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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소낙비 Jun 26. 2022

6월 장마기간속 흐린, 그리움의 단상

꿉꿉함과 막막함

온종일 빗물이 쓰레트처마에 하염없이 흘러내려 빗물받이 양동이와 커다란 고무다라이에 찰랑찰랑 물소리를 내었던 장마기간의 기억, 이젠 더이상 물을 받을 필요도 없고 기상청에서 장마의 시작과 끝남도 알리지 않는 요상한 장마기간이 돌아왔다. 날씨가 변한 것도 있고 세상이 변한 것도 있지만 나의 예전 기억과 현재의 삶은 분명 다르다. 좋아진 것도 좋았던 것도 있지만 꿉꿉한 날씨는 여전하다. 밤새 선풍기를 발쪽으로 틀어야 그나마 허벅지와 종아리에 달라붙는 끈적임에서 벗어날  있는 높은 습도속 잠자리는 예전의  답답했던 단칸방에서의 퀘퀘하고 찐득하게 달라붙었던 여름밤의 기억과는 확연히 다르다. 하지만 그립다.


삶은 어느 순간 태어나지고 자라지고 얽키고 설켜 나만의 공간과 시간이 만들어져 내가 또 다른 삶들을 만들고 자라게 하고 그렇게 나는 어느 순간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어지는 순간에 자리하게 되면서, 삶의 마지막 순간을 상상하게 된다.


어린 시절 그 처량했던 처마밑에서 떨어지는 빗물과 함께 기억되었던 할매와의 수많은 일상, 큰집 마당에 들어서면 이미 구수한 배추전 냄새가 진동하던 명절 어느 날 속 큰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대학시절 자취방을 알아봐 주시던 작은아버지의 고마웠던 친절함은 이제 내 삶속에서 10분도 기억나지 않고 심지어는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그 기나긴 애증의 시간들조차도 이젠 잠시의 회상일뿐이니 내가 기억하지 않는 한 그 그리운 이들과 함께 했던 시간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나 역시 그렇게 시간속에 사라지고 또 그렇게 다른이들의 기억속 어디엔가로 묻혀져 잊혀질 뿐이다.  


잘 살고는 있는지, 가끔 물어본다.

막연하고 또 막막하지만 그렇게 시간은 흐른다. 아니 흐르는 듯 느낀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언젠가 이런 모든 고민과 일상의 행복이 사라지는 마지막 기억이 짧지만 영원처럼 다가올 것이다. 그 순간을 기다린다. 내 앞에 지나간 할매와 아버지가 그랬듯이…


저 잘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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