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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연습

by 창복


“나, 들어갈게. 지금 출발해도 밤 10시에 집에 도착이야. 밤 운전 조심하고 특히 비가 내리니까 천천히 운전해야 해. 집에 도착하면 전화 주고. 알았지?”


8시 30분이다.

작은 애를 끌어안고는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샌프란 공항이고 난 출국 심사대에 들어서려 한다.

3주 전 했던 공항에서의 마중은 오마주처럼 오늘도 되풀이되고 있다.


오늘 새벽에 장인어른의 부고소식을 들었다.

한국행 비행기 티켓팅을 바로 하고 와이프와 통화를 하고 와이프 오빠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잠자리에 다시 누웠는데 정신이 말똥말똥하다.

새벽 2시 40분이다.


머릿속으로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가장 시급한 건 회사일이다.

닉이 요청한 시뮬레이션은 결론이 나지 않았다.

어제저녁 미팅에서 실마리가 될 만한 테스트 데이터가 있었는데 닉은 고집을 부렸다.

난 결과가 맞다면 시뮬레이션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니 행복한 결말일 거라 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고 오늘 오전 중에 분석한 결과와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보내주었다.

다행히 케이씨가 분석한 내용을 이해하고 닉에게 다음 스텝을 요청했다.

닉은 부랴부랴 그렇게 하겠다고 메일을 보냈다.


회사에 타임 오프를 요청하고 케이씨에게 개인 메일을 보내 다음 주에 개인휴가를 사용한다고 알렸다.


작은 아이가 학교에 간 사이 싱크대와 렌지대를 청소하고 2층에 있는 휴지통과 쓰레기 통을 비우고 냉장고를 정리했다.

앞으로 1주일 동안 먹지 않을 음식을 치웠다.


가방에 짐을 챙기고 입고 갈 옷가지를 걸어 두었다.


학교에서 돌아온 작은 애와 식탁에 과자를 펼쳐 놓고 담소를 나누었다.

작은 애가 만들어 준 캐러멜이 빠진 마끼아또를 마시며 두런두런 얘기를 했다.


떠날 시간이 다가오자 마음이 급해진다.

막 차를 타려고 하는데 작은 애가 이것저것 물어본다.


“신발은 하나야? 하나 더 챙겨”

“마스크는? 내가 가져올게 “

“아빠가 운전하게?”

“안경집은 있어?”

“선글라스는 필요 없어?”


공항까지 오는 내내 아빠와 딸은 말이 줄었다.

하늘은 어두운데 검은 구름이 가득하고 빗줄기가 거셌다.

시간은 멈춘 듯 조용히 흘렀다.

검은 도로에 헤드라이트에 비추인 노랑 실선과 하얀 실선이 드러나 보이고 빗줄기는 사선으로 내리고 있다.

가끔 오가는 짧은 질문이 있을 뿐 아빠와 딸은 나란히 앉아 앞을 응시할 뿐이다.


짧은 기간의 이별이지만 그래도 난 슬프다.

연습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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