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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복 Nov 09. 2024

옥수수 보리차

깊어가는 가을에


새벽인데 전화벨이 울린다.

언뜻 본 발신자 이름이 와이프 같다.


“여보, 지금 몇 시지?”

“아빠, 나야, 첫째”


첫째였다.


“어,,,, 그래, 무슨 일 있니?”

“아니, 그냥 전화했어. 아빠 자고 있었어?


첫째의 목소리는 미세한 떨림이 있었고 약간 잠겨 있었다.

어제 늦게 잔 탓에 눈이 잘 떠지지 않았다.

이렇게 이른 시각에 전화를 한다는 건 이유가 있다는 걸 직감으로 안다.


“음,, 아침은 먹고?”

“응, 이제 준비하고 학교 가야지”

“그래. 날씨는 어때?”

“추워,,,, 근데 머리도 아프고 속도 울렁거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몸이 괴로우니 아빠한테 전화를 건 것이다.

아이들이 아프다는 말은 항상 긴장하게 한다.

이번에 첫째는 날씨가 추워지면서부터 감기 기운이 생겼는데 특히 머리가 아프다는 말부터 했다.

벌써 3주간 오르락내리락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인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너무 움츠려서 그래, 오늘은 목에 스카프도 하고 따듯하게 입고 가. 내가 가까이 있으면 챙겨 주겠지만 멀리 있으니 너 스스로 몸을 보호해야지. 따뜻한 스프라도 아침으로 먹고 점심 거르지 말고. 알았지?”


속사포처럼 말이 이어진다.

첫째는 알았다고 말하고는 전화를 마무리했다.


 인지 보지않고 잠시 누워 있었다.

머리를 떠나지 않는 첫째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상태가 걱정이었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고 기온은 떨어지고 있다.

미리 전기장판을 사서 보내주었지만 먹는 음식이나 마시는 것까지는 다 챙겨주지 못했다.

아마존으로 오뚜기 크림수프와 옥수수 차를 보내긴 했어도 턱없이 부족했을 다.

앞으로 3주를 잘 보내야 한다.

몸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하고 1학기 기말시험까지 잘 치러야 한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저런 생각이 잠을 깨웠다.

해가 뜨고 있는지 어둠의 어슴푸레한 그림자가 걷히고 있었지만 여전히 공기는 차가웠다.

따끈한 옥수수 차가 그리웠다.

볶은 옥수수와 보리를 섞어 한 주전자를 불에 올렸다.

물이 끓으며 공기 중으로 옥수수 보리차 향이 가득 메워진다.

 애가 옆에 어서 같이 마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여전히 감기가 떨어지지 않고 있는 마누라에게 따뜻한 옥수수 보리차를 마시게 하고 다는 생각을 했다.


가을이 깊다.

공기가 차가워지는 만큼 따듯한 차 한잔이 더욱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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