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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소낙비 Jan 15. 2022

똥, 약되다(1편)

개똥도 약에 쓴다.(똥 쓸데가 있다)

"인간아 작작 좀 하셔... 똥이야기 그만좀 해..그냥 잘한다 잘한다하니 끝이 없구만.."


겨우 세 편의 글을 똥과 관련된 제목으로 그렇게 마냥 더럽지 않은 나의 글솜씨로 매끄럽게 연재방식으로 써볼라 했두만 그걸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팩폭을 해댄다. 마냥 틀린 이야기도 아니다. 처음에 쓴 글보다 어딘가 조금 덜 자연스럽고 억지스러움이 묻어나는 듯한 세 번째 글까지, 얼마없는 독자들의 좋아요 수를 봐도 그렇다. 인정한다. 하나의 관련된 이야기들을 연재형식으로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초보자가 힘있게 이어가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사내대장부가 말이야 칼을 뽑았으면... ...당연히 칼에 베이지 않도록 조심조심 다시 살살 집어넣어야 하나?


그래도 이 짧고 허접한 글따위를 참신하다고 농업에 관련된 약간의 희귀성이 있었는지 어느 지역신문사 기자분이 고맙게도 기고제안을 해주셨지만 눈물을 머금고 정중히 칼을 다시 칼집에다 꽂았다. 죄송합니다. 그정도는 아니예요..잘못보셨어요.

"봤냐 마눌? 똥도 쓸만하다니까"


먹고사는 문제에, 반복되는 일상의 고단함에 도시의 많은 사람들은 무엇이 중요한지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는 듯 항상 스마트폰에 소주잔에 빠져있는 듯 하다.

누구에게 받은 것인지 자기 스스로 빠진 것인지도 모르는 스트레스에 머리카락 한쿰이, 뱃속 어딘가가 허전하고 쓰라리지만 결국 다시 지독하게 맵거나 뜨거운 무언가를 뱃속에 우겨넣고는 잠시의 짜릿한 고통과 시원함으로 머릿속을 비우려 한다. 그역시 도돌이 돌림자리같은 일상일 뿐이다.

몸이 나빠지고 정신이 복잡해질 때 우리는 가끔 따스한 집밥 한그릇과 거기에 담긴 엄마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건지도 모른다. 도시의 복잡함에서 벗어나 시원한 녹색으로 펼져진 자연의 품에서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 싶어 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렇게 인생은 자꾸 흘러가지만 주위를 둘러보고 내 자신을 비쳐봐도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그래서 잠시라도 어딘가에 내정신을 우겨넣지 않으면 참을 수 없어 예능프로를 보며, 먹방을 보며 아무생각없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지 모른다.


지난 반세기 우리 나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은 세계사에 유래없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다시피한 발전을 이뤄내 절대적인 수치에서 물질적 풍요를 이뤄냈다. 하지만 난 빈곤하다. 나말고 다른 이들은 모두 부자다. 행복할 것이다. 좋은 차 좋은 집에서 좋은 음식과 좋은 시간을 보낸다. 나만 힘든 것이다.


우리는 이런 모든 보여지는 성공과 물질적 풍요, 미래를 위한 무한의 축적을 위해 현재의 인생을 스트레스와 낭비로 살아가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결국 현재를 살아가는 내 존재의 건강함이다. 몸과 마음의 건강함이다. 그래야 미래가 건강한 것이다. 현재 비실비실한데 언제 성공하고 언제 행복하고 언제 정신을 차리겠는가?


잘먹고 잘싸고 잘자다보면 기본적인 건강한 몸에서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게 되고 인생을 생각하게 된다. 바쁜 일상에서 나 자신과 주위를 올바로 지켜내고 그로인해 미래가 바뀌는 것이다.

우선 잘싸기 위해선 잘먹어야 한다. 많이 먹고 비싼 것을 먹는다고 잘 먹는게 아니다. 유기농이나 친환경으로 식재료를 바꾼다고 내몸이 바로 바뀌지 않는다. 비건이나 원푸드 다이이트로 티비에 나오는 멋진 몸매를 완성한다고 건강하거나 행복해 지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농업을 하면서 농업의 중요성은 이렇듯 우리가 먹는 많은 것들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있음을 느낀다. 책임감이 막중하다. 특히 한국인의 밥상은 90프로 이상이 농수축산물로 이뤄져 있고 수입산도 많지만 제철 식재료들이 제대로 조리만 된다면 훌륭한 먹거리로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모든 엄마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집밥을 정성껏 만들어 내진 못하는 사회를 살아가지만 여전히 한국의 식단은 훌륭하다.

물론 물질의 풍요는 식단에서도 우리몸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우리몸을 폭격한다. 피자, 치킨, 자장면...먹을게 널렸다. 엄마의 집밥 따위는 이미 뒷전이다. 그리곤 내 몸을 저울에 올려본다. 젠장 내일은 굶어야겠군...


각자 자기가 몸 담고 있는 부분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잘못하면 우물안 개구리처럼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자기목소리만 허공에 울리는 일들이 생겨나게 된다. 나 역시 많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농업을 하고 농업에 관계된 고민들을 하지만 그렇게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개똥취급(요즘은 자기 애견의 똥은 자기가...)받는 농업이 아니길 바란다. 아니 개똥도 약에 쓴다고 (실제로 똥은 약으로도 화탄의 재료로도 쓰였다. 진짜다..) 농업을 다시보고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마냥 농부들의 순수한 마음으로 길러진 농수축산물이라고 하기에는 농업의 현실은 녹녹치 않다. 농업을 그렇게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두기엔 너무 중요하다.

내 입에 나의 가족의 몸속에 들어가는 식재료의 건강함과 그것들을 기르고 관리하는 농부들이 사는 자연은 지금의 우리만이 아니라 세대를 거쳐 미래로 물려줘야하는 공동의 자산인 것이다.


바쁜 일상에서도 내 몸을 건강히 지켜내야 하듯이 쉼없이 달리는 대한민국에서 농업이 돈되는 순서로서의 산업서열이나 정치판에서 표의 갯수로 치부되어 개똥취급 받지 않고 우리가 먹고 사는 문제에 직결되어 있음을, 미래에도 잘간수해 물려줘야 할 금수강산이라는 자랑스러운 자연을 잠시 맡고 있음을 지금 알았으면 한다.


우선은 이쯤으로 농업이야기를 갈무리하고자 한다. 브런치인데 풀코스가 되는 것을 경계한다.

비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대안없는 비판은 허무하다. 앞으로도 농업이야기를 버무려 고민하고 고민했던 대안도 같이 나누고 싶다. 똥으로 시작했지만 똥말고도 할이야기가 너무 많다. 1편으로 끝내기엔 아쉬워...


To be continued...I'll be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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