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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소낙비 May 22. 2022

화는 제살 깎아먹기인것을…

분노, 열정 그리고 에너지(3)

열이 좀처럼 식지 않는다. 씩씩거리며 숨을 내몰아 쉬고 머리에 올라오는 열감으로 얼굴이 붉어지고 눈에 압력이 높아지는 혈압량의 상승으로 뒷목이 뻐근해지는 것은 화가 나면 일어나는 몸의 반응이다. 길고 긴 차량의 꼬리를 물고 오랜 기간 기다림에 지친 정체된 차선으로 얍삽하게 끼어들어 놓고는 인사도 하지 않는 몰상식을 목격하거나 개목줄을 하지도 않으면서 똥까지 싸쟀기는 큰 개를 방치하는 개보다 못한 견주를 발견할 때나 남편으로서나 아빠로서의 알량한 자존심을 짖밟힌 날들은 별것도 아닌 일로 이렇듯 화를 내게 된다. 물론 지금 50줄이 넘어가면서 힘도 빠지고 머리카락도 빠지는 시기엔 화를 내는 방식과 횟수도 남들 모르게 줄일려고 노력중이지만 여전히 가족들이 보기엔 갱년기 남성의 흔한 히스테릭컬한 상황으로 몰아가는 것이 못내 속상하지만 어쩌겠나 얼굴에 다 드러나는 것을…


정신과의 유명한 말이 있다. 정작 정신과에 와야할 정신병자는 오지않고 그 옆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정신과를 찾는다고 화도 내가 내지만 결국 나와 관련이 아주 없거나 혹은 있다고 해도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누가 꺼주지도 않는 고독한 불꽃이라 내 몸만 태울 뿐이다. 내 몸만 상하고 내 살만 축낼 뿐이다. 물론 그렇게라도 살을 빼봤으면 좋겠지만 살빼자고 화를 내고 씩씩거리며 히스테릭하게 살 순 없는 법, 나처럼 성격 좋은 중년에겐 어울리지 않는 옷이다. 가족의 동의가 필요한 대목이긴 하다. 여튼 다른 감정에 비해 화라는 것은 결국 에너지의 폭발에 가까운 것이라 짧은 시간 많은 에너지의 소모와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상당한 불똥이 튀게 되는 꼭 다스려야 하는 감정이지만 또 가장 컨트롤하기 어려운 것이라 누르고 없앤다고만 해결되지 않는 까탈스러운 놈이다.


그 옛날 어머니들은 남편이나 시어머니에게 받았던 감당할 수 없었던 스트레스를 빨래터의 분노에 찬 방망이질로 남편의 얼굴을 생각하며 빨래가 터져라 두들기곤 했다지만 요즘은 흔한 에너지 과잉, 폭식의 시대인지라 몸에 쌓이는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낼 만만한 곳을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지만 어디에 함부로 힘자랑을 했다가는 언론에 대문짝만하게 나오기 쉽상이라 온동네 산을 헤매고 자전거를 타고 땀을 흘리고 조깅을 하거나 산책으로 건강하게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은 동방예의지국인 대한민국의 좋은 예이지만 키보드를 두드리며 악플을 달고 사소한 감정싸움에도 주체하지 못하는 폭발로 결국 산산조각나는 가정생활, 힘없는 아동에게 일방적으로 가해지는 언어와 물리적 폭력, 언론에서 만들어지는 마녀사냥식의 헤드라인에 폭발적으로 반응하는 민심등은 여전히 돌파구 없는 화산속 마그마같은 것이다.


먹는 것은 많아지고 기름지고 먹고 싶은 것이 점점 더 많아지지만 몸을 움직이고 몸을 움직여야만 하는 일들은 점점 없어지거나 하지 않는 시대를 살아가면서 몸에 축적된 에너지를 제대로 긍정적이고 올바른 방향으로만 쏟아내고 쏟아내게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강제적으로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더욱 더 어렵다. 지금도 둘째 딸래미를 깨워서 운동을 시켜야 하지만 요지부동, 침대와 일심동체라 어제 저녁으로 먹은 한식뷔페의 접시숫자만큼 올라가 버린 몸무게를 어떻게 빼야하나 고민중인 일요일 아침이다.


“마눌, 봤지!!. 접이식 자전거를 한 대 사야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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