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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소낙비 Jul 03. 2022

한여름밤의 꿈(1)

열대야에 잠못드는 이들에게...

이제 장마가 끝나고 열대야의 밤이 시작되는 무더위의 시간이 돌아왔네요. 장마기간이라고 비가 온종일 일주일 내내 비가 오거나 장마기간이 끝나면 건기가 시작된거 마냥 고추말리기 좋은 가을까지 태풍이 아니면 내리쬐는 뙤약볕에 피부가 시커매져 이내 살갖이 허연 비늘처럼 일어나 비닐붙여 놓은 듯 훈장처럼 여름보내기를 팔과 얼굴에 써붙이고 다녔던 지난 날의 여름과 오락가락하는 날씨와 더 오락가락하는 기상청 덕분에 언제가 장마였는지도 모르고 어느듯 밤잠 설치는 열대야의 밤이 시작된 것처럼, 나에게도 언젠가부터 몸의 에너지가 곧잘 화와 짜증으로 바뀌는 더위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네요. 물론 여름이 아니더라도 방바닥의 머리카락들이 노안에 비해 훨씬 잘보이기 시작한다는 갱놈기의 성질머리는 여전하고 온도와 짜증은 이내 상승효과를 가져오니까 서로 맞붙기만 하면 열을 올리게 됩니다.


식혀야죠. 잠을 잘 수 없는 기나긴 열대야의 밤속에 가끔 자다가 일어나 세수를 하거나 단칸방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던 마당 한 켠의 세숫터에서 등목이라도 해야 몸의 열기가 빠져나가 잠시나마 더워진 방바닥에 등을 대고 잠을 청해볼 수 있었던 그 시절, 부족하고 불편하고 어려웠던 그 밤의 기억들이 마치 한여름밤의 꿈인양 액자에 박제된 오래된 사진처럼 남아있네요.


에어컨을 켜고 냉방온도를 설정하고 시간을 맞추면 이내 집안은 시원함으로 가득하고 꿈속에서 히말라야로 등산간 대원인양 어느 순간 추위에 떨다 떨어진 신문지를 온 몸에 두르는 것으로 꿈결에 이불을 땡겨 몸에 두를 정도로 가끔은 열대야는 고사하고 냉방병에 병원을 찾기도 한다니 세상이 많이 바뀌었네요. 이렇듯 아무렇지 않게 느끼는 변화가 알고보면 뜨거워지는 물속에 개구리처럼 어느 순간 우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안락함과 안이함으로 죽어가게 만들고 이내 아무 생각없이 세상을 살아가게 될까 두렵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쩌라고요?

꼰대라고요?

세상이 뭐가 문제냐고요?


어제는 집을 나서는 고딩딸내미의 옷차림으로 한바탕 열기를 짜냈습니다. 물론 대학새내기 첫째 딸의 옷고르는 모양새도 맘에 안들지만 쿨한척 사라고 해놓고는 용돈으로 압박에 들어갑니다.

'니들 맘대로 하셔 하지만 그럼 용돈도 내 맘대로 줄거야'

아직 착한 딸들인건 분명합니다만 세상이 바뀌고 시절이 달라졌음에도 예전을 그리워하는 이들과 그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부딪히고 눈꼴시러워하는 못마땅한 의견차이가 나의 조그만 집에서도 시작임에 분명합니다.

그나마 나에게는 아내가 우군이어서 전투에 참가나 해 볼 수 있는 것이지 아니면 요즘 중년의 남자가 집에서 간섭이나하고 말이나 섞어보겠습니까만은 더운 여름이 지나면 어느 순간 찬바람 부는 혹독한 겨울이 오는 것처럼 개인의 인생과 나라의 운명이 항상 순풍부는 돗단배는 아니니까요.


이제 본격적인 여름은 시작이고 추운 열대야의 밤, 전기요금걱정에 잠 못자는 쪼잔한 가장입니다.


돌아보면 7, 8월의 더운 여름 글쓰기도 '한여름밤의 꿈(연재)'처럼 훌쩍 지나가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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