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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소낙비 Jun 19. 2022

자전거타기, 둘

힘이 들면 접으면 되는 것을...

평일 모처럼 시간을 내봅니다. 딸내미 자전거를 몰래 끌고 사부작 집을 나서서 정처없는 벼락치기 자전거여행을 떠났습니다.


정처없이 떠나긴 했지만 생각없이 방향도 없이 출발한건 아니라 일단 대구방향 즉 말하자면 북쪽으로 향했죠, 자전거도로를 따라 서울, 인천까지 국토종주길이 있으니 엉덩이가 버텨준다면 가보는데까지 가볼 심산이었습니다.


산들바람이 불어오고 햇살은 하게 내리쬐는 초여름 접이식자전거를 타고 혼자만의 즐거운 라이딩을 시작하고 이내 삼랑진철교에 도달했습니다. 삼랑진에서 밀양까지는 평지로 둘러가는 지루한 땡볕길 대신 짧지만 강력한 언덕배기인 모정고개의 땀빼는 코스로 넘어가야 하지만  언젠가부터 개통한 마사터널은 땀흘릴 필요없는 시원한 지름길입니다.처음 자전거를 사고 얼마되지 않아서 이름도 생소한 모정고개를 넘어가면서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고 다리가 후들거려 결국 내려서 끌바(자전거를 끌고 가는 것)할 수 밖에 없었던 경험에, 혼자 여기가 분명 부산경남에서 악명높은 고갯길인줄 알았지만 알고보니 자전거를 잘 타시는 분들에겐 이른바 과속방지턱(짧은 업힐)정도임을 알고 좌절을 맛보았었던 그 귀여운 고개를 뒤로하고 밀양으로 향합니다.

터널 끝 한줄기 빛이 참 좋네요.

갑자기 삼천포로 빠지네요?? 밀양에서 아침을 대신한 른 점심으로 짜장면 곱배기를 뱃속 우겨 놓고 자전거는 남지로 향하지만 글쓰기는 딴 길로 샙니다. ㅎ

말하자면 마음은 여전히 혈기왕성한 20대 같지만 어느새 몸은 하루하루가 다르게 늙어가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 가끔 이렇듯 자전거를 타면서 몇 년 전만해도 쌩쌩하게 달렸었던 아니 그렇게 달리고 나서도 다시 몸이 회복되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훨씬 짧았었다는 생각과 아직도 계획중인 국토종주 혹은 동해안종주를 생각해 보면 무리를 해서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과 그렇게 하고 나면 찾아올 후유증이 눈앞선한 것이, 마음으로 하고 싶은 걸 하는것과 하고나서의 뒷감당은 전혀 딴판인 것이기도 하고 그렇게 대부분의 남자들이 욕구와 뒷감당이 합치가 되는 이른바 철드는 시기가 인생의 종점과 맞닿아 있다는 말이 실감되는 50대입니다.

뭐든 적당히가 좋은데 말처럼 쉽지 않으니까요..


어느듯 접이식자전거는 창녕함안보를 지났네요 부산에서 출발, 70여키로를 세시간 남짓 내리쬐는 땡볕아래 육수를 열심히 짜내며 달려 남지대교아래 평상에 몸을 눕히고 하늘을 쳐다 봅니다. 시원한 그늘과 선선한 바람.. 더 바랄게 없는 완벽한 휴식입니다. 힘이 들어야 쉬는게 고맙듯 세상살이도 어려운 시기을 겪어 봐야 평범한 일상이 감사한거 같아요. 요즘처럼...

참 파란 하늘과 푸른 다리네요.

자전거를 타고 멀리 가게 되면 다시 돌아와야 하는게 운동되는 것처럼, 예전 같았으면 무리해서라도 남지를 돌아 꾸역꾸역 진을 빼가며 밤늦게라도 집으로 돌아왔을지 모릅니다. 처음 계획은 훨씬 더 거창했죠. 하지만 힘이 들면 가끔은 돌아가고 피해가고 요령도 펴가면서 살아가야 하는 나이가 되고 보니, 물론 의욕충만했던 젊은 시절이 그립기도 하지만 무리해서 집으로 왕복할 생각도 대구정도까지 밤이 늦어도 가볼 생각도 과감하게 접었습니다. 다행히 자전거도 접어져서 시외버스에 싣고 룰루랄라 부산으로 향합니다. 


접어지니 참 다행입니다. 혈기로, 의욕으로 무리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제는 짜증으로 가득 찼던 지난 몇 개월의 관심사, 뉴스들도 접이식자전거처럼 후다닥 접고 버스타고 집으로 돌아오듯 편안하게 살겁니다.

오랜만에 버스를 탑니다. 잘못했으면 마산갈 뻔 했어요^^

망고땡이네요

자주 접어야겠어요...마음먹기 나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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