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한 번은/구향순

당신의 가슴은 특별한 안주

by 향순

우연이었다

후미진 골목 허름한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잔에 버거움 부려놓는

말쑥한 차림새의 중년 남자


지켜야 할 체면은 제웅 같은 건지도 몰라

가슴에 바늘이 꼽혀도 피 한 방울 나지 않는


주섬주섬 꺼내놓을 수 있다면 아마

상처의 흔적들이 특별한 안주가 될 거야


짓무르고 덧나다 말라버린 노가리나

굳어가는 간과 쓸개를 꺼내 들들 볶거나

이제 막 토막 낸 곰장어 같은


포장마차

그래도 한 번은

속죄받은 양같이 가벼워져야지


민낯으로 다가가면 눈썹춤 한 번으로 선뜻

술 한 잔 따라주겠지


헛헛함이 잘 어울려

무지근한 뒤 한 번 시원하게 보는 거야

오랜 진통 끝에 핀 화사한 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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