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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광훈 Nov 18. 2022

직장-인 말고 직-장인되기

회사에 고용되지 않고 회사를 고용하는 자


직장인 – 직장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이다. 정기적으로 일한 댓가로 급여를 받고, 이 급여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사람들을 일반화해서 부르는 단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직장을 다니는 이유는 대부분 금적적인 보상, 즉 급여를 받기 위해서다. 그런데, 나는 급여를 받는 이유가 다른 두 종류의 직장인이 있다고 본다.  


첫번째는 직장-인(職場-人)이다. 과거 회사가 사원의 평생을 보장해주는 것으로 생각되었던 시절의 전형적인 모습이고,  직장이 있어야 내가 비로소 사람다움을 누릴 수 있는, 홀로서기보다는 직장과 함께 서야만 제대로 설 수 있는 직장인이다.  


명함이 사라지고 호칭이 사라지면, 나도 함께 사라지는 것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는 사람들이다.  


명함이 나는 아니잖아


나중에 IMF 구제 금융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평생 직장이 아니라 평생 직업이다’라는 말이 유행했고, 요즘은 평생직업이라는 표현마저도 낡은 것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도 이 “직장-인” 구도를 벗어나기 어렵다. 


예전 세대에 비해 직장 충성도가 낮아지고, 직장에서 마음이 떠나 있다는 평가를 받는 요즈음의 사회 초년생들도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최고의 평가를 받는 그 구조 자체를 타당하지 않다고 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듯 하다.  


직장-인들에게 있어서 회사는 고용주다. 내가 열심히 일하고, 최선을 다해 경쟁하면, 평가해서 그에 걸맞는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회사다. 더 많은 대가는 동시에 나의 성장을 나타내는 지표가 되기도 하지만, 어쩄든 결정권과 통제권은 회사에 있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직장-인을 벗어나서 직-장인 (職-匠人)이 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직업을 가진 장인이다. 직-장인은 회사에 고용된 사람이 아니라 회사를 고용하는 사람이다. 내가 회사를 고용했다는 마음으로 회사생활을 하는 사람이다.   


내가 회사를 고용한 것이니, 내가 필요한 것을 받아야 한다. 기술이 필요하면 기술을, 급여가 필요하면 급여를, 업무 지식이 필요하면 업무 지식을, 회사에서 받아낸다. 하지만, 그저 회사를 우려먹는 것은 아니다. 장인 정신을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이니, 내가 회사에 주어야 할 것은 제대로 해 주어야 한다. 다만, 회사가 나를 평가하고 나를 내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회사를 평가하고 대우한다.  


보상은 내가 정하는거야


내가 원하는 것이 회사에 있다면 꼭 월급이 보상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이 회사에 있지 않다면 그 곳에 머무를 이유도 없다.  


이건 회사에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이 있어서 떠나는 소위 조용한 퇴사와는 또 결이 다른 이야기다.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이 회사에 있다면, 원하지 않는 것이 함께 있어도 버틸 수 있는 것이 직-장인이다.  


혹자는 그게 그거 아니냐고 할 지 모른다. 어차피 일하고 돈 받는 거 아니냐고. 그렇지 않다. 마음이 달라지면 의미가 달라지고 의미가 다른 하루하루가 쌓이면 결과는 반드시 달라진다.  


다국적기업에 다니던 나는 회사를 다니면서 해외연수를 갈 뻔한 기회가 3번 있었다. 독일 연수 기회가 두 번, 영국 연수 기회가 한 번. 하지만, 한 번도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 이면에는 내 연수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경영진들이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 본사 직원에게 듣고 알았다.  


배신감이 들었지만, 오히려 그 날부터 나는 회사를 고용하는 직-장인이 될 수 있었다. 명함이 없어도 존재하는 나를 위해 무던히도 많은 옵션들을 실행해 보고 실패했다. 직장-인이었을 때에는 다른 시도를 하는 것 자체가 회사에 미안한 일로 생각되었는데, 회사는 나에게 미안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기억하자. 회사는 직장-인에게 미안해하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도 빨리 직-장인으로 마음을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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