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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명품 구별법

사치품과 명품의 차이

by 신광훈

'솔로몬의 재판'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이야기다. 진짜 엄마의 마음은 아이의 생명에 있었다는 걸 솔로몬은 알았다. 진짜 엄마와 가짜 엄마를 가려내는 지혜에 대한 이 일화는 결국 사람의 마음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솔로몬만 지혜로운 것은 아니라서 요즘의 지혜로운 사람들도 사람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고 진짜 명품 가방과 가짜 명품 가방을 구별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방법도 간단하다. 그저 가방을 들고 빗속을 걷게 하면 된다. 가방으로 나를 가리면 가방은 짝퉁이요, 내 몸으로 가방을 가리면 가방이 진품이다. 이 간단한 테스트 역시 '내 마음이 어디에 있는가'를 질문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마음을 두고 있는 '명품'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비싼 가방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돈 잘 버는 의사 자격증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명예로운 좋은 대학 교수 자리일 수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눈만 감으면 떠오르는 이성일 수도 있다. 마음 두고 있는 명품 하나 없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가끔 우리는 남에게 들키면 스스로 창피할 것에 마음을 두기도 하고, 마음을 둘 만한 명품이 무엇인지 헷갈려 하기도 한다. 솔로몬이 오늘 나를 본다면 내 마음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할까?


내 미시경제학 교수님은 미국 유학을 마치고 오신 강사셨다. 열강을 하셨으나, 이과생인 내 기준에서 알기 쉽게 설명해 주시는 분은 아니었다.


그 교수님께서는 미국에서 공부하시면서 한국과 미국을 자주 다니셨는데, 비행기 안에서도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책과 논문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으셨다고 했다. 그래서 그 아까운 시간에 비행기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으셨다고. 어느 해 본인의 지도 교수님과 함께 한국 세미나 참석을 위해 비행기를 탄 그 교수님께서는 주위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을 보고 본인의 지도 교수님께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교수님, 왜 저 사람들은 이 귀한 시간에 잠을 자는 걸까요?"


그러자 지도 교수님께서 매우 경제학적인 답변을 주셨단다.


"잠을 자는 것이 저 사람들에게는 더 효용이 높기 때문이야."


그러니까, 그 지도교수님은 사람들이 시간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그들의 효용이, 그들의 만족이 어디에 있는지를 읽어낸 것이다.


비행기에서 논문을 읽는 교수님에게는 지식과 연구가 가장 높은 효용이었고, 잠을 자는 사람들에게는 휴식이 더 큰 가치였다. 누구의 선택이 옳고 그르다기보다, 각자가 어디에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느냐가 그 사람의 현재 필요나 가치관을 보여줄 수 있다. 독서로 지식을 충전하는 것도 좋고, 잠으로 체력을 충전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이렇게 우리의 선택은 우리도 모르는 새에 지금 내가 가치를 두는 것이 무엇인지를 드러낸다. 마치 솔로몬이 아이를 향한 진정한 사랑을 알아차렸듯, 나의 명품을 향한 나의 사랑 역시 남에게 들키지 않기란 어려워서 누군가는 알아 차린다.


그래서, 들켜도 좋은 것을 나의 명품으로 삼아야 부끄러움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어쩌다보면 그저 사치품인 것을 나의 명품이라 착각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사치품은 명품과는 다르다.


내가 나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 물건, 대상, 목적... 나는 그것을 사치품이라 부른다.


명품과 사치품은 어떤 물건이냐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물건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가방 하나 가리기 위해 사용되는 나는 가방만도 못한 존재다. 내가 마음을 둔 나의 명품은 나의 자부심을 높이기도 하지만, 사치품은 나를 그보다 낮은 자리에 두게 한다. 그래서 사치품에 마음을 두어서는 안 되고, 그것을 가져서는 더더욱 안 된다.


사치품에 마음을 두고, 사치품을 가질 때에 나의 가치는 낮아진다. 비 올 때 내 머리를 가릴 수 있는 것은 가방이지만, 내가 몸으로 가려야 하는 것은 더 이상 가방이 아니다.


내 삶에서 사치품은 가족으로 족하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유일한 사치품을 제외하고는, 나보다 중요해지는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비로소 내가 진정한 명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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