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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소낙비 May 29. 2022

화낸다고 바뀌나요

분노, 열정 그리고 에너지(4)

바바박..일요일 오후 게으름을 피우다 글을 쓰기 위해 패드를 펼쳐 들었다.


황서방이 이겼구만”

그렇습니다. 결국 마침내 기어코 드디어 접이식 자전거를 한 대 구매했습니다. 거금 66만원을 들여 나름 쌈박한 자전거를 샀습니다. 따지고 보면 고집센 것도 성질머리가 잘 바뀌지 않는 것도 타고 난 것일지도 모릅니다. 살면서 체득한 여러 경험들로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 가면서 인간다워지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여튼 본성인지 천성인지는 쉽사리 바뀌지도 바꿀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화를 내고 분노를 표출하면서 감정을 섞어 내지만 포기가 가장 쉬운 해결책인지도 모릅니다.

결혼 초기 양말을 뒤집는 버릇, 코를 파고 방구를 끼는 행위는 삶의 일부라 찰싹거머리처럼 쉽사리 일상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는 사소한 일들이지만 살아가다 보면 결국 이런 사소한 것들로 시작된 감정충돌로 수 천, 수 만번의 이혼으로 이어지는 것이었지요. 쉽사리 바뀌는 것은 통장잔고밖엔 없는 거 같습니다.


자전거를 사겠다고 온갖 핑계와 설명, 나만의 계획을 완성하기 위해 지난 몇 개월을 졸랐다. 2022년 몇 가지 계획중 하나인 자전거여행을 위한 준비로 접이식자전거를 사고 일정을 짜고 시간을 내서 출발하게 되면 되는 것이지만 막상 자전거를 사고나니 먼 길 나서는 것이 두렵다. 해가 길어진 여름에 떠나는 자전거 여행이 가장 좋지만 뜨거운 태양과 더위속에 수 십시간을 오롯이 나만의 힘으로 땀을 흘리며 달리는 시간은 또 다른 사색과 고통의 시간이기도 하다. 고통속의 몰입이라고 해야 할까?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고통속에 땀방울이 눈을 따갑게 만들고 엉덩이가 아파 안장에 앉아 있기도 힘든 그 시간을 미리 생각하니 엄두가 안나는 일이지만 길에서 인생을 배운다고 여행은 혼자도 좋고 가족과도 행복하기 그지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또 떠나고 싶다. 어디론가…


사실 미안한 일이 많다. 결혼하고서 짧은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귀농을 선택해서 말아먹기까지 아내를 비롯한 주위사람들에게 여러가지로 피해를 많이 줬던 시간이 지나가고 다행히 늦은 나이에도 영업직으로 다시 월급받는 생활을 할 수 있게 된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지루하지 않은 롤러코스터같은 일상이었고 그 간의 치열했던 싸움과 분노의 시간속에 나름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 것도 나만의 착각인 것이다. 가끔 양말을 벗을 때 아차 싶은 순간과 코를 파다가도 휴지에 말아버리는 죄책감과는 별개로 뱃속에서 차곡차곡 모아놓은 나의 소중한 가스를 마누라에게나 딸래미들에게 선물삼아 껴주는 것을 포기할 수 없다. 철들면 죽는다니 쉽사리 바뀌는 것도 150살까지 살아야하는 나에겐 멀리해야할 일이다.


5월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세월은 하루하루가 시간단위처럼 지나가고 이제 잠시 더위에 땀방울을 닦다보면 스산한 겨울바람이 불면서 한 해를 마무리할 날이 머지 않았다. 지난 세월이 그랬던 것처럼 올 해, 이번 달, 오늘도 또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므로 지금이라도 하고 싶은 일들을 하고 새로운 경험을 위해 반복되는 일상속에서도 시간을 챙겨봐야 하는 것이다. 분노, 열정 그리고 에너지의 5월이 지나가고 여름이 다가오면 더욱 더 힘내서 땀을 흘릴 것이다. 겨울에 시작된 나의 글쓰기도 여름의 시원한 소나기처럼 흙냄새 풀풀 날리며 풀냄새 나는 길 위에서 여행기로 이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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