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LSAT 몇 점이야...?

영어 안 된다고 LSAT 포기하지 말자

by 신광훈

한국에서 영어를 배우면서 해외파 강사분들께서 종종 말씀하신 것 중, 북미에서는 나이, 학력, 결혼 관계 등 개인적인 내용은 물어보면 안 된다는 것이 있었다. 개인 정보라서 민감하기도 하고 차별의 근거로 비칠 수도 있어서 면접 때에도 물어보지 않는데, 일상 생활에서 늘 이런 이야기를 하고 사는 한국인들이 잘 모르고 실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보다, 하고 처음에 캐나다에 와서는 내가 먼저 이런 질문을 하지 않도록 조심했다. 조심하지 않으면 무의식적으로 너 몇 년 생이야? 여자친구 있어? 결혼 했어? 이런 식으로 대화가 흘러갈 것 같았다. 개인 정보지만 크게 민감하게 보지 않는 것이 아이들 정보라고 했으니 자녀가 몇 명인지, 몇 학년인지 이런 거나 물어보고 대충 연배나 상황을 가늠해야지 했다.


나이를 말하고 싶지 않았던 나에게 나이를 물어보지 않는 문화는 반가운 것이었다. 나이를 밝히기를 꺼렸던 이유는 내가 나이가 많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로스쿨 학생의 연령대가 다양하다고 해도 나처럼 40이 넘은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다행인 것은 캐나다인들은 동양인들 얼굴을 보고 나이 짐작을 잘 못한다는 것이다. 내 로스쿨 동기들은 내가 만으로 40대 초반일 때 30대 초반으로 보았다고 하니 10년은 먹고 들어간 것 아닌가. 어쨌든 나중에 로펌에 입사를 하더라도 젊어 보이는 것이 유리할 것이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리 친해지면 나이 등 개인 정보도 물어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뭐, 여기도 사람사는 곳이니까. 그래도 정말 금기처럼 묻지 않는 것이 있었는데, 예를 들면 서로의 대학 학점, 로스쿨 학점, LAST 점수 등에 대한 것이다. 잘못하면 마음 속으로 우열을 가리게 되는 정보들이다.


그런데, 로스쿨 동기들이나, 자원봉사에서 만나던 다른 대학생들이 좀 친해질 만 하면 주저주저하면서도 꼭 물어보는 것이 있다.


너... LSAT 몇 점이야...?


로스쿨입학자격시험으로 불리는 LSAT (Law School Admission Test)은 학점과 더불어 로스쿨 입학의 두 가지 관문 중 하나다. 로스쿨 지원자가 로스쿨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를 판별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험이다. 180점 만점에 적어도 150점은 받아야 북미 로스쿨 어디엔가 입학할 확률이 있고, 좀 이름 있는 곳에 가려면 160정도 받는 것이 좋으며, 예일이나 하버드 같은 정말 최상위권의 미국 로스쿨에 가려면 170이상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이도 물어보기 꺼려하는 문화에서 LSAT 점수를 물어본다는 건 정말 욕먹을 각오하고 물어보는 거다. 이걸 물어보기 위해 얼마나 고민을 했을까.


나도 처음에 질문을 받고는 깜짝 놀랐다. 어떻게 이런 걸 물어보는 걸까 - 그것도 캐나다에서.


하지만 이해는 된다. 분명 내가 영어로 말하는 거 봐서는 도저히 LSAT을 잘 봤을 것 같지 않은데 어떻게 로스쿨을, 그것도 Osgoode Hall Law School 에 들어간 것일까...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가 물어 본 것일게다. 로스쿨 내에서도 마찬가지였을 터. 도대체 저 영어로 어떻게 로스쿨을 들어왔는지 궁금해 하다가 이제 좀 친해졌다 싶으니 참지 못하고 LSAT 점수를 물어 본 것에 틀림이 없다 - 매우 조심스럽게.


로스쿨 밖에서 만난 친구들 중에 이런 질문을 하는 친구들은 예외없이 로스쿨을 가려고 LAST을 본 녀석들이었다. LSAT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아서 로스쿨 지원을 포기했거나, 지원은 했으나 떨어진 친구들이다.


그럴 것이다. 상상이 안 될 것이다. 영어를 모국어로 배운 친구들은 영어 시험 점수가 꼭 영어 구술 능력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모른다. 어쨌든 내 말하기 실력은 그 유창함으로 평가하자면 Osgoode Hall Law School에서 꼴찌인 것이 확실했지만, 내 LSAT 점수는 Osgoode Hal Law School의 딱 평균이었으니 (로스쿨 별 LSAT 평균점수가 발표 되던 시절이었다. 요즘도 공개되는지는 모르겠다), 굳이 숨길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내가 LSAT 점수를 이야기하면 다들 내색은 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놀라는 것이 마음에는 걸렸다. 어떻게 그 영어로 평균 점수를... 뭐 이런 것이겠는데, 그 만큼 나의 회화체 영어가 형편 없다는 뜻이니까.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친구들은 LSAT이 매우 어려운 시험이고, 영어 시험 중에 가장 어려운 시험이라고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나고 자라서 영어를 종이로 배운 사람들에게는 토플이나 LSAT이나 GMAT이나 별 다를 게 없다는 것이, 이것저것 영어 시험을 쳐 본 후 드는 내 생각이다. 토플도 어렵고 LSAT 도 어렵지만, 토플을 준비했다면 LSAT도 준비할 수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 현지인이 LSAT 준비를 할 때에는 보통 3개월 정도 준비한다고 한다. 마지막 학기 기말고사를 4월말이나 5월 초에 마치고, 5월-7월 동안 시험 공부를 한 후, 8월에 바로 시험을 보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절차가 부드럽게 진행되면 그 다음 해 9월에 로스쿨 신입생이 된다. 하지만, 순수 국내파 한국인의 경우 6개월에서 2년정도는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통설이다. 나는 시간도 없었고, 운도 따라 주어서 비교적 짧은 시간에 점수를 땄지만,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필요한 점수를 받을 수 있다 - 토플처럼.


그러니, LSAT 어렵다는 말에 지레 로스쿨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내가 LSAT 준비를 한 방법은 다른 글에서 다루겠지만, 로스쿨이라는 곳은 어떻게 말하느냐보다 무엇을 말하느냐가 중요한 곳이니, 국어로 생각을 잘 할 수 있으면 기본은 되어 있는 것이고 우선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내 경험상 LSAT을 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출문제를 풀고 또 풀어보는 것이다. 나는 캐나다에서 낮에는 할 일이 있었기 때문에, 또 오래 준비할 시간도 없었기 때문에 LSAT 학원을 다닐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된다고 해도 학원을 오래 다니는 것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그 시간에 기출문제를 풀어보는 것이 훨씬 낫다.


예전에는 기출 문제를 구하기도 어려웠다. 그런데, 한국의 강남사거리 동북쪽에 전 세계의 모든 자격증의 기출 문제가 모여있는 ㅈㅇ 복사라는 가게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시험 문제를 공수했더랬다. 정말 1회 LSAT 사험지부터 그 당시 가장 최신의 문제까지 가지런히 정리된 자료를 받아 볼 수 있었다. 아마 요즘 시험지도 꾸준히 업데이트 되어 있을 것이다. 이런 복사집이 있다는 건 대한민국 모든 수험생의 든든한 배경이다.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가? 강남 ㅈㅇ 복사집에 가 보시라!


지적재산권법 변호사가 그렇게 해도 되는 것이었냐... 고 하신다면, 그 때는 그저 LSAT 점수에 목마른 수험생이지 변호사가 아니었어요... 라고 대답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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