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나의 집이 갖고 싶었다.

#1. 집이 가지려다 짓게 되기까지

by 은유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아니 끝이 어딘지 모르도록 쳐오르고 있었다. ) 있을 때

(그럼에도 꼭지점은 아니었다)

지금 아니면 못살것 같았다.

나도 남의 집에 더이상 얹혀살고 싶지 않았다.


아이를 오랫동안 키워주신 부모님은 외곽으로 가서 주택을 짓고 살고 싶다 하셨다.

나이가 들수록, 병원이 가까워야한다는데 더 멀리가면 안된다고 했던 얘기가 생각났고,

그러기엔 꽤 살아온 이 동네를 떠나긴 엄마도 아쉬우신것 같았다.


마실 나가는것처럼 한번 슬슬 다녀보자 싶어 엄마와 함께 부동산엘 갔다.


처음 들어간 곳 사장님은, 아무 약속도 없이 집보러 오겠다고 하시면 안된다고, 집주인이 안보여주신다고 면박아닌 면박을 주었다.

주저하지 않고 문을 박차고 나왔다. 궂이 거기서 더 할 얘긴 없었다.



그리고 두번째 들어간 곳

부모와 아들이 다같이 하는 부동산이었다. 가족경영이 이런것인가?

셋이 앉아서 우리 얘길 들으면서 위아래 훑어보는 듯한 '돈은 어느정도 있으려나, 어느정돈지 알고 내가 대응해 주겠어' 뭐 이런 느낌이 들었다.

그들의 말투는 친절함이 깃들지 않았다는 것을 몇마디만 나누고도 느낄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돈이 별로 없었던걸 들켜버린게 자존심이 상했나보다.

일상적인 그들의 말투였을지 모르는데,

내 마음 속 칼이 그 말들을 쓱쓱 베어, 그게 내 가슴에 날카로운 말로 변해 들어온 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그랬다. 어쨋든 우린 돈이 많지 많았다. 그런데 주택 매매를 물어보니, 안될것 같은 모양이었나부다.

역시 그냥 나왔다. 역시 소심한 복수심에 나 역시 날카로운 말들을 내뱉고 문을 쾅 닫고 나와버렸다.

(그들은 이 하락장에서 잘 버티고 있으려나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한군데만 가자고 했다. 그게 우리에겐 큰 행운을 가져다 줬다.


들어간 곳의 부동산 사장님은 굉장히 젠틀하시지만 아주 친절하지도 그렇다고 불친절하지도 않으셨다.

사무적인것 같으면서도 이상하게 맘은 편했다. 진정성이 있어보였다.

우리같은 분들을 여럿보았고, 실제로 해낸 것을 지켜보았기에 확신에 찬 눈빛으로 얘기해주셨다.

사장님은 지어진걸 사는것 보단, 땅을 사서 짓는게 더 적은 자본으로 할수 있는 일이라고 하셨다.

언감생심, 집을 짓다니, 그것도 단독이 아닌

다가구 집을, 그렇게 큰 집을 어떻게???


사장님은 어떻게 짓는지, 어느정도가 필요한지, 그리고 레버리지를 어떻게 쓰는지 차근 차근 종이에 적어가면서 알려주셨다.


무언가에 홀린듯 들었다. 할수 있다는 희망이 희미하게 다가오는 듯 했다.


왠지 할수 있을것 같았다. 얼추 예산도 맞출수 있을것 같았고, 우리에겐 믿을만한 가족도 있었다. 그렇게 땅을 봤다.

산자락을 마주하고 있는, 남향의 넓은 택지였다. LH에서 분양한 택지였기에 대지는 큰 이슈는 없었다. 계약을 하고, 건물을 올리는 일만 남았을뿐, 옆에 집들을 보니 정말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 같아보였다.

이렇게 잡초가 우거진 땅이 번듯한 주택으로 바뀌다니... 그걸 우리가 과연 할수 있을까?


땅을 보고 집에와서, 이거 사기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잠을 제대로 못이뤘다.

자꾸 보았던 땅이 아른거렸다. 이미 내 마음속엔 오늘 계약을 한것 같은 마음이었다.

그렇게 아른아른 거림에서 결국 그래서 뭐가 되든 해보자하는 결정으로 바뀐것 같았다.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의 집짓기는...


집 근처 산책을 하면서 예쁜 주택을 보며, 아늑한 조명아래 우아하게 앉아있는 창밖의 드리워진 그들의 그림자를 보고 있노라면 언제쯤 저런 안락함이 주어질까?라고 생각만 하며 막연한 꿈을 꾸었었는데

막상 그게 가능한 일이고 이번이 기회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가슴이 뛰었다.

이미 내 마음엔 벌써 집을 다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