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광훈 Feb 28. 2024

고래여, 춤추지 마라

고래를 춤추게 하는 리더, 고래를 날게하는 멘토

동기 부여나 리더쉽 분야의 인기도서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이 있다. 닥달보다는 칭찬의 힘이 더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고, 책 제목은 드라마에서 여러 번 나올 만큼 유명해졌었다. 


그 때는 한창 열심히 회사 생활을 할 때였지만, 회사에서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듣거나 성과가 좋다는 평가를 받으면 더 열심히, 미친듯이 일했던 기억이 났고, 그런 기억을 떠 올리면서 책에 공감했다. 


칭찬 받는 입장은 이해하지만, 특별한 일 없이 습관적으로 다른 사람을 칭찬하기는 또 쉽지 않다. 일단 오글거린다. 성과가 있을 때 칭찬하는 건 어렵지 않으나, 일부러 칭찬거리를 찾아 하기는, 한국인으로서 참 어렵다. 그래서 중간 관리자일 때는 칭찬하는 것도 연습해야 했다. 


그런데, 칭찬과 인정은 또 다른 것이라 한다.  


눈에 보이는 외관이나 행동을 세워 주는 것은 칭찬이다. 일찍 출근해서 청소해 줘서 너무 고마워요, 이런 것이 칭찬이다. 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세워 주는 것은 인정이다. 일찍 출근해서 청소를 하다니, 배려심이 있으시네요, 이렇게 성품적인 요소를 건드리는 것이 인정이다. 


https://gainge.com/contents/videos/3105


칭찬이면 어떻고 인정이면 어떠랴. 직장인이 가장 즐거울 때는 월급을 받을 때이고, 그 다음으로 즐거울 때는 승진하는 때라고 하지만, 업무 성과가 인정받을 때, 그리고 칭찬 받을 때에도 직장인을 즐거움을 느낀다고 하니, 칭찬이든 인정이든 조직의 성과를 올리는 데에는, 고래를 춤추게 하는 데에는, 효과가 있는 것이 확실한 듯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고래를 춤추게 하는 걸까?


고래가 춤추면 보는 사람은 즐거울지 모르고, 고래를 보여주는 사람은 돈을 벌 지도 모른다. 그런데, 고래는 뭘 얻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고래는 얻는 것이 없다. 


고래는 열심히 춤추고 얻는 것이 없다. 차라리 그 시간에 헤엄을 더 쳤으면 플랑크톤이라고 더 잡아 먹었을 텐데, 열심히 춤추느라 끼니도 걸렀다. 결국 고래는 춤추면서 회사 좋은 일만 하게 된다. 여기에서 리더와 멘토의 역할이 달라진다. 


좋은 리더는 사실 아랫 사람이 아니라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다. 사람들을 춤추게 해서 성과를 높이고 조직의 목표를 이루어 내는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리더는 조직에 집중하는 사람이지, 사람에게 집중하는 사람이 아니다. 좋은 리더는 사람에게도 신경을 쓸 지 모르나, 그건 부수적이다. 리더의 관심은 조직에 있따. 


그에 비해 멘토는 조직이 아니라 사람에게 집중하는 사람이다. 


한 사람을 위해 생각하고, 조언하고, 인도해 주는 사람이다. 


리더는 고래를 춤추게 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멘토는 고래를 춤추게 하지 않는다. 고래가 춤춰서 얻는 것이 없기에 그렇다. 그렇다고 그저 어제 헤엄친 것처럼 오늘도 헤임이나 치라고 하지도 않는다.


멘토는 어떻게 고래를 날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해 준다. 


어떻게 하면 고래가 더 높은 곳에서 바다를 볼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고래가 더 빨리 바다를 질러 갈 수 있을지를 고래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생각한다. 그리고, 날아야 한다고 말해 주고, 날개를 얻도록 독려한다. 


물론 혹시 내가 오늘 춤춰서 조직을 즐겁게 하고 또 그로인해 승진을 할 수 있다면 그도 좋은 일이고 마다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나를 춤추게 하는 건 궁극적으로 조직을 위한 것이지 나를 위한 것은 아니니, 승진에 취해서 춤만 추고 있을 일이 아니다. 


그래서 어서 멘토를 찾아야 한다. 내가 선 자리에서 나를 춤추게 하기 보다는, 내게 힘들어도 날개를 얻으라 독려하는 사람, 날개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 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데 시간과 노력을 써야한다. 많으면 좋겠지만, 많을 필요는 없다. 딱 한 사람이면 된다. 


물론 멘토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찾아 다녀야 한다. 조직 생활을 하면서 내가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다른 리더를 본 받는 것도 좋겠지만, 리더가 아니라 멘토를 찾는 일은 게을리 할 수 없다. 조직보다 개인이 귀하다 말하는 시대에, 리더보다 멘토가 중요하니까. 찾다보면, 언젠가는 나의 멘토를 만나게 된다. 


고래여, 춤추지 말고 날아라.

매거진의 이전글 종자로 썩을 것인가, 6년근 홍삼이 될 것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