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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소낙비 Jan 09. 2022

똥칠하다.

돈은 똥보다 강하다. 더 더럽다. 그래도 갖고 싶다.

글쓰기는 어떻게 첫마디를 내뱉는냐가 첫인상이 아주 중요하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모든 글을 다 읽어보진 못하지만 그 중 흥미가 끌리는 글들을 훑어보고 어떤 글들은 나름 천천히 읽어보곤 한다. 물론 제목이 중요하다. 소제목도 읽어본다. 많으니 고르기 더 어렵다.


이렇다보니, 처음 글을 써봐야지 할 때와 딴판이 되었다. 사실 내 글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읽지도 않을 뿐더러 글의 취지가 나름의 정리된 독백이자, 나의 가족들에게 남기는 담백한 설명이랄까… 뭔가 내 속에 들어있는 엉클어진 생각의 덩어리를 말로 풀기에는 감정이 개입되어 버려 생각과 별개로 내뱉어지는 말투에서 난 결국 설명충이고 꼰대가 되는 걸 막는 것이었는데...몇 번을 다시 쓴다.


가진 것이 많은 사람들이 지키려하는 것들을 우리는 보수라 할 수 있을까? 가진 게 없어도 가치를 명예를 존중하고 지키고자 하여도 보수인건가? 나이가 들면 자연히 보수적인 걸까? 반대로 젊으면 진보적인가? 물론 여기에도 그렇게 명석한 대답이 없다고 여긴다. 다양성의 천국 대한민국에서는...좋은 의미다.

난 나이가 들어가고 있고, 그렇게 가진건 별로 없지만 당연지사 사람들이 살아간다는 것은 나름의 가치와 의미들이 존재하고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할 수는 있지만 지키고 보존해야하는 것들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가끔 나만의 생각을 생각이상으로 피력하는 편이라 옆에 있는 사람들이 피곤해 한다.


"똥칠하다"라는 말이 있다.

물리적으로 어딘가에 똥을 묻히는 짓을 일컫는 말이기도하고

체면이나 명예를 더럽힐 때 쓰는 말이기도 하다.


아무리 남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산다고 해도 결국엔 정도의 차이지 피아의 구분없이 살아가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서도 벗어난 일이라 생각한다. 물론 종교적으로 아주 도를 넘어선 분들을 빼고서 말이다.

더우기 요즘 대한민국에서는 자신의 생활과 생각을 다양한 방법으로 온라인상에 올려 자랑 아닌 자랑으로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진 듯하다. 이쁘고 아름답고, 멋있고 비싸 보이는 것에 열광하는 듯 하다.

반대로 더럽고 못생기고 가난하고 비굴한 일상과 삶을 못견뎌 하는 것이리라 비록 그런 처지라도 겉으로 나마 남들에겐 들키기 싫은 것일지도 모른다. 모두 성공을 위해서 사회 최상위층으로 올라가기 위해서, 남들보다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가기 위해서 발버둥 치는 목숨건 경쟁이 지난 반세기 대한민국을 휘감고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난 좋은 게 좋은 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빠져 있다. 양비론(兩非論)도 양시론(兩是論)도 일장일단이 있으니 그 중간 어디쯤이 좋을 것이다. 약간이겠지만 긍정적 방향으로 보고자 한다.

동전의 양면처럼 모든 상황과 사실들은 각자 비율의 차이정도로 장점과 단점을 같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나름 단점을 부각해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것보단 장점으로 마무리해 내 속에 우겨넣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한 듯하다. 그런데 웃긴건 이런 이상적인 생각들은 좀처럼 가까운 관계 특히 가족들에겐 잘 적용되지 않는다. 나름 사랑이라는 알량한 이유로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단점들을 마구 들추어 낸다. 그래서 힘들다.


젠장..양말 가꾸로 벗는 게 좀 어떻다고 말을 고따구로 하시는지..우리 마눌께서는..


몇 년전 장모님이 부산 모 대학병원에서 허리수술을 하시고 입원하셨을 때 옆침대에 누워 있었던 머리를 양갈래로 10대 소녀처럼 꾸미고 계셨던 할머니가 생각난다.

섬망증상이 있었던 거 같다. 그 때 장모님처럼, 예전의 아버지가 몇 번의 수술로 몇 번 그랬던 것처럼

일시적 노망증상인데 할머니는 아침에 병문안으로 찾아온 사위에게 똥묻은 손을 보여주며 자랑하시고는 사위얼굴에 묻혔다. 사위는 싫은 기색없이 할머니의 비위를 맞췄다.

분명 둘중 하나다.

사위가 장모님을 그렇게까지 사랑으로 참아 내기엔 내 처지를 보더라도 어렵다.

결국 할머니는 조물주위에 있다는 "건물주"다.


자본주의에서는 똥을 이긴다. 똥칠도 참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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