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절대로
오늘은 실밥을 푸는 날이다.
쌍꺼풀 수술 후에 세수도 못하면서 버텼는데 비로소 시원하게 세수를 하게 되었다.
앞 트임을 한 실밥은 지난 금요일에 풀고 오늘이 2차로 모든 실밥을 제거하는 날이다.
속 시원하겠다.
원래 고지식했던 나는 몸에 칼을 대는 행위를 절대로 절대로 반대했었다.
결혼 4년 차였다.
해외 출장을 마치고 공항에서 나오는데 와이프가 첫째와 마중 나와 있었다.
그런데 얼굴을 반이나 가릴 수 있을 정도로 알이 큰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실내에서 멋진 척을 하려고 하나 생각하며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안았다.
“웬 선글라스야, 가을에 그리고 실내에서”
와이프는 대답도 못하면서 “헤헤” 하고 겸연쩍은 듯이 웃었다.
와이프의 얼굴을 보려고 포옹을 푸는 순간 눈두덩이에 살색 테이프가 붙어 있는 걸 보았다.
그리고 알아차렸다.
“너! 뭘 한 거야!”
얼마 지나지 않아 추석이었고 와이프는 선글라스를 끼고 어머니 옆에서 전을 부쳤다.
어머니께서는 그런 와이프에게 쿨하게 말씀하셨다.
“이쁘면 됐지, 암시롱 안 해”
이번엔 작은 아이 차례였다.
그리고 오늘 실밥도 풀고 붓기도 가라앉았으니 제대로 얼굴을 보게 되었다.
-(실밥 다 뺐어. 마지막으로 원장님 만나고 가도 된대)
-(그래, 잘 나왔어?)
-(원장님이 마지막에 보시곤 잘 나왔데)
-(다행이네)
-(내년에는 언니가 온다고 했더니 호탕하게 웃으면서 방으로 들어가셨어)
‘신체발부 수지부모’를 고집하며 고지식하던 내가 작은 아이와 어떻게 되었니, 잘 나왔니 하며 대화를 하고 있다.
어찌 보면 신체를 관리하는 것이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면 수술 또한 같은 효도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때의 맞음이 오늘에 와서 틀림이 될 수도 있다.
아이들이 이쁘면 좋고 건강하면 좋고 당당하면 좋다.
그때의 나는 틀렸지만 오늘의 나는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