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나 멧토끼

어른 동화

by 창복

아프리카에서 사바나 멧토끼 형제들이 태어났다.

형제들은 태어나자마자부터 뛰어다녔다.

막내는 형제들 중 체구는 가장 작았고 가장 힘이 없었고 잘 뛰지도 못했다.

막내는 어두운 굴속에서 형제들이 뛰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일상이었다.

형제들은 무럭무럭 자라 튼실한 뒷다리를 보이며 자랑을 했다.

“얘들아 나 이번 운동회에서 빨리 뛰기 일등 했어 “

첫째가 자랑했다.

“난 높이뛰기 일등했어 “

둘째가 자랑했다.

“난 멀리 듣기 일등이야 “

셋째가 자랑했다.

“난 장애물 넘기 일등인데”

넷째가 자랑했다.

형제들과 그 친구들은 굴밖으로 나와 매일 재미난 놀이를 하며 마음껏 놀았다.

그들의 웃음소리는 행복한 멧토끼 마을에 울렸다.

하지만 막내는 밖에 나가지도 못했다.

빨리 뛰기도 멀리뛰기도 멀리 듣기도 장애물 넘기도 힘겨워서 함께 놀이를 즐기지 못했다.

막내는 형들과 그 친구들이 부러웠다.

막내는 그 동네 멧토끼들의 비웃음거리였다.


화창한 어느 날 빨리 뛰기를 잘하는 첫째와 그 무리들이 집으로부터 먼 곳으로 맛있는 과실을 따러 나간 직후였다.

치타무리가 그 동네로 지난다는 소식이 들렸다.


모두가 토끼굴로 숨었고 치타들이 지나길 기다렸다.

얼마 후 치타들이 떠났지만 슬픈 소식이 들렸다.

빨리 뛰기를 잘하던 첫째와 그 무리들이 치타들에게 잡혀갔다고 한다.

통곡소리가 마을에 슬프게 울렸다.


슬픔이 지난 다음날 높이뛰기를 잘하는 둘째와 그 친구들이 높은 나무가 있는 들로 나갔다.

높은 나무에 열리는 물이 가득한 열매는 멧토끼들의 간식거리였다.

높이 뛰며 간식을 따던 둘째와 그 친구들은 어느새 날아든 독수리의 날카로운 발톱에 낚였다.

겨우 한 마리가 도망쳐서 토끼마을에 알렸다.

두 번째 큰 희생이 일어났고 마을은 울음바다가 되었다.


독수리들의 공격 후 마을회의가 열렸다.

당분간 멀리 나가지 말고 경계를 하기로 했다.

멀리 듣기를 잘하는 셋째와 그 친구들에게 마을의 외곽에 보초를 세우게 했다.

침입자들의 움직임을 멀리부터 듣고 경계하여 마을을 지키기로 했다.


셋째는 동쪽 끝에서 친구와 함께 경계를 섰다.

사자무리가 올 때 경계를 울려 마을을 보호했다.

서쪽에서는 하이에나가 나타났다고 경계가 울려 모든 동굴로 피신을 해서 살았다.

남쪽에서는 늑대들이 나타났지만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북쪽에 있던 셋째 친구들은 조용했다.

그리고 비명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했다.


뒤늦게 달려오던 셋째와 친구들은 너무나 놀라 도망치지도 못했다.

커다란 구렁이들이 소리도 없이 북쪽으로부터 마을을 덮친 것이다.

셋째와 경계를 보던 많은 친구들이 모두 구렁이에게 잡혀갔다.

마을은 큰 혼란에 빠졌고 충격으로 인해 울음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장애물 뛰기를 잘하는 넷째와 그 친구들이 마을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혼란을 수습했다.

부서진 마을과 부상을 입은 친구들을 민첩하게 이동시켰다.

부서진 잔해를 치우고 부상자를 평평한 땅에 누이고 치료하며 바쁘게 움직였다.

어느 정도 수습이 되어 한숨을 돌리던 차에 얼룩말들이 토끼마을을 뛰어오기 시작했다.

얼룩말들의 뒤로는 들소 떼까지 몰려오고 있었다.

건기를 버티지 못하고 물과 풀이 있는 서쪽으로 향하는 연례이동이었다.


토끼마을은 또다시 쑥대밭이 되었다.

얼룩말과 들소 떼들의 발굽에 지상의 토끼마을은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그로 인해 마을을 수습하던 넷째와 친구들이 희생되었고 모든 게 파괴되었다.

이제는 울 수 있는 멧토끼도 남아있지 않았다.


깊은 굴속에 있던 막내 멧토끼는 홀로 살았다.

막내는 자기가 가장 잘하는 굴을 팠다.

굴을 파는 일은 지루하고 피곤하고 흙먼지를 뒤집어쓰는 고된 일이었다.


자기만의 동굴 지도를 만들며 물샘이 있는 물창고와 나무뿌리가 있는 식량창고를 만들었다.

가장 느리지만, 가장 듣지 못하지만, 가장 멀리 보지 못하지만 그래도 막내 멧토끼는 살았다.

동굴로 연결되던 어느 날 이웃마을의 예쁜 멧토끼를 만나서 결혼도 하고 아이들도 낳았다.

자기가 만든 땅속 굴들로 연결되는 큰 왕국에서 막내 멧토끼는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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