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소중한 친구로 인해 고민하고 있는 모든 이에게 필요할 순간에 대하여

by 일상의 정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한 주를 보냈다. 고질적인 소화불량이 병증으로 나타난 월요일 아침부터 시작이었다. 아픈 속을 달래기도 수차례,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의 통증으로 번져가 결국 일터에서 조퇴를 선언했다. 바로 병원으로 향해 간단한 검진을 하고 난 뒤 다음날 오후에 있을 내시경 검사를 위한 길고도 긴 금식이 시작됐다. 무려 25시간의 공복 끝에 검사를 마친 나는 의사로부터 그냥 가벼운 위염, 식도염이란 진단을 받았다.


간단한 진단, 그에 비해 그동안의 시간들은 정말 간단하지 못했다. 매일 밤 ‘아 왜 이리 목구멍이 답답할까, 생각해보니 이렇게 속이 아파진 것도 몇 년 째인데 그새 암 같은 큰 병이 생겨버렸으면 어쩌지…’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의사의 진단을 들은 후로는 내 스트레스에 대해서 생각했다. 소화기 질환은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는 게 보편적인 상식이기도 하니까… 주변에선 그런 질문을 듣기도 했다. ‘변계장 무슨 스트레스를 그렇게 많이 받길래 그래?’ 그 말이 은근히 기분이 나쁘기도 했다. 왜냐면 난 스스로 꽤나 스트레스 관리를 잘한다고 생각했었고, 주어진 삶 속에서 늘 충실히 그 무게를 감당하고 있는 그럭저럭 어른스러운 사람으로 성장했다고 믿고 싶어 하는 자존심이 마음 한 구석에 늘 있었기 때문이었다.


생각해보면 요즘 가장 큰 스트레스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일이라는 것은 또 내가 자처한 일이다. 나는 한때 우리 동네의 한 교회를 집처럼 드나들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때를 생각해보면 내 안에 확신은 없었다. 그냥 왠지 신이 있다고 확실하게 믿어야 할 것만 같은 지나친 의무감이 가득 차 있었다. 물론 그 안에서 위로받고 좋았던 시간들 또한 참 많았었다. 하지만 23살쯤 되었을 때 나는 조금씩 교회라는 집단을 지웠고 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던 신앙이라고 하는, 믿음이라고 부르는 그 가치관을 희미하게 지워가기 시작했다. 내 생각과 마음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는 사건이 있었고, 그로 인해 나는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 오롯이 내 안에서 비롯된 진실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점차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났다. 20대 초반에서 후반이 되었고, 학생에서 직장인이 되었고, 눈가에 주름이나 주근깨 같은 것들도 생기는 슬픈 변화도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교회에 다시 나가기 시작한 지 약 한 달가량 되었다. 계기는 나의 오래된 친구 때문이다. 요즘 조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친구에게 항상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 친구는 교회에 열심히 나간다. 수요일,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대부분 교회에 나간다. 처음엔 친구랑 같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나도 교회에 같이 나가는 게 친구의 곁에 있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교회에 나가는 일이 나에겐 많이 힘들고 불편한 일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설교를 듣고 있자니 불편하고, 나랑 다른 이유로 그 시간을 보내고 소통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는 일이 꽤나 곤혹스럽다.


친구에게 힘이 되어주기 위해 시작한 일들이 되려 나를 힘들게 하는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불편한 날들이 이어졌다. 또 이전처럼 억지 열심을 내기에는 내 심지가 너무 굳어버렸기에 그 또한 불가능에 가깝고, 나를 잃어 가면서 타인을 위해 열심을 낼 만큼 자기희생적인 사람이 되는 것은 스스로가 원치 않았다. 고민만 깊어가고 이렇다 할 해답을 얻지 못하다 보니 자꾸 체한 듯 갑갑하고 목구멍이 막혔던 것 같다. 이 괴로움에 대해 친구와 이야기해봐도 되는 걸까 걱정이 된다. 괜히 더 힘든 짐을 주는 것은 아닌지, 괜히 내가 나서서 친구의 마음을 더 어지럽게 한 것만 같아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대화가 필요한 순간이다. 너의 힘든 일이 어떤 것인지, 나의 힘든 일이 어떤 것인지 우리가 서로 터놓고 이야기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솔직한 마음을 나눔과 동시에 우리가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또 앞으로의 시간에도 우리가 각자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힘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행복한 순간, 힘든 순간을 늘 나누는 변함없는 너의 친구가 되길, 우리 관계가 되길 바라면서 이 글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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