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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과 휴식의 차이 - 멕시코 칸쿤에서 배운 것

Live Aqua vs. Hyatt Ziva Cancun Turquoiz

by 신광훈

토론토에 살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휴양지로 유명한 칸쿤이 가깝다는 것이다. 멕시코의 칸쿤까지는 빠르면 3시간 30분, 늦어도 5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 게다가 시차도 없어서 한국 방문 때처럼 한 밤중에 일어나 업무를 처리할 일도 없다.


그래서 내 주위에는 칸쿤 한 번쯤 다녀오지 않는 분들이 없다.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신혼 여행지로 칸쿤이 인기여서, 미국을 거쳐 가야 하는 불편한 일정임에도 칸쿤을 찾는 신혼 부부들이 많다고 한다.


나는 일에 치여서 토론토 생활 15년이 넘도록 칸쿤 갈 엄두를 내 보지 못하고 있다가, 2023년 겨울에는 아내와, 2024년 겨울에는 아이들까지 데리고 칸쿤을 다녀왔다. 큰 맘먹고 간 것이라 나름 고르고 골라서 Live Aqua 라는 곳과 Hyatt Ziva Turquoize 에 갔는데, 비슷한 지역에 위치한 평판 좋은 곳들이니 비슷하겠지... 싶었다.


그런데, 리조트를 즐길 때에는 몰랐으나 자중에 생각해 보니 두 리조트의 취향이 생각보다 많이 달랐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상하게도 "다음에 또 간다면 어디를 갈까" 하고 자문해 보니, 내 취향에 덜 맞는 곳이 더 끌렸다. 왜 그런걸까... 생각해 보다가 깨달았다.


리조트를 고를 때에는 "어디"를 가는지 보다 "왜" 가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우선 향후 칸쿤을 갈 분들을 위해 두 리조트를 간단하게 비교해 보면 이렇다.


1. 규모와 성인 전용 여부


Live Aqua는 리조트 전체가 성인 전용이다. 리조트 내 어디를 보아도 아이들은 없다. 반면 Hyatt Ziva Cancun에는 Turquoize라는 성인 전용 빌딩이 따로 있어서 리조트에는 아이들이 많지만, 이 빌딩에는 아이들이 없다.


규모 면에서는 Hyatt Ziva Cancun가 훨씬 커서 아이들이 많아도 붐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리조트 방에서 보내는 시간 보다는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으니 아무래도 Hyatt Ziva Cancun 은 Live Aqua에 비해 좀 시끌벅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2. 시설 및 용품 (amenity)


나는 사실 4성과 5성 호텔의 차이를 잘 모른다. 한국에서 출장이 많았고, 늘 지방 여관이나 모텔에서 숙박을 해서 그런지, 호텔은 다 좋다. Live Aqua 과 Hyatt Ziva Cancun 두 리조트 모두 바닥은 대리석이요, 뜨거운 물 잘 나오고 바다 잘 보이는 ocean view 이니, 뭐 다 같은 것 아닌가.


하지만, 아내에게는 두 리조트를 비교하는 확실한 바로미터가 있었으니, 바로 화장실 용품들이다. Live Aqua에 비치된 용품들이 더 평가가 좋고 고가인 영국산 제품이란다.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도 중요하기는 하겠지만, 어쨌든 기준이 없으면 평가 자체를 할 수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3, 해변


Live Aqua는 동쪽으로 난 해변이 하나 있고, Hyatt Ziva Cancun에는 동쪽과 북서쪽을 향한 해변이 한 개씩 총 두 개가 있다.


나에게 있어 해변가 침상에서 보는 카리브해는 어디든 환상 그 자체였다. 두 곳 모두 view는 나무랄 데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동쪽을 향한 해변들의 햇살은 너무 뜨거워서 다른 나라 사람들은 그 햇볕 아래에서 수영복만 입고 일광욕을 하는데, 나나 아내에게는 버거웠다.


하지만, Hyatt Ziva Cancun 의 북서쪽 해변은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햇살이 그렇게 강하지 않아서 내게 딱 좋았다. 게다가 Hyatt Ziva Cancun 북서쪽 해안 중 Habanero라는 식당 앞 바다는 물도 얕고 여러가지 종류의 물고기가 많아서 바로 스노클링을 할 수 있었다. 핸드폰으로 찍은 수중 동영상은 지금 다시 보아도 꿈 같다.



4. 수영장


두 리조트 모두 수용 인원 대비 충분한 수영장을 가지고 있다. 두 군 데 모두 상온의 물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따뜻하게 해 주는 데, Hyatt Ziva Cancun의 수영장의 물이 훨씬 더 따뜻했다. 햇살 따가운 카리브 해변에서 그게 무슨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나는 바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기에, 바닷물에서 식은 몸을 따뜻하게 해 줄 곳이 있다는 건 너무나 큰 편의성이었다.



4. Jacuzzi


웬만한 리조트에는 다 야외 공동 Jacuzzi가 있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칸쿤에 오는 휴양객들은 Jacuzzi에 들어가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Live Aqua의 Jacuzzi는 항상 좀 붐비는 편이었다. 그런데, 내가 묵은 Hyatt Ziva Cancun Turquoize 빌딩은 방마다 베란다에 따로 Jaccuzi가 설치되어 있어서, 바다를 내려다 보면서 혼자 느긋하게 Jacuzzi를 즐길 수 있었다. 반신욕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너무 좋은 option이었다.



5. 한국인 투숙객과 Butler 제도


Live Aqua 는 아직 한국인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지, 1주일 머무르는 동안 두 쌍의 신혼 부부외에는 한국인들을 볼 수 없었고, 동양인 자체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Hyatt Ziva Cancun에는 한국인이 넘쳐나서 어디서든 국어를 들을 수 있었다.


Live Aqua 와 Hyatt Ziva Cancun 모두 Butler 제도가 있었다. 각 방마다 담당 직원을 별도로 배정해서 고객 편의를 봐 주는 것인데, 요구 사항, 질문 사항을 문자나 전화로 바로 물어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식장 예약까지 요청할 수 있어서 너무 편했다.


Live Aqua에서는 What's App이라는 메시지 프로그램을 사용했는데, Hyatt Ziva Cancun에는 얼마나 한국인 고객이 많은지 Butler 들이 카톡을 사용하고 있어서 편안했다.



6. 식당 및 간식


두 곳 모두 평판이 좋은 곳이라 그런지 음식의 질은 다 좋아서 우열을 가리기는 어려웠다. 다만, 크리스마스 이브의 저녁 부페는 Hyatt Ziva Cancun 쪽이 압도적으로 좋기는 했고, 일식은 두 곳 모두 몇 가지 메뉴를 제외하고는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웠다.


혹시라도 스타벅스 팬이라면 Live Aqua 에는 스타벅스가 들어와 있어서 스타벅스의 음료와 샌드위치를 하루종일 맘 놓고 (무료로!) 먹을 수 있다는 것 정도가 차이점일 수는 있겠으나, Hyatt Ziva Cancun의 카페도 스타벅스 못지않게 좋았다.



7. 돌고래


Hyatt Ziva Cancun에는 돌고래 수영장이 따로 있어서, 아이들이 돌고래와 함께 헤엄칠 수도 있고, 돌고래를 누구나 구경할 수 있다. 나는 딱히 돌고래에 대한 로망은 없었지만, 가까이에서 돌고래를 보는 건 나름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렇게 비교를 해 보면 적어도 내게는 Hyatt Ziva Cancun이 Live Aqua 보다 전체적으로 나은 option 처럼 보인다. 내가 해변을 즐기고, 수영과 스노클링을 즐기고, 수영장을 즐기고, 직원들과 소통하고, 반신욕을 즐기기에는 Hyatt Ziva Cancun이 더 좋은 선택임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나는 두 곳 중 한 군데를 고른다면 Live Aqua를 다시 가고 싶다. 왜 그런지는 나도 몰라서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드디어 이유를 알았다.


Hyatt Ziva Cancun에는 휴식은 있었으나, 회복은 없었다.


잘 쉬고 잘 먹고 잘 노는데에는 Hyatt Ziva Cancun가 더 나은 선택이었지만, 거기에서 회복을 경험할 수 없었던 건, 아마도 휴식은 지금의 상태에서 더 이상 나빠지지 않는 것이라 휴식만으로는 충분한 재충전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회복은 어쩌면 잘 쉬고 잘 먹고 잘 노는데에 있는 것이 아닌 듯 하고, 그래서 자원봉사나 선교를 하고 오신 분들이 힘들게 일을 하시고도 "회복을 경험했다"라고 하시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회복이 있어야 힘을 낼 수 있는 것이구나, 라고 생각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나도 이제는 휴식이 아니라 회복이 중요한 때가 되었다는 것을.


예전에는 휴식으로 충분했는데... 하는 생각에 조금 감상적이 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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