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름소낙비 Jul 10. 2022

한여름밤의 꿈(2)

땀과 몸무게...아~~세월

전형적인 D자 몸매, 먹는것에 목숨거는 식탐, 중력을 온몸으로 받아 낮은 대지의 공기를 느끼기 좋은 줄어져가는 키까지 억지로라도 운동하고 먹는 것을 조절하지 않으면 공처럼 굴러갈게 분명하다.

가끔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에 찍혀 있는 터질듯한 지난 시절의 증명사진을 보고 있자면 나름 날렵해 보이게끔 턱선을 찍자고 휴대폰카메라위치를 까짓것 하늘로 치켜들어 보지만 조금만 방심해서 각도를 내리는 순간 여지없이 보여지는 넙대기형 얼굴이니 땀이 줄줄흐르는 한여름의 더위가 불만이지만은 않다.


일단 주말 아침 날씨가 받쳐 준다면 동네 뒷산으로 자전거를 타고 숨이 턱까지 차오르게 온몸의 육수가 온 몸을 적실만큼 열심히 심박수를 올리곤 집으로 돌아와 저울에 몸을 올려보며 물이 빠진 몸무게에 나름 흐뭇해하지만 오전에 빠진 육수의 무게는 이내 물 몇잔과 밥 한그릇에 금새 복구되어버리는 한 순간의 꿈같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일주일을 기다려 땀뺄 주말을 기다려 본다.


이글거리는 태양아래 기합소리가 들리며 열심히 피티체조를 구령에 맞춰 땀을 빼던 1991년 4월 어느날...

훈련소에서 흘리던 땀방울이 유독 아직 기억에 또렷한 것은 남들보다 얼굴만 조금 낮추고 열기가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흐르던 땀방울은 이내 엎드려 뻗치고 얼마지나지 않으면 얼굴아래에 떨어진 흥건한 땀자욱의 양을 보고 훈련소 조교가 엉덩이를 툭치면 그제서야 일어설 수 있었던, 움직이는 양보다 쉽사리 흘러나오는 땀샘에 고마움을 지금도 느낀다.

피부도 고와지고 노폐물도 쉽게 빠져나오지만 여전히 빠지는 땀방울보다 먹고 마시는 양이 문제임을 잘 알지만 의지의 문제는 생각과 행동이 밤만되면 생각나는 치킨과 맥주로 핑계삼으며 지난밤의 야식은 아침의 더부룩한 배를 쓰다듬으면서 다시 자전거로 흘리는 땀에 위로삼는다.


여름이 되면 흘리는 땀만큼 식욕은 더 치솟고 먹는 만큼 빠지는 것보다 더 쉽사리 불러지는 아랫배와 몸무게에 나이에 괜한 심술을 보지만 노랫가사처럼 돌아오지 못하는 시계바늘처럼 부질없는 시간에 이유를 대봐야 지금은 이글거리는 태양과 뜨거워진 아스팔트처럼 한여름의 지독한 시간도 어느 순간 찬바람이 불며 따스한 양지가 그리운 계절로 바뀔것을 아는 것처럼, 나의 땀방울도 몸의 노화와 함께 훈련소때의 굵고 진하게 흐르던 시절을 그리워하게 되겠지.


거울속 문득 비춰지는 나의 얼굴속에 아부지 모습이 보이는 것은 세월탓인가 유전자탓인가,

한여름 밤의 꿈처럼 몽롱하기만 하다.


작가의 이전글 한여름밤의 꿈(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