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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소낙비 Jan 02. 2022

돈룩업

젠장...망했다.

일요일 저녁, 오전에 일찌감치 브런치에 써놓은 글 한편을 올리곤, 영화 한편 봐야지하고 와인도 따고 맥주도 홀짝거리면서 뚱뚱해졌지만 연기에 물이 오른 디카프리오 나오는 "돈룩업"을 봤다.


젠장..뭐가 이렇게 재미있지..

감독이 훌륭한거야..작가가 스크립트를 잘짠거야..연기가 훌륭한거야..도무지 정신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몰입해서 봤다. 왜냐하면 내가 하고싶었던 그많은 이야기를 이렇게 훌륭하게 재미나게 풀어놓은거야.. shit


제발..이 영화는 보지 말아주세요..

앞으로의 제가 하고싶었던 수많이 이야기보따리들이 따분해질지도 몰라요..아니 나만 알고 싶은 그 비밀스러웠던, 혼자 깨달았나 싶었던 자랑스러운 통찰을 이토록 통쾌하게 풀어낼줄이야..젠장 망했어..


그래 세상 새로운게 뭐 있겠어..알고보면 우린 돌고 도는 뭔가에 홀린듯 우리가 지금 집중해야 하는 너무 기본적이라 소중한 것들이 무언지도 모르고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를 불안하게 느끼고 이미 기억속에 주관적으로 남아있는 미련이란 것들속에서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세상속에서 질서를 원리를 안정을 찾고싶어 평생을 헤매이는 지도 모른다.


그래 차리리 잘되었어..난 가끔 이렇듯 해설사이고 싶어..남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설명충이라 욕들어 먹어도 내가 이해하고 있는 원리를 나만의 언어와 위트로 너무 심각하게 않지만 의미없지도 않게 "브런치"라는 플랫폼과 의미에 맞게 풀어보는거야. 나만의 템포를 가지고...


항상 고민하는 문제가 있다. 내 삶에서 중요한게 뭘까? 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는 누구인가?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은 무엇이고 어떤 원리로 움직이고 있나?

그런 관점에서 보면 난 참 어리석고 참 어리석다. 부질없고 참 부질없다. 하지만 내가 이해하는 여러가지의 관계들속에서 최대한 합리적으로 나의 존재와 방향을 설정해서 결국엔 편안해지고 싶은 것이다. 불안함을 떨치고 고통을 줄이고 행복하거나 즐겁진 않더라도 최소한 그냥 편안해지고 싶어서, 내가 불안해하고 있는 이유와 불안해하는 내 마음을 들여다 보니...아주 어렴풋이 느낌이 온다. 그렇다고 도를 닦거나 심각하게 심취해서 미치거나 남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똘아이가 되고 싶진 않다. 그냥 적절히 아주 적당히 편안해지고 싶은 생각뿐이다.


"인간아...욕심이 그렇게 없어서 참 좋겠다. 집 한칸 없어서 참 행복하겠다."

물론 가끔 아주 가끔 마누라랑 감정섞인 말다툼이라도 할 요량이라면 이렇게 지혼자 잘난척, 지혼자 고고한척 하는 나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팩폭한다. 희노애락이라는 감정은 이렇듯 상대적이고 예측불가능한 방향으로 우리의 삶을 이끌어가지만 여전히 감정의 증폭에서 벗어나는 길은 요원(遼遠)하다. 감정도 일종의 파동이며 입자이고 에너지로서 물리성의 원칙으로서 내가 가진 상식과 지식으로서는 도저히 풀어내기 어려운 정신세계의 영역이지만, 그 수많은 복잡한 세상속에서 가장 단순한 것들을 가장 소중한 것들을 찾아서 최소한 불안해 지지만 않는 믿을 만한 그 무엇이 있다면 난 그 길을 택하고 싶다. 그 길을 소개하고 싶다.


아침에 일어나면 일단 스트레칭을 해본다. 별거 없다.. 그냥 꿇고 업드려서 이리저리 몸을 늘려본다.

사실 몸을 늘리는 것보다 업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요즘은 특별한 일없으면 업드릴 일도 꿇을 일도 남들에게 진실로 미안해하거나 다른 무엇을 진실로 감사하게 생각해 본일 없을 지도 모른다.

업드려 몸을 이리저리 늘리면서 내가 오늘도 올곧이 간밤을 잘 보내었다는 감사함과 오늘 하루도 이리저리 늘려본 나의 몸으로 그렇게 큰 탈없이 지낼 수 있게 된것에 대해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한다.

일어나서 간단한 아침으로 사과를 한쪽 먹으면서 따스한 카누 한 잔으로 내 몸을 채우는 시간을 사랑한다.

어제 오늘은 거기에 아침시간 간단한 산보로 충만함을 더 했다. 걸으면서 온갖 잡생각들을 정리하는 그 순간이 즐겁고 행복하다.


똥이야기로 한 주에 한 편씩 한 달정도는 울궈먹을 수 있을줄 알았던 계획이 물거품이 되네..되었다.

영화 한 편보고나니 왜 또 하고싶은 이야기가 막 튀어나올거 같은 참을수 없는 똥마려움처럼 도저히 글을 쓰지 않고는 배길 재간이 없었다.
"이러면 나가린데"

차분하고 철저하게 계산된 나의 계획이 템포조절이 안되는 100미터 달음박질처럼...지치지나 않을까 걱정해본다. 사실 밑천이 바닥날까 두렵다. 알고보면 가진게 별로 없어서 남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없어서 자포자기로 미리 나만의 행복을 선언해 두고, 나만의 한계를 미리 정해두고 뛰지도 않을려 하는지도 모르지...


그나저나 "고마워요 처형" 1호 구독자로 신청해주셔서...

아무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 나만의 독백같은 글을 좋게 봐주고, 여동생의 부족한 반려자로서 항상 고맙게 봐줘서요..

혹시 알아요..열심히 하다가 나중에 진짜 책이라도 내게되면 1호로 싸인해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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