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오늘도 비둘기 한 마리가 이웃집 지붕 모서리에 앉아 있다.
누굴 기다리나?
늘 한 마리는 자기 짝을 찾으려고 기다리고 기다린다.
다른 짝에 외면당하고 또 다른 짝에도 외면당한다.
끈질기게 노력하는 걸로 보이는데 어김없이 외면당한다.
어릴 적 산에 있는 나무가 부러운 적이 있었다.
나무는 봄여름가을겨울을 견디고 다시 사계를 견디고 살아간다.
늘 푸르고 굳건하고 항상 그 자리에 있는 나무가 부러웠다.
난 약해서 흔들리고 고민하고 괴로워서 몸부림을 치는데 세상을 이기는 나무는 부러운 대상이었다.
어느 날엔 하늘을 나는 새를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날 수만 있으면 넓은 세상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가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들과 산에 피는 야생화를 자유롭게 유영하며 볼 수 있으니 행복할 거라 생각했다.
세상의 원소 중 가장 중요한 걸 고민했을 때 난 물이 세상의 근본이라고 생각했다.
물이 없는 세상은 종말이지만 더욱 중요한 건 쉽게 육체를 깨끗하게 씻어낼 수 있는 능력 때문이었다.
물은 모든 생명의 근본이자 생명임은 자명하다.
살아가고 다시 태어나는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니 물의 순환을 경험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의 영광을 이 노래로 드립니다. ~~~~”
들국화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다.
나무보다 훨씬 작고 한 해 피고 꺾이지만 다시 새로 피는 꽃이 더 아름답다 생각했다.
소박하지만 모이면 화려해질 수 있고 하나이지만 강렬한 색감이 인상적이라 생각했다.
물의 순환 중 빛으로 보이는 물의 자기표현이 들녘에 핀 들국화가 제격이란 생각을 했다.
그래서 작지만 색깔의 강렬함과 들녘에서 피는 강인함과 오랫동안 풍기는 꽃 향기의 은은함을 좋아한다.
10월, 11월이 되면 종로 거리엔 리어카에 가득 담긴 들국화를 볼 수 있었다.
술 몇 잔을 마시고 거리에 서면 차가운 밤공기에 실려 국화꽃 향기가 풍겼다.
리어카에 가득 실린 들국화가 밝은 조명을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와이프는 노란색 들국화 한 다발을 안고 팔짱을 끼며 기뻐했었다.
은은하지만 깊은 들국화의 향기와 작지만 단색의 강렬한 색감처럼 나의 사랑도 그러하길 바랐다.
그리고 그때의 우리 청춘이란 두터운 외투사이로 번지는 따뜻한 온기 같은 행복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