라 토마토가 익었는지 구분도 못하면서 토마토농사라니..게다가 그해 토마토가격은 십 몇년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바로 그 해였다. 웃긴건 내가 안하면 가격이 오른다. 머피의 법칙이다.

꽃을 열심히 재배해서 공판장에 출하하면 처음엔 새벽녁에 경매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폭락된 가격을 알려주는 친절함이라지만 매일매일 똥줄타는 느낌의 심한 압박감이란 안겪어본 사람은 상상하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지금도 많은 농부들이 가격의 변동속에 온갖 희노애락을 끼고 살아가고 있지만 한편으로 도시소비자들도 비싸진 농산물 가격에 선뜻 딸기 한바구니, 시금치 한단 사기가 망설여지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Everyone has a plan, unti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 by Mike Tyson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쳐맞기 전까지는" by 세상에서 펀치가 젤 쎈 놈

기대와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거창하게 나름 체계적이라는 착각속에 시작했지만 결국 우리는 대부분의 계획이 모래사장에 휩쓸려사라지는 모래성처럼 후루룩 내삶의 어딘가에 희석되어 버린다.

포기와 실망도 자주하다보면 면역이 생긴다. 처음엔 다 내잘못이고 내의지의 문제인것 같았던, 이제는 뭉개져버린 매해 1월 1일만 되면 매일 똑같이 떠올랐던 해를 보며 나름 강렬한 의지를 불태우며 시작하는 금연, 다이어트, 틀어진 관계의 회복같은 일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나말고 누군가 책임을 물어도 괜찮은 그 무엇에게 그누구에게 돌려버리고 말아버린다. 기나긴 시간속에 인간은 누구나 그런것이다.

귀농에 대한 나의 일방적 결정도 이렇듯 누군가의 잘못으로 잊혀져 지길바라고 있다. 마눌 미안해..ㅆ었어

강하게 한대 맞아보고 싶기는 하다. 타이슨에게 맞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아마 바로 꿱 디지거나 임사시험에 가까운 충격이리라. 강렬한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이 스위스계곡에서 쏟아지는 차가운 만년설녹은 물처럼 온몸에 퍼지며 장렬히 몸의 기능을 멈출거 같다. 

다양한 물리적, 정식적 충격에서 몸과 마음과 보호하려는 자연스러운 방어기작에 사람들은 나름의 합리적 선택을 해간다는 스스로의 위안삼아, 뒤엉켜져버린 복잡한 관계속에서 찬물에 샤워하듯 자신의 귓방망이를 때려가며 잠을 깨우고 정신을 차릴려고 하는 것이리라..아 쓰바 사는게 뭐이리 복잡하냐고요...머리아파 디진다.


그런거보면 우리 네식구는 다양한 핑계를 대며 병원에서 재보면 비만이거나 혹은 비만에 가까운 과체중임에도 우리 스스로는 진정으로 먹는 행복을 깨달은, 엄마가 해주는 따뜻한 집밥의 고마움을 나눌 줄 아는 예절바른 식구로서, 정상체중에서 아~~주 조금 벗어난 언제든 스스로의 의지로 이쯤의 살들은 언제든 쉽게 이별해낼 수 있다는 착각속에 오늘도 외친다.


"아빠,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아"

그렇다 나는 또 스마트폰속에서 뭘 시켜야하는지 고민해야하는 행복한 가장이다. 렛츠 게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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