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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소낙비 Jan 08. 2022

카모메식당

식구, 여행...행복해

카모메식당이라는 일본영화를 한편 때렸다.


난 일본이라는 나라를 싫어한다. 그러나 일본사람은 싫어하진 않았다.

마냥 잔잔한 아무런 클라이막스가 없는 일본영화가 싫진 않다.

듣기론 일본에선 영화는 별로란다. 일본사람이 좋아하는 건 상상속 만화영화(애니메)다. 망구 내생각이다.


먹는 걸 같이 나누면 식구가 된다. 가족일수도 친구일수도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는 아니 동물일 수 도 있지 않나? 배구공인가?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감정을 섞어가며 식구가 되면 진정한 사이가 된다. 관계를 이해하게 된다.


지난 며칠을 우리 식구는 결혼 20주년이자 첫째 딸래미의 대학입학 축하기념으로 전주로, 수원으로, 강원도 영월로 나름 럭셔리한 "친절" 모토로  가족여행을 다녀와서, 모두 포만감과  다시 다이어트를 다짐하게 되는 살들 같이 데리고 집으로 들어와서는  맥주  잔에 영화를 감상했다. 그게 행복인거다.


영화에서처럼 오니기리(주먹밥) 하나에 모두가 즐거움, 행복을 느끼듯,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늘 그랬듯이 비슷한 입맛으로 여러 식당을 다니며 각자의 품평으로 즐거움을 표시했다. 전주의 육회에서 느꼈던 정갈하지만 깔끔했던 뒷맛과 아주머니의 능숙한 스냅으로 비벼내주었던 비빔밥 한그릇, 밥집인지 술집인지 헛갈리는  맥시코 어딘가에서 먹었을 듯한 시끌벅적하게 비싼 맥주 한 잔에 싸먹었던 수원 광교에서의 타코 한 입, 우연찮게 맛집 검색을 통해서 들렀던 감동받은 두부구이와 청국장의 절묘한 조화에 다음에도 장모님이랑 한 번은 더 들러야겠다고 생각했던 제천 호반의 허름한 식당...그렇게 여행은 먹은 것과 그것의 기억으로 귀결된다. 우리 가족의 여행은 그렇게 어딘가에서 먹었던 것들로 추억의 사진첩에 남겨진다.


상상해본다. 지금은 가족 네 명이서 다같이 맥주 한 잔 할 수 없다. 미성년자가 한 명 남았다. 아니 성인이 한 명 생겼다. 술 심부름을 시키기 딱 좋은 한 명의 성인이 우리집에 생겨서 너무 좋다. 2년 뒤에는 우리 가족 모두가 같이 술 한 잔 할 수 있게 된다. 헬싱키 어디 조용한 일본식당에서 사케를 한 잔 기울이게 된다면 예전에 봤던 카모메식당을 기억할 수 있지도 않을까.

난 20...몇년전에 헬싱키를 친구랑 배낭을 메고 다녀왔었다. 영화를 보면서 스톡홀름에서 헬싱키를 건넜던 실야(Silja)여객선을 다시 보며 감상에 젖어본다. 오랜 기차여행에 지쳤던 몸이 그 거대하고 조용해서 진동조차 느낄 수 없었던 여객선안에서의 숙면으로 "진정한 잠"이 뭔지 알게 된 듯하다. 영원같지만 순간같았던... ...

잠을 잘자려면 피곤해야하고 밥이 맛있으려면 시장해야 하듯이 우리네 인생의 원리는 매우 간단하다.


이번 여행에서 다녀왔던 수원시립미술관에 걸린 "어원 올라프" 작품전에서 봤던  문구가 떠오른다.


"단순한 것이 가장 어려운 법이다(Simple is the most difficult)" by Erwin Olaf


근데 우짜지 난 영화 카모메식당의 마지막 장면을 못봤다. 맥주 한 잔에 화장실을 참다 참다 마지막 장면을 남겨두고 아니 어쩌면 약간의 미련을 위해 일부러 화장실을 갔을 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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