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퀴엠을 듣다가

나를 염해보고 싶어

by 향순

레퀴엠을 듣다가


구향순


포레의 레퀴엠을 듣다가

불현듯

나를 염해보고 싶어

향기로운 기름을 바릅니다만

도무지 향기가 나질 않습니다


몸 안의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는데

먼 기억 너머

용서라는

무거운 말 있습니다


용서, 재채기 한 번으로

토해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한 줄기 내리고 마는

소나기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의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


첫눈 내린 저녁

가난한 시를 씁니다

주여, 내 죄를 사하여 주옵소서

내 생에 한 번

과분한 소망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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