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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소낙비 Jan 19. 2022

책을 읽다.

밀리의 서재와 선택장애.

밀리의 서재를 다시 시작했다.

통신사에서 나오는 혜택을 이용해 공짜로 지난 몇 달 밀리의 서재를 잘 이용해오다가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남들의 글을 흘깃 읽으면서 뜸해졌었다.

한참만에 들어가본 "내서재"며 "한달 이내에 출간된 책", "지금! 서점 베스트"들속에서 여전히 갈등을 계속하다 몇 권의 책을 골라 이리저리 훑어보곤 결국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지 못하고 다시 글쓰기를 위해 노트북을 열었다.


난 언제 책을 처음 읽었나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어린시절 궁핍한 집이었지만 어디서 얻어온 건지 "동아백과" 한 권이 있었다. 신기한 동물사진이며 식물의 확대모습등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책을 읽었다 하기엔 어딘가 부족한 구석이 많다.

그리고 다음으로의 기억은 국민학교시절 할머니손에 이끌려 명절이랍시고 기다리는 아버지는 끝내 오질 않고 아버지의 다른형제들과 사촌들은 다들 행복한 웃음으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고 혼자 쓸쓸히 남은 낡은 할배집 여기저기를 뒤지다 우연히 발견한 빨간 겉표지의 "삼국지"였다. 물론 난 그게 삼국지인지도 모르고 당시 세로로 씌여진, 할 일없고 홀로 남겨진 쓸쓸함을 감추려 아무 생각없이 읽어내려가다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읽었던, 스토리에 맞는 권수도 제대로 없었던 책에 빠졌었다. 나의 가슴 찌릿한 외로움과 눈물속 쓸쓸함을 잊게 해준 책이었다.


나의 학창시절은 대부분 어두컴컴한 독서실, 시끌벅적했던 도서관 열람실에서의 시간이었던거 같다.

집에서는 공부할 분위기도 공부할 만한 실력도 되지 않았다. 그냥 할매는 내가 가방을 메고 나가면 공부하는 줄 아셨다. 그렇게 도서관에서 우연찮게 빌려서 읽었던 무협지 "영웅문"은 몰입 그 자체였다.

몇 시간을 한 자리에 앉아서 내가 무협지의 주인공인마냥 빙의되어서 무공의 고수가 되고, 희노애락을 느끼며 읽어 내려갔던 그 짜릿함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책에서 눈을 뗄 쯤 눈의 초점이 맞춰지지 않아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지만 지금도 그렇게 어떤 책에 몰두해보고 싶은데 힘들다. 여전히 탄지신공으로 적들을 물리칠 수 있을듯 한데…


가끔 밀리의 서재에서 책을 골라 훑어 보거나 집 근처 도서관에 비치된 수많은 책들중에서 그나마 맘에 드는 책들 몇 권을 골라와 읽는 시늉을 내본다. 공짜거나 공짜에 가까운 책일수록, 선택의 여지가 많거나 고르다 고르다 겨우 골라낸 책일 수록 나에게의 효용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 내겐 시간이 많은 것이다. 선택할 수있는 폭이 많은 것이다. 절박함이 없다. 책에게 내 쓸쓸함을 의지하지 않게 된건지도 모른다. 그냥 시간을 때우려다보니 시공간 어딘가에서 나와 책은 같이 방황하게 된다. 그러다 가끔 나의 관심을 끌게 되는 부분이 생기면 약간의 집중을 더하는 것이다.


"매주 정수기 아줌마가 오면 좋을텐데"

마누라가 싫어하는 소리다.

이사를 하게되면 집이 정리된다. 잘못하면 가족도 정리된다. 가끔의 손님맞이에도 주변은 치워진다. 헛소리하다간 내가 치워질 수 있다.  

남들에게 설명하려 찾아보고 공부하게 되고, 글쓰기로 남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의 생각은 정리되어진다.

책을 읽고 글을 열심히 써보고 내 생각을 정리하면서 남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는 50대를 보내고 싶은 마음에 2022년 여러 가지들에 욕심을 내며 시작을 했다.


처음 글을 쓰고 매시간 얼마나 내 글이 읽혀졌나 휴대폰을 열어봤다. 지금도 진행형이다. ㅋ

몇 명이나 읽은거야? 좋아요는 얼마나 눌렀나? 누규~~? 다들 왜이리 대단하신분들이야!!!

지난 몇 편의 글을 쓰며 처음 생각보다 훨씬 더 신경쓰이고 힘든 일이란 걸 알게 되었다. 글을 올린다는 것이.

물론 과정이려니 한다. 한 걸음에 최고가 될 수도 없을 뿐더러 그건 내 목표이지도 않았으니까...

안달해 하지 않으려 한다.

책이 읽혀지지 않아도, 글이 잘 써지지 않아도 내 삶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아도...


하지만,

밀리의 서재든 넷플릭스든 심지어 티비, 유튜브채널까지도 날 힘들게 한다.

뭐가 이렇게 많아...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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