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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소낙비 Jan 16. 2022

어느 일요일의 단상

소울푸드...배추전

나이가 들어서 일찍 일어나게 되는 걸까?

일찍 자게 되니 일찍 일어나는 여전히 새나라의 어린이일까?


특별한 2022년 1월 16일 일요일 새벽 5시 조금 넘은 시간에 눈을 떴다.

내 인생에 다시 돌아오지 않을 하루임에, 여전히 인생의 어디엔가 뭔가의 기억으로 남겨질 오늘...


어제 브런치에 글을 올렸다. 매주 한 편의 글을 정기적으로 올려볼 량 미리 글쓰기 서랍에 넣어두었더니

일요일까지 기다리기 어려웠다.

새벽은 글쓰기 좋은 시간이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일찍 일어나면 스트레칭하고 주말 아침엔 날씨가 좋으면 자전거를 타고 이리저리 다녔었다. 운동삼아 동네 앞산을 열심히 다니다 무리한 다운힐로 낙차했다.

지금도 왼손목이 얼얼하다. 추운 겨울이기도 하지만 자전거보단 이제 글쓰기로 새벽을 보낸다.


가족에 대한 나만의 지긋한 감상으로  글 한 편을 완성하곤 발행버튼을 누르기 전 잠자는 아내를 깨워 자랑을 해댔다.

"올리지마"

한 편의 글이 사라졌다. 예전같음 우겼을 것이다. 지금은 힘없는 뒷방 늙은이다. ㅋ


새벽 일찍 일어나 피곤함에 여태 침대에 누워있던 마누라 옆자리로 비집고 들어가 잠을 청해본다. 약간 삐졌다.

"뭐 먹고 싶어?"


깜빡 잠든사이...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진동한다.

잠깐의 선잠에 피곤하지만 시장기에 눈을 떠 본다.

어제 우리는 외출하고 돌아오면서 마트에 들러 싱싱해 보이는 봄동 두포기를 봉지에 담았었다.

배추전은 내가 태어난 경상북도에서 아주 흔한 음식이다.

특히 예전 명절때 모두 둘러앉아 차례를 지내기전 미리 구워 놓아 약간 식은 배추전을 찢어서 간장에 찍어 먹었던 그 맛을 잊지 못한다.

아무런 멋내기없이 무뚝뚝하게 배추에 밀가루를 입혀 후라이팬에 노릇하게 구워낸 배추전은 나의 영혼을 촉촉하게 적신다.

특별한 일요일 아침 특별한 배추전과 생일날 못먹었던 미역국 한 그릇에 마누라에게 지긋이 한 손을 내밀어 본다.

"고마워"


 우리 집에선 고생 많은 것들이 있다.

1등은 화장실, 2등은 밥솥, 3등은 후라이팬...

우리 가족들을 위해, 배추전을 위해 지금도 열심히 뜨거운 불 위에서 이제는 코팅이 조금씩 일어나며 제 한몸 불사르는 후라이팬에 예의를 갖춘다.

예전에 우리식구들이 얼마나 밥을 먹는지 계산해 본 적이 있다. 20kg 쌀 한포대를 40일 전후로 다 먹어 치운다. 밥만 먹으면 괜찮지만 우린 외식도, 배달음식도 그 횟수나 양이 적지않아 결국 생활비의 많은 부분을 식비로 할애하고 마지막으론 하나밖에 없는 화장실에 대단히 감사해 한다.


아직도 12시를 넘기지 않은 2022년 1월 16일 어느 일요일..

하루가 길다. 조금 더 뒹굴거리다 새벽 3시 넘어서 잠든 딸래미들이 활동할 때 쯤

우리의 일요일 2부가 시작될 것이다.


이런 일요일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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