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을 멈추게 하는 아이의 힘
원래
냉이된장국은
감자, 호박, 두부를 넣고 끓인 된장국에
냉이만 추가로 넣으면 되는 거란다.
입맛에 맞지 않은 국을 몇 숟가락 뜨던 그는
참아보겠다는 표정으로 억지로 숟가락질을 하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못마땅한 눈썹으로 말한다.
원래? 원래가 어딨어?
그동안 숱하게 같은 방식으로 끓였던
그 냉이된장국을 나는 그럼 누구랑 먹었단 말인가.
바람 한 점 없는 뙤약볕 아래서
아이의 운동 경기를 보고 돌아와
선풍기 바람 쐴 틈도 없이 차려낸 밥상.
그 자리에서 맛 투정이라니.
참…
언제 끝나려나, 밥투정.
항상 그런 식이다.
‘아’와 ‘어’가 다름을 알면서도
그는 굳이 굳이 직성을 풀어야 한다.
나는 또 굳이 굳이
“다음엔 그렇게 끓여줄게.”
이 한마디를 꺼내지 않고
속으로 삼킨다.
'직접 끓여 드시던가.'
그때,
부모의 싸움 기운을 느낀 아이가
시답잖은 농담으로 분위기를 돌리려 애쓴다.
아이의 마음을 아니까,
불만 가득한 아빠도,
숟가락을 내려놓고 싶은 엄마도
그 농담에 장단을 맞춘다.
장단을 맞추다 보면
또 웃음이 나온다.
이게, 아이의 힘인 걸까.
언제부터였을까.
사소한 말에도 마음이 먼저 상처받고,
그 상처를 꾹 눌러 담는 게 익숙해진 건.
그냥 넘어가면 되지.
스스로를 달래면서도
속에서는 자꾸 뭔가가 끓어오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복잡한 마음을 단숨에 풀어내는 건
늘 아이의 한마디다.
그 순진한 말 한 줄이
두 사람의 마음을 녹인다.
참 이상하지.
그 작은 어깨에서 나오는 힘이
어른 둘의 자존심보다 훨씬 크다.
그렇게 또 웃는다.
억지로라도 웃다 보면
진짜로 괜찮아지는 순간이 온다.
아이의 힘은,
세상을 바꾸는 게 아니라
가정을 다시 하나로 묶는 힘이다.
어른인 내가 또 미안하고,
아이인 네게 고맙고,
그런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