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직장동료의 열정적인 부탁이 있었다.
“(중략) 미국에서 수요가 있을만한 한국 상품과 LA 쪽 디스트리뷰터를 알아봐 주세요”
요즘 미국에선 한국상품이 시장에 스며드는 초입에 있다고 본다.
플레즌튼에 있는 대형 쇼핑몰에서 옷판매를 하는 사장을 알고 있다.
드레스를 전문으로 파는데 액세서리와 한국 화장품을 함께 팔고 있다.
상품은 LA 자바시장에서 공급을 받는데 액세서리를 공급하는 공급자의 연락처를 받을 생각이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요즘 장사는 어떠세요?”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사정 얘기를 하고 액세서리 공급처를 물어봤다.
“귀걸이 액세서리를 보면 상표가 여러 종류네요. 민트, 프레쉬,,, 같은 곳에서 공급하나요?”
“에이, 단가가 맞지 않아요. 그거 다 중국산이고 한국산은 이익이 남지 않아요 (중략)“
구구절절 다른 얘기들로 말을 돌리고 연락처는 대답을 회피한다.
“화장품은 아마존에 들어가면 거기가 공급자 가격하고 별 차이가 나지 않아요. 2달러 벌자고 같은 가격으로 하면 손님들이 그냥 아마존에서 사죠. 대형 회사가 바로 물건을 올리니까 경쟁이 되지 않아요”
말은 많은데 공급자의 연락처를 알려주지는 않는다.
결국 말만 오지게 많은 옷가게 사장과 인사를 나누고 돌아섰다.
그는 비정할 정도로 냉정했다.
연락처를 알려주면 사업이 망할 거라 경계했을지도 모른다.
이국땅에서도 한국인들은 서로 경계한다.
모두가 그렇지 않겠지만 오늘은 씁쓸하다.
동료의 간절한 부탁이었는데 속절없이 물러났다.
경기는 어렵다.
특히 이맘때의 봄시즌은 경기가 위축된다.
미국은 세금신고가 4월 14일까지이고 모두가 세금 신고기간까지 소비를 줄이는 편이다.
더욱이 트럼프의 이민자 단속으로 쇼핑몰을 자주 찾는 멕시칸의 이동이 확연히 줄었다고 한다.
멕시칸들의 소비는 작지 않은 편이다.
옷가게를 나와 메이시 쪽에 위치한 포에버 투에니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포에버 투에니원은 중저가의 옷을 파는 큰 회사로 한국계가 만들었다.
LA를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했는데 이번에 파산을 했다. 벌써 두 번째 파산이다.
전품목 50% 세일이라는 빨간색 표지가 여기저기 붙어 있다.
백화점이 망해가는 판에 오프라인 옷가게도 예외가 아닌 세상이 되었다.
세상은 열정적으로 급격히 변해가고 있다.
반면에 냉정적인 기류가 다른 한쪽을 쳐내고 있다.
인터넷 혁명을 훨씬 뛰어넘을 거라고 예측되고 있는 Robot, AI, Chat GPT 산업등이 앞으로 인간을 도와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지 혹은 인간 사회를 극단적인 빈부격차나 세상을 말살할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