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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소낙비 Jun 05. 2022

건면 아니고 건성입니다.

삐딱하게 누워 휴대폰으로 써봅니다.

입맛이 바뀐 건지 먹고 살라고 적응한 건지 언제부턴가 참기름을 멀리하고 느끼한 것을 참지 못하게 된 것은 결혼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 나름 아내의 맛난 음식들에 적응된 것으로 결론짓게 됩니다. 물론 건면보단 틈새라면을 좋아하지만 부득이하게 제목을 짓다보니 건면이 들어가게 되어 쓸데없는 사족이 붙었네요. 글쓰기가 건성인 것이 나름 최소한의 의무감속 하다보면 늘겠지라는 안이한 생각과 일주일에 한 번 글쓰기를 이어가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은 깊은 사색적절한 시간의 투자를 담백하게 빼버린 말라 비틀어진 사과같은 모양새입니다. 참 볼품없단 소리를 장황하게 하네요. 그래도 그냥 넘어가기보단 뭐라도 쓰자고 누워서 휴대폰으로 뭔가를 끄적거리고 있네요.


핑계없는 무덤없다고 운동을 우선한다는 둥 정적인 겨울을 지나 시기가 그렇다는 둥 글쓰기에 건성인 자신에게 아무리 합리화를 해봐도 이번달 글쓰기 주제를 잡기가 쉽지 않은 것은 시절과도 무관하지 않은, 뉴스도 보기 싫은, 그마나 지방선거가 끝나 더 이상 확성기의 소음과 정치뉴스가 귀에 메아리치는 고통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게 된 6월 첫째주를 시작하면서 '개가 짓어도 나의 기차는 어디론가로 달리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접이식자전거를 한 대 샀었더랬었죠. 장거리 여행에 필요한 가방도 하나 사놓았죠. 미리 40-50키로 정도를 시험삼아 라이딩해봤으니 출발준비는 마친 셈입니다. 물론 떠나야 떠나게 되고 떠나게 되면 뭔가 글로 남겨지겠죠. 그리고 보면 오래전 유럽 배낭여행시절 밤늦게 누추했던 숙소에서나 덜컹거리던 기찻칸에서 공들여 기록했었던 여행노트를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관리라곤 별로 없는 나의 안이함속에서 이렇게 온라인속 어디엔가 버려지지 않을 노트같이 남겨질 수 있다는 것은 시절의 고마움이네요.

카메라도 필요없죠. 필름을 갈아 끼우고 사진을 인화할 필요는 더더욱 없어져 버리고 노트를 들고 다니며 펜으로 삐뚤하게 글씨를 그릴 필요도 없죠. 휴대폰 하나로 글도 쓰고 사진도 올리고 근황도 기록할 수 있게 된 편리한 시절...가면 갈수록 삶이 더 건성이 되어가는 것은 왜 일까요? 내 탓이려니 나이탓이려니 갱년기탓이려니 합니다. 얼마나 좋은 시절입니까. 굥정한 시대이니까요.


그렇게 뭔가 또 집중하고 노력할 수 있는 브런치가 새삼 고맙네요..별로 열심이지는 않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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