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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광훈 Nov 10. 2022

킬리만자로에서 표범이 된다 한들

아이들에게 무리지음의 미덕을 가르칠 때다

캐나다에서 유치원 교사를 하시던 분에게서 들은 이야기인데, 매년 유치원에 새로운 아이들을 받으면 한국 아이들의 성취도나 리더쉽이 월등하다고 한다. 그래서 첫 1-3개월은 피부색, 나라, 종족을 불문하고 한국 아이들 중에서 제일 잘 나가는 아이가 반을 이끌어 간다고 했다.  


그런데 3-4개월쯤 지나면 유태인 아이들이 “그룹”을 만든다고. 그러면 다시 몇 달 지나지 않아 잘 나가던 한국 아이의 영향력은 점점 사라지고 유태인 아이들의 그룹이 반을 좌지우지하게 된다고 하셨다. 한국 아이들도 그룹을 만들면 해 볼 만 할 것 같은데, 몇 년을 두고 보아도, 어떤 해에도, 한국인 그룹은 만들어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하셨다. 


어쩌면 이런 경향은 안식일을 지키는 유태인의 자세에 기인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유태인 (물론 모든 유태인들이 안식일을 지키는 것은 아니지만) 들은 안식일에는 생활을 위한 일을 하지 않게 되어 있다보니, 같은 층에서 일하는 유태인 변호사에게서 엘리베이터 층수 버튼을 좀 눌러달라는 부탁을 받는 것은 흔한 일이고, 안식일에 유태인을 만나면 이것저것 해 달라는 사소한 부탁을 많이 받게 된다. 


이렇게 사소한 일이라도 누군가에게 의지해야 하는 날이 있다보니, 유태인은 어려서부터 의지하고 협력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아닐까. 반면, 대다수 한국인 학생들은 어려서뷰터 팔방미인이 목표이거나, 전문화를 배우더라도 슈퍼맨, 슈퍼우먼처럼 내게 주어진 모든 일을 내가 다 해 내는 것을 미덕으로 배우다보니, 조직을 만들어 대응하는 데에 서툰 것은 아닌지.  


더 나아가 내가 부탁을 해 보지 않으면, 네게 부탁을 해야 하는 남에 대한 평가도 박할 수 밖에 없다. 협력을 요청하는 것을 무능력으로 보는 경향은 그래서 생긴 것일지도 모른다. 


가왕이라고 불리는 가수 조용필씨의 노래 중에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라는 노래가 있다.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하이에나가 되기 보다, 홀로 굶어 죽더라도 산 정상의 표범이 되겠다는 내용이다. 노래의 영향은 아니겠지만, 한국의 가정 교육과 학교 교육은 떼지어 다니는 하이에나가 아닌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키워내는 것으로 잘 진화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어쩌면 지금은 국영수보다는 무리지음에 대한 조기 교육이 필요한 때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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