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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터프롬 Letter From Aug 06. 2022

독립영화감독은 다시 태어나도 감독이 되고 싶을까?

독립영화감독, 박철우를 인터뷰하다


    영화 <메기>, <박화영>, <벌새> 입소문을 타고 이옥섭 감독과 구교환 배우와 같은 인물들이 화제가 되면서, 소위 ‘독립영화 대한 관심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하지만 ‘독립영화 무슨 뜻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필자는 이러한 물음에서 출발하여 이번 인터뷰를 기획했다. 누군가는 독립영화를 ‘묘한 느낌을 가진 저예산 영화 정의 내릴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바라보는 독립영화 산업은 동묘시장의 수북한 옷더미들 아래 숨겨져 있는 보석이다.

    그런데,  반짝이는 독립영화들은 어디 숨어 있기라도  것일까? 오죽하면 ‘ 독립영화감독들은 DVD 주지 않는가?(2013)’라는 독립영화가 있다. 보고 싶어도 보기 힘든 독립영화의 현실을 솔직하고 명확하게 풀어내  사람이 필요했다. 상영도   되는 예술 작품들을 만들며 열정, 시간, 마음을 쏟을 대로 쏟고 있는 그들 나름대로의 사정이 들어보고 싶어졌다.

    이러한 궁금증에 답해줄 독립영화감독 박철우를 찾아갔다. 그는 영화감독이자 촬영감독으로, 대표작 '상자루의 ' 제작했다. 현재 다큐멘터리부터 뮤직비디오까지 넓은 스펙트럼에서 활동하는 중이다. 카메라에 찍히는 것보다는 찍는   익숙한 그가 수줍게 카메라 앞에 섰다.
"전 제가 인터뷰한 영상 절대로 안 볼 거예요"


Q.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하셨나요?


    어릴 때는 사진 찍는 걸 좋아했어요. 집에서 여행 갈 때 자그마한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잖아요? 초등학생이 되기도 전에 그걸 보고 멋있다고 생각했나 봐요. 그래서 카메라를 사달라고 엄청 졸랐죠. 결국 초등학교 2학년 크리스마스 때 작은 필름 카메라를 선물 받았어요. 그걸로 계속 사진을 찍다가, 나중에는 교복 사라고 준 세뱃돈으로 그 당시 캐논 400D라는 DSLR을 샀죠. 그 덕분에 사진 동아리도 계속할 수 있었어요.


초등학교 2학년 때 선물받은 필름 카메라. 아직도 잘 작동한다고 한다


Q. 독립영화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음, 정말 명확하게 답할 수 있어요.

    첫 번째로, 상업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해요. 현재 한국의 영화 제작을 주름잡는 대표적인 제작사들이 있는데, 이런 상업적인 논리에 동의하지 않고 거기서 독립한다는 의미가 있어요. 예를 들면 대부분의 한국 상업영화는 CJ 기업의 투자를 받아 영화를 제작해요. 거기서 독립을 해서 감독의 사비를 사용하거나, 다른 일로 돈을 벌어서 영화를 찍거나, 투자를 받아도 완전 지배적인 상업논리에서 나온 자본이 아닌, 조금 더 독립영화를 위한 자본으로 영화를 찍는 것을 의미합니다.


    두 번째로는 지배적인 서사구조 같은 것이 있어요. 한국에서 흥행하거나 양산되는 상업영화들의 구조를 뜯어보면 이 영화가 어느 정도 팔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요. 남성, 여성, 노인, 어린이, 장애인 등의 캐릭터들을 특정 방식으로 대상화하거나 어떻게 보면 뻔하게 이야기를 가져갈 때, 오히려 대중에게 먹히기도 해요. 이런 상업적인 내러티브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미도 있어요.


Q. 결국 뻔한 스토리가 잘 된다는 건가요?


    뻔하다는 표현보다는 돈이 돈을 버는 어떤 논리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독립영화의 정의에 대해 설명하는 그

Q. 독립영화로 돈을 벌 수 있나요?


    수익이 생기냐.. 고 물어보신다면, 그건 아니에요. 결국 국비로 먹고사는 느낌이 강한데, 국비가 보통 국가 지원사업의 형태예요. 그 지원사업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독립영화를 찍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처음 영화를 찍는 목적은 그게 아니었겠지만.


    저는 사실 이게 구조적인 문제라고 생각을 해요. 지원사업을 위해 영화를 만든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제작비를 어떻게든 벌어서 영화를 찍었을 때 내가 엄청 자부심을 느낄 수 있어야 되고, 다음 영화를 찍기 위한 동력이 되어야 하는데 현재는 중간에 지원사업이 껴 있어요. 나랏돈으로 영화를 찍으면서 나라를 엄청 비판하는 영화를 만들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말이 안 되는 일을 모두가 하고 있어요.


    영화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예술계가 어떤 가치를 생산하는 일이에요. 노동과도 정말 밀접한 관계가 있는 거죠. 그런 사람들이 ‘나는 분명히 어떤 가치를 생산했고, 나는 그게 가치 있다’고 생각해서 당연히 자부심을 가질 만도 한데, 그럴 수가 없는 거예요. ‘내가 하고 있는 게 맞나’라는 의심만 계속 생겨요. 계속해서 눈치 보며 상대가 원하는 기준에 맞춰야 다음 예술활동을 할 기회가 생기는데, 그러다 보면 ‘원래 예술이 추구하는 바가 이것일까?’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들게 되죠. 그래서 이러한 불합리를 바꾸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표현하고, 활동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바뀌는 건 쉽지 않아요. 또 제가 영화감독으로 살고 있는 지금 이 시대에 그게 통째로 뒤집히고 바뀔 것 같진 않아서, 어떻게든 영화를 찍는 끈을 안 놓치고 계속 잡고 있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촬영현장에서의 박철우

Q. 인터뷰 전에는 영화 그만둘 거라고 하지 않으셨나요?ㅎㅎ


    그게.. 계속 오락가락한다니까요? (웃음)

    ‘내가 하고 있는  맞나?’ 하다가도 ‘맞아! 맞을 거야! 제발.. 맞아야 되는데하고 생각해요


Q. 예술은 창출하는 사람에 비해 정당한 대가로 소비하는 사람은 적다고 말씀하신 점이 인상 깊었어요. 현대 사회의 소비자들은 다양하고 질 좋은 콘텐츠들을 무료로 누릴 수 있는  방법이 많잖아요. 그런데 그 콘텐츠를 만든  수많은 노동자들이 대가를 못 받는다는 게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일단 영화를 한 편을 제작하면 노동자들은 당연히 개봉 전에 월급을 받아야 되죠.  제작사가 줘요. 그럼 관객이 지불하는 돈은 누가 받냐 하면 제작사가 아요. 그러니까 제작 기업이 좋게 얘기하면 플랫폼인데... 그런데 이런 얘기까지 해도 되는 거예요? (웃음)


   관객과 영화직접적으로 연결이 되어야 하는데 그럴  없는 구조인  같아요. 관객과 영화 제작진이 경제적으로든 영화적으로든 직접 소통을  수가 없는 거죠. 영화를 제작하는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별개의 행위가 되어버렸고, 돈이 예술가에게 직접 전달되지 못하는 거죠.


   관객들이 영화를 봤다는 사실도 숫자로밖에 전달되지 않아요. 작품을 보는 에서 나아가 서로 토론하고 다음 작품을 만들기 해 대화하고, 이 과정이 미있 건데, 이걸  기회가 어요.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을 예술가에게 직접 전달해주는  중요하영화제의 순기능  하나기도 해요. 그러나 영화제는 점점 사라지고, 코로나 이후로 GV 못하고, 상업영화는 계속해서 제작되고, 다들   관객이 는지만 궁금하고, 숫자 놀음하고 있는  안타깝죠.


   물론 상업영화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관객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보편적인 영상언어를 자연스럽게 숙지할  있고 단순 재미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상업논리에 반하는 영화들도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이 영화들고 있는 가치가 많은데, 상업영화가  잡고 있는 시장에 독립영화억지로 끼워 맞춰 관객에게 다가가시도밖에 못 하는 거예요. 소비자들에게 거대한 기업 자본으로 홍보하는 영화제가 개인적으로 ‘우리 영화 한 편 만들었는데 이것  봐줘라고 하는 거랑차원이 르니까요. 결국에는 저희도 국가지원사업 등에 의존해서 독립영화를 끼워 아요. 영화관에 1~10관이 있으면 낮에는 전부 어벤저스를 상영하고, 새벽 1시쯤에 제일 작은 관에서 독립영화를 틀어주는 거예요. 그런데 이런 영화가 끊임없이 제작되는 2천 편의 독립영화  고작 한 편의 영화인 거예요.


Q. 상업영화감독과 독립영화감독의 역할에 차이가 있나요?


   영화 현장의 구조가 너무 다양해서 이분법 해서 말할 수는 없어요. 상업영화감독은 영화계의 거장이 아닌 이상 '분명 내가 감독 의자에 앉아있긴 한데  영화를 내가 만드는 느낌이  드는그런 상황이 있을  있죠. 감독보다 배우가 선배거나, 감독이 원하는 방향이라도 투자자들이나 클라이언트들이 원하는 방향 아니면 오케이를   없는 상황들이 다반사예요.


  독립영화는 어쨌 감독의 손에서 나온 돈으로 제작하니까 원하는 느낌대로 찍을  어요. 아무래도 제작비와 인력이 상업영화에 비해 엄청 차이가 나기 때문에, 시나리오와 배우에 대한 검수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을 들어가는 경우가 아요. 시간 기다려주지 않거든요. 그래서 퀄리티가 상업영화보다는 낮을 확률이 높죠.


Q. 감독님도 상업영화 찍어볼 생각 있으세요?


   언젠가는 찍어보고 싶긴 해요. 찍더라도 오묘하게 상업논리를 등 처먹는 작업을   있으면 좋겠는데. (웃음) 지금의 상업영화감독들 중에 독립영화를 만들어  사람들도 있어요. 근데 독립영화에서  사람이 보여주던 색깔이나 이념 같은 것들이 상업영화를 만들고 나면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고  사람이 그런 사람이 되어버린  아닐 거예요. 

 

   그렇지만 관객들은 그런 사람이겠거니, 하고 생각하겠죠. 김칫국이지만 제가 나중에 상업영화감독을 하게 된다면 그런 부분이 조금 두려운  같긴 해요. 나는 이런 사람인데 관객들이  나는 저런 사람이라는 두려움. 그건 내가 아닌데 말이죠.


   저는 최대한 독립영화를 오래 해볼 생각이에요. 상업영화를 한다면 연출보다는 촬영감독을 하고 싶고, 연출자로서는 독립영화를 계속 하고 싶어요.


Q. 그나마  나가는 산업이라고 불릴  있는 뮤직비디오나 광고계에서 일하다가 다시 독립영화로 돌아오셨잖아요. 영상업계 중에서독립영화를 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독립영화는  부서의 모든 인원들이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모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들 티격태격하기도 하지만, ‘ 영화가 나에게 소중하고 좋은 영화가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다 같이 참여하는 게 가장 재밌는  같아요. 여러 부서끼리 소통할 수밖에 없고,  소통의 결과물이 우리가 만들고 싶은 바로  영화니까요.


   영화 만들면서도 엄청 워요. 근데 싸우는 이유는 단순해요.  영화나한테 엄청 중요해서  만들고 싶은데 내 옆에 얘 때문에 그게 안된다는 생각이 드니까 화가   아니에요. 근데 얘도 마찬가지로 나한테 그렇게 느낄 예요.


   은 곳을 바라보는 목적지가 어서 재밌는  같아요. 그래서 다른 영상업계에 비해 소통 평등하게 이뤄져요. 예를 들어 광고 현장에서 ‘이렇게 가는  어때요?’라고 말하는  생각보다 되게 어려운 일이에요.


 독립영화에서는 ‘이걸 이렇게 하는  좋지 않을까?'모두가 자연스럽게 해요. 이게 독립영화가 유기적인 이유  하나인  같아요. 각자가  영화에 대해 추구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있는 현장이거든요.


제 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초청된 박철우 감독의 <상자루의 길>


Q. 과거로 돌아가도 영화를 선택하실 건가요?


    과거로 돌아가면 전 약간 로봇공학자가 되고 싶어요. (웃음) 뭔가 뚝딱뚝딱 만들고 이런 거 좋아해서요. 근데 영화를 만들 때도 그런 구석이 좀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영화에서의 '뚝딱뚝딱'은 기술적인 성취인데 이런 걸 이해해주고, 같이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진 않더라고요. 왜냐하면 영화 현장에서 조수로 시작해 지금까지의 도제 시스템을 겪어온 친구들은 늘 하던 일을 잘해요. 그래서 창의적으로 뭔가를 새롭게 만든다거나 카메라를 특별한 위치에 달거나 이런 거는 아예 생각하지를 않아요. 그래서 그런 교류를 하기가 어려웠고, 저는 좀 별종이라서 그런 거에 관심이 많아요. ‘어떤 기계를 만들면 이 카메라를 더 편하게 다룰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을 막 고민해요.


Q. 이 시대 청년들에게 한마디


내가 하고 있는  맞나?’
싶을 때가 많을 거고
그걸 틀렸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정말 많을 거예요.

    그런데 스스로를 믿되, 대신 내가 나를 믿을 수 있을 만큼 좋은 사람이 되려고 계속 노력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예술 작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지만, 누구와도 이야기할 수 있고 그 안에서 내가 생각하는 바를 정확하게 얘기할 수 있으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더 나아가 그 생각이 맞거나 틀렸다고 단정 짓지 말고 앞으로 계속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좋을 것 같아요.



• 인터뷰 풀영상은 '독립영화로 돈을 벌 수 있나요?': 레터프롬 유튜브에서 다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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