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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소낙비 Jun 12. 2022

자전거타기

균형잡기가 생각보다 어렵다구, 같이 타는 것도 어려워.

접이식자전거를 사고 둘째 딸래미를 데리고 두 번째 라이딩을 나왔다. 바람은 불고 날씨는 우중충했지만 기분은 상쾌한 주말이다. 길가의 꽃들이 예뻐보인다. 덩치 큰 둘째도 예쁘다.


수학여행을 앞두고 급하게 몇 키로 감량을 위해 열심히 저녁도 과감히 건너띄고 먹는 것도 마다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예전으로 돌아가기 위한 식욕과의 몸부림을 시작한 둘째녀석을 위해, 운동시키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멀리 같이 여행도 다녀볼까 하는 기대에 첫 번째 라이딩을 나서고 갈길이 멀다는 것을 느꼈다.


일단 자전거위에서 균형잡고 자연스럽게 타고 내리는 것을 못한다. 아니 가르쳐 준 적이 없으니 어디서 배운 적도 없을 것이다. 예전 허접한 접이식자전거가 있을때 가끔 친구들과 집앞 공원에 나갔다는 얘기만 들었지 같이 이렇게 자전거를 타는 것도 처음이니 결국 아빠 잘못인 것인데, 가르쳐준다고 자전거 페달 한쪽에 몸을 싣고 균형잡는 걸 연습시킨다고 하는게 바로 꽈당으로 이어질지 그것도 그렇게나 철퍼덕하고 바로 옆으로 넘어질지는 상상도 못했다.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한 초보상태였음에 넘어진 딸 걱정보다 까진 안장을 쳐다보는 아빠를 원망했다고 한다. 그래 그것도 아빠잘못이다. 나중에 미안하다고 따로 카톡을 보냈으니 약간은 풀린 듯하고 이번 두 번째 라이딩에 같이 하는 걸봐도 영 싫진 않은 모양새다.


오늘은 급커브를 돌다가 속도를 주체하지 못하고 브레이크를 제대로 작동할 줄 몰라 다리에 상채기를 냈다. 여러가지로 쉽지 않은 ‘자전거타기’다. 앞에 보내면 뒤에서 멀리 보이는 장애물과 사람들, 앞 뒤로 사고위험이 있는 자전거무리등 여러 가지로 신경쓸게 많고 앞서 가면서 미리 알려준다고 자주 뒤를 돌아보며 가는 것도 쉽지 않다. 이래저래 마치 운전을 가르쳐 주기 위해 보조석에 앉은 남편같이 마음을 졸이는 초긴장상태로 한 시간 남짓 같이 라이딩을 하고 집에 들어 오고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으니 ‘같이 자전거타기’는 생각보다 어려운 미션이다. 그래도 재미있다. 같이 자전거를 타면서 바람을 쐬고 햇살을 맞으며 꽃향기를 흘끗거리는 것은 가족이라서 나의 사랑하는 딸이라서 내가 어릴 때부터 애지중지해온 천사여서 항상 반갑고 즐겁다. 욕을 찰지게 잘하는 천사이긴하지만 말이다.


가끔 나의 어린시절에 이렇게 따스한 시간이 있었던가를 생각해 보면 딸과의 ‘자전거타면서 시간보내기’는 사랑스럽기 짝이 없다. 다시 오지 않을 시간들이기 때문이다.

꽈당하고 자빠진 딸의 부었던 정강이와 오늘 부딪히면서 생긴 쓰라린 상채기에도 아빠의 시간이 후시딘처럼 스며들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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