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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계인총각 Aug 25. 2024

아들과 함께 '마카오 구도심' 기행

포르투갈 유적지, 세나도광장과 성바울성당

마카오 세나도광장

2024.08.23


마카오 구도심, 마카오 반도의 핵심 관광지는 ‘세나도광장’과 ‘성 바울 성당’으로 대표되는 포르투갈 유적지다. 세나도광장에 들어서면 17세기 포르투갈 식민지 시절에 지었던 건축물로 인해 '유럽 향기'가 물씬 풍긴다. 마카오에서 유명한 간식 '에그타르트'도 포르투갈 식민지의 산물이다. 삐까뻔쩍 타이파섬(코타이 호텔 지역)이 조금 식상해질 때 마카오 반도로 넘어오면 ‘홍콩스러운’ 구도심의 분위기와 이색적인 유럽 건축 양식을 느낄 수 있다.

마카오 포르투갈 유적지 성바울성당

우리는 갤럭시 호텔 계열 '브로드웨이 호텔'에 머물 때 구도심을 방문했다. 브로드웨이 호텔은 순전히 갤럭시 호텔의 대형 워터파크인 ‘그랜드 리조트 덱(Grand resort deck)'을 이용하기 위한 선택이었는데, 방은 모텔급이지만 오로지 ‘그랜드 리조트 덱’을 가려는 목적이라면 저렴한 브로드웨이 호텔을 추천한다. 2박 하는 동안 총 3번 그랜드 리조트 덱을 이용할 수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룸 컨디션은 기대하지 않는 게 실망하지 않는 방법이다. 아이러니하지만, 우리 가족은 '그랜드 리스보아 팰리스', '세인트레지스호텔'보다 브로드웨이 호텔에서 가장 잘, 그리고 푹 잤다.

마카오 갤럭시 호텔 전경

본론으로 돌아와서, 갤럭시 호텔에서 세나도광장으로 가려면 택시 또는 호텔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택시를 타면 100 mop 정도, 약 17000원 나오지만, 세나도광장 바로 앞까지 갈 수 있다. 호텔 셔틀버스는 마카오 반도에 있는 갤럭시 계열 호텔인 ‘스타월드 호텔’에 내려서 15분 정도 걸어야 한다. 땡볕에서 15분 걷는 것은 쉽지 않다. 비단 걸을 때만 그런 것은 아니다. 마카오에서는 뭘 하든지 땡볕이 내리쬐는 날을 피해야 한다. 비는 오진 않지만 흐린 날이 여행하기 좋다. 우리가 오로지 호캉스를 했던 지난 5일간은 가끔 비가 오는 흐린 날씨였는데, 마지막 이틀 마카오의 살인적인 더위와 햇볕을 만났.

갤럭시 호텔 크리스탈 로비 장식

스타월드 호텔로 가는 셔틀버스는 갤럭시 호텔 로비 중 ‘크리스탈 로비’에서 타야 한다. 크리스탈 로비는 최고급 호텔인 '래플스' 출입구가 있는 곳이다. 마카오 구도심은 중국인에게도 핵심 관광지였다. 금, 토, 일요일에는 셔틀버스를 타려는 관광객이 많아 버스 1대 정도는 보낼 각오를 해야 한다. 우리는 간신히 바로 온 셔틀버스를 탈 수 있었는데, 뒤돌아보니 대기 줄은 여전히 길었다. 스타월드 호텔까지는 15분 남짓 걸린다. 버스 바깥 풍경, 특히 타이파섬과 마카오 반도를 연결하는 다리를 지나는 동안 주변 도시인 ‘주하이’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바다와 연결되는 강 사이로 독특하면서도 하늘 위로 쭉 뻗은 마천루가 ‘리틀 상하이’ 느낌을 준다.

마카오반도 '윈 호텔' 후문 로비에서 펼쳐지는 황금나무 쇼

스타월드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중국 관광객들이 앞다퉈 길 건너에 있는 오리지널 '윈 호텔'로 몰려 들어갔다. (타이파섬에는 '원 팰리스 호텔'이 있다.) 일단 우리도 그들을 따라갔다. 윈 호텔 후문으로 들어갔는데 로비 중앙에 둥글고 커다란 장식 주변으로 사람들이 휴대폰을 높이 들고 계속 몰려들었다. 천장과 바닥에는 '12 띠'를 표현한 부조(?)가 마주하고 있었다. 무슨 쇼를 하는지 궁금해 인파 속에서 겨우 호텔 직원을 찾아 물어봤다. 오후 1시에 ‘황금나무’가 나온다고 했다. 5분만 기다리면 볼 수 있었다.


드디어 하늘(천장) 문이 열리고 미디어 아트가 시작됐다. ''. 한자로 복이라는 글씨가 나타났다. 곧이어 바닥에서도 문이 열리더니 황금나무가 올라왔다. 예술 작품을 보는 것 같았다. 신기하고 재밌기는 했지만, 기대가 커서 그런지 허무한 느낌도 없지 않았다. 아마 중국인들의 '기복신앙'이 담긴 퍼포먼스였을 것이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핸드폰을 들고 찍는 모습도 볼거리였다.

윈 호텔 황금나무

세나도광장으로 가는 길은 그렇게 어렵진 않다. 구글 맵을 따라 찾아가면 된다. 다만 빠른 길로 가려면 한 가지는 기억해야 한다. 반드시 스타월드 호텔에서 맞은편 도로를 건너서 출발해야 한다. 윈 호텔을 구경한다고 윈 호텔을 따라 걷다 보면 길을 건너는 횡단보도가 없기 때문에 한참을 돌아가야 한다. 윈 호텔 분수대 주변에 숨어있는 듯한 지하보도를 발견한다면 조금 덜 돌아갈 수 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그랜드 리스보아, 즉 파인애플 모양의 황금색 호텔에 도착하면 거기서부터 길 찾기는 쉽다. 곧장 500m 직진하면 오른쪽으로 세나도광장이 나온다. 그런데 도로 옆 인도가 좁고 불편하다. 관광객들이 모두 그 길로 다니기 때문이다. 자동차도 엄청 많다. 구도심이다 보니 도로가 좁게 만들어졌다. 한편으로 이런 모습이 홍콩 구룡반도 도심을 연상케 한다. 햇볕이 쨍해서 덥고 땀나고 힘들긴 하다.

우리는 윈 호텔을 구경한다고 돌아서 길을 건넜다. 그러다 보니 이전에 보지 못했던 건물도 만났다. 프랑스 백화점 '갤러리 라파예트'. 파리 중심가에 있는 '쁘레땅 백화점'과 쌍벽을 이루는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이 윈 호텔 맞은편 '요호 트레저 아일랜드 호텔'과 함께 있었다. 아들에게 빨리 세나도광장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백화점에 들르진 않았다. 아들은 점점 지쳐갔다. 시원하게 쉴 곳이 필요했지만, 세나도광장 가는 길은 금은방 같은 곳만 쭉 늘어서 있어 들어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러다 세나도광장 입구를 200m 앞두고 스타벅스를 발견했다. 스타벅스는 2층에 있었고, 빵빵한 에어컨 바람 앞에서 30분 정도 쉬었다. 마카오 스타벅스 물가는 서울보다 비쌌다. 벤티 사이즈 '아이스 카페라테''망고 패션후르츠 주스' 톨 사이즈를 시켰는데, 딱 100 mop가 나왔다. 우리 돈으로 17000원. 마카오 물가는 홍콩과 비슷했다.

마카오 세나도광장으로 가는 길

마침내(?) 세나도광장 입구에 도착했다. 앗, 이게 뭔가. 유럽 건축 양식에 중국식 거리 장식과 커다란 캐릭터 모형 풍선이 분위기를 망쳤다. 유럽식 건물에 한자가 있으면 이색적이고 나름 운치도 있는데, 그런 것과도 거리가 멀었다. 촌스러운 장식들이 아쉬웠다. 덥고 쨍한 날씨가 더 원망스러웠다. 거리의 인파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했다. 노란색 외벽이 독특한 '성 도미니코 성당'을 지나 명물 '육포 거리'로 갔다.

마카오 성도미니크성당 내부와 성바울성당 표지판

성 바울 성당으로 올라가는 좁은 골목에 늘어선 육포 가게의 호객 행위와 인파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육포들은 비닐 한 장 덮어놓지 않은 채 매대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절대 사 먹을 수 없을 듯한 위생 수준이었다. 우리는 성 바울 성당을 보고 내려올 때 '비첸향'에서 육포를 샀다. 프랜차이즈답게 나름 위생적으로 육포를 관리했고, 정가와 정량으로 판매했다.

마카오 세나도광장 육포거리

육포 거리를 지나고 성 바울 성당이 나타나자 아들은 “이게 다야?”라며 인내가 한계치에 달했다. 아들은 성 바울 성당 계단 길 바로 옆에 있는 '유니클로' 매장에 들어가 쉬었고, 아내와 나는 계단을 올라 성 바울 성당을 둘러봤다. 유니클로에는 마카오 더위에 지친 어린이들이 제법 쉬고 있었다. 현재 성 바울 성당은 외벽 뒤를 보수 공사하고 있다. 우리는 예전에 왔을 때처럼 계단 길에서 사진을 찍고, 성당 외벽을 지나 뒤편으로 갔다. 작은 전시관이 있는데, 에어컨 바람이 필요해서 들어갔다. 십자가와 뼈가 전시돼 있었고, 각종 성당 유물과 그림도 있었다. 갑자기 숙연해졌다.

마카오 성바울성당 외벽 뒤 전시관

성 바울 성당을 내려오기 전에 계단 꼭대기에서 마카오 반도 풍광을 사진에 담는 것도 좋다. 사진 속 날씨는 아주 쾌청하지만 실제로는 덥고 땀나고 힘들었다. 계단을 내려오면서 생각했다. ‘마카오에 다시 온다면 이제 세나도광장은 안 와도 되겠다.’ 두 번째 방문으로 추억하기 충분했다. 유니클로에서 에너지를 충전한 아들을 데리고 다시 스타월드 호텔로 향했다. 가는 길은 쉬웠지만, 금요일 도심은 차와 사람으로 붐비고 또 붐볐다.

마카오 성바울성당 외벽과 시내 전경

화장실에 가기 위해 그랜드 리스보아 호텔에 들렀는데, 거의 ‘난민보호소’다. 호텔 로비는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호텔 밖은 고속버스터미널 같았다. 랜드마크답게 그랜드 리스보아 호텔에서 운영하는 무료 셔틀버스와 노선이 엄청 많았다. 주변 모든 호텔 투숙객이 모두 그랜드 리스보아에서 셔틀버스를 타는 것 같다. 그랜드 리스보아의 희생이 놀랍지만, 이 호텔에 묵는 손님들은 무슨 죄인가.

마카오 구도심 랜드마크 그랜드 리스보아 호텔

'차 넘고 길 건너' 우여곡절 끝에 스타월드 호텔에 도착했는데 이게 웬일인가. 타이파섬, 갤럭시 호텔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이 족히 100명은 돼 보였다. 셔틀버스를 안내하는 직원에게 물어보니 적어도 1시간은 대기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큰 마음 먹고 택시를 타기로 하고, 호텔 택시 정류장에서 기다렸는데 금요일 오후 마카오 구도심에서 택시 잡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기다리는 승객도 많았지만 택시 자체가 오지 않았다. 최소한 40분은 기다린 것 같다. 역시 구도심은 구도심이었다. 전혀 죽지 않았다! 우리가 묵었던 브로드웨이 호텔까지 15분 정도 걸렸고 요금은 미터기로 75 mop 가 나왔다. 우리는 호텔에 오자마자 이번 마카오 가족여행의 마지막 일정인 ‘그랜드 리조트 덱(Grand resort deck)’으로 향했다.

마카오 갤럭시 호텔 수영장 '그랜드 리조트 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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