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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기타 Jan 14. 2024

작은 인연

어떤 인연

  사무실 벽시계가 오후 3시를 가리키고 있다누군가 말했듯이 하루 중 무엇을 시작하기도 또 포기하기도 애매한 그 시각이다컴퓨터 화면에서 잠시 눈을 떼고 기지개를 켠다전화벨이 울렸다. ‘이 소장님이시죠지난번 관리과장 채용 공고에 하루 늦게 응모했던 G입니다.’ 기억이 났다서류 마감이 끝난 다음 날 서류가 접수되었다보유 자격이 충분해 면접 기회가 주어졌고 최종 그가 선택되었다과장으로 부임한 지 보름 만에 관리소장의 사직으로 자격증을 보유한 그가 소장으로 발탁되었다고 했다그만한 역량을 인정받았기에 발탁된 것이라 하고 축하의 말을 건넸다진작 연락하려 했으나 단지 사정으로 늦어졌다며 언제 식사 한번 하자고 했다그런 자리라면 사양하지 않겠다며 당시 면접자인 K본부장과 통화 후 다시 연락하라고 했다아니래도 먼저 통화했으나 현장에서 열심히 근무하는 것으로 족하다며 사양했다고 한다본부장의 성품을 알고 있기에 그랬겠지’ 하며 미소를 지었다.


  입사 당시채용과 관련한 발전기금 등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없었고 식사 한번 대접할 기회가 없었다부임한 지 몇 달이 지나 업무차 방문했을 때 거의 끌고 가듯 하여 점심 한 끼 대접한 게 전부였다그런 회사와 사람이었기에 업무에 매진하여 위탁관리 계약연장으로 회사에 보답하고자 했다. 어쨌 기분 좋은 소식이다하루 늦게 도착한 소장의 지원서류를 본부장과 의논 후 전달해준 것이 내가 한 일의 전부다전화를 받기 전까지 통화한 적도 없었고 근무지 연락처도 모르고 있었다. G 소장으로선 나의 작은 배려로 새로운 진로가 모색되었으니 밥 한 끼 대접하고자 함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온라인 모임 공간에서 알게 된 J도 유사한 경우다가입 당시 회원 수 3만이었으나 최근 16만으로 공동주택 종사자 온라인 모임으로 전국 최대인 카페다. 13년 전 가입 후 취업이나 업무 관련 유용한 정보를 얻음은 카페 활동을 통해 많은 사람을 알게 되었다주택관리사 자격 취득 후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취업전략 수정을 조언해 준 사람도 카페의 지인이었다그런 도움을 받았기에 나 또한 기회가 있다면 같은 길을 가고자 하는 이에게 작으나마 도움을 주리라 생각했던 것이었다


  J는 자격 취득 후 주택관리업계 진입을 모색 중이었으나 여의찮아 다른 직종에 종사하며 카페에 글을 올리고 있었다긴 글은 아니었으나 격이 있고 해학도 있었다그의 글을 접한 후 계속 글을 찾아보며 댓글도 달았다글에는 글쓴이의 생각 또는 관점철학이 깃들어 있다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면 괜찮은 사람일 것이라 판단에 그가 이른 시일 내 취업의 관문을 뚫어내기를 소망하였다얼마 후 근무지의 반장 한 사람이 이직하여 모집공고와 함께 J에게 이력서를 보내라 했다두 사람의 후보자 중 J를 의중에 두고 선임 반장의 의견을 물었다반장의 생각은 나와 달랐다그만둔 반장이 자격보유자였기에 이직한 것이라며잠시 머물다 갈 사람보다 오래 함께 근무할 것으로 판단되는 다른 사람의 채용을 원했다고민 끝에 전후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메일을 보냈다아쉬움이 있으나 근무자 간의 호흡을 우선 하여야 했다얼마 후회사 인트라넷에 구인공고가 게시되었음을 확인하고 J에게 이력서를 내보라고 했다해당 단지의 사정으로 이력서 접수한 날 면접을 통보받고 다음 날부터 근무를 시작하였다   

  

  지난번 채용하지 못하는 사유를 설명하고 그에게 보낸 메일과 관련하여 J가 카페에 실명을 언급하며 글을 올렸었다채용 시 합격자 외에는 결과 통보를 하지 않는 것이 업계 관행이며 풍토인데 기대하지 않았던 양해의 메일을 받은 것에 대한 소회의 글이었다채용 후 걸려 온 전화에 글을 올리더라도 실명 언급은 하지 말라고 했다. J는 지금 관리과장으로 근무 중이다기사로 취업한 지 두 달 만에 90Kg에 이르는 그의 듬직한 체구와 업무수행 역량을 지켜본 관계자의 추천으로 이웃 단지 관리과장으로 영전한 것이다덕분이라며 감사의 마음을 담은 장문의 메일을 보내왔다그 역시 본인의 복이니 열심히 근무하라 답했다. K 본부장이 했던 그대로였다그 외 카페 활동을 통해 알게 된 몇 사람을 관리소장과장기사로 추천하여 잘된 일도 있고 안된 일도 있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이며 변함이 없으리라내가 업계에 입문하게 된 경위가 그러했고 회사와 관계자로부터 받은 처우가 그러한데 어찌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을까내가 받은 대로 또 힘이 닿는 대로 업계 입문과 복귀를 원하는 후배들에게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 것이다그들 역시 그런 기회가 있다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손을 잡아 줄 것이다인연을 맺는다면 선한 인연이어야 하고이해득실을 따지는 그런 인연은 맺고 싶지 않다작은 인연이긴 하나 때에 따라 큰 인연으로 발전하기도 하는 것이 인간사가 아닌가그런 생각을 지니게 해 준 회사와 K본부장이 고마울 따름이다. G 소장과 과장의 건승을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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