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의 생각법 - (1)
플랫폼 비즈니스는, 플랫폼 기업은 기존의 시장과 다른 행동양상을 보인다. 그런데 플랫폼과 비 플랫폼을 구분 짓는 기준은 무엇일까 그 경계가 궁금하던 찰나에 이 책을 접했다. 명확한 구분과 사례를 통하여 플랫폼 비즈니스의 생리를 소개해주고 있기에 플랫폼 비즈니스로 성장하고자 하는, 플랫폼 시장이 궁금한 이들이 꼭 읽어보면 좋겠다. 다만 플랫폼 비즈니스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만큼 현재에도 적용 가능한 부분일까 하는 의문이 드는 부분들이 있었다.
플랫폼은 본질적으로 양면 시장이다. 소비자 뿐만 아니라 생산자 또한 하나의 시장으로 정의하여 둘을 중개하며 양쪽 모두에게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기존에도 유통회사들이 이러한 역할을 담당했지만 플랫폼은 (1) 기술적 진보를 만들어내고 (2)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혁신을 가져온다. 우버는 운전자(공급자)와 승객(소비자)를 중개하는데, 유휴노동력과 차량을 가치 있는 생산 도구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타다는 플랫폼의 형태를 띠지만 비즈니스 모델 자체는 기존의 법인택시와 다른 점이 없다.
플랫폼이 '성립되었다' 라고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공급자의 인정을 받아야한다. 기존보다 편리하거나, 고품질이어야 한다. 즉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거나 이전에는 없던 가치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양쪽을 이어줄 수 있는 도구로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우버), 뉴스피드(페이스북 등 SNS), 멤버십(아마존 프라임), 인프라(아마존 FAB), 기술(구글 검색) 등이 있다.
특히나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구글 검색의 소비자는 무료로 서비스를 사용하며 효용을 누리지만 지식의 공급자는 무료로 제공하는 것에 불만을 가질 수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하여 구글은 광고 수입의 일부를 지식 생산자의 몫으로 넘겨주고 있다.
다수의 소비자와 공급자가 참여하는 만큼 이들이 모두 납득할 수 있을만한 공정한 운영 원칙을 설정하고 초기에 공시해야 한다. 구글이 빈 화면에 검색창만 노출하는 것은 특정 공급자를 편애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네이버 메인 페이지에 다양한 광고와 배너가 노출되는 것과 대비하여 생각해보자. 페이스북은 개인정보보호 등 최소한의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 외에는 개입을 자제하며 다양한 콘텐츠를 창출하고 유통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반대로 단면 시장에서 기업은 공급자의 역할만을 수행한다. 삼성전자가 앱을 운영한다고 해도, 여러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하는 것 보다는 자사의 상품을 판매하는 공급자로서의 성격이 더욱 강하다. 물론 아마존처럼 오픈 마켓으로 발전한다면 플랫폼 기업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플랫폼의 경쟁에는 두가지가 있다. (1)현존하는 서비스를 누르고 새로운 플랫폼을 성립하는 것과 (2)현재의 플랫폼을 누르고 더 발전한 형태의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베이가 오픈 마켓을 만들며 인터넷 상거래 플랫폼이 성립되었고, 기존의 유통 산업에 큰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그 후 아마존이 오픈 마켓에 물류라는 새로운 도구를 들고오며 더욱 가치 있는 플랫폼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단면시장과 다르게 플랫폼에서는 교차 네트워크 효과가 강하게 일어난다. 일반적으로 네트워크 효과는 어떤 사람의 수요에 다른 사람의 수요가 영향 받으며 그 네트워크의 힘이 커지는 것을 가리키는데, 플랫폼에서는 수요자와 공급자 두 개의 시장에서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고 서로 영향을 미치며 더욱 힘이 강력해진다. 쉽게 말해 공급자가 많아지면 상품 구색이 다양화되고 가격이 내려가는데, 이는 더 많은 소비자를 유인하고, 그 결과 더 많은 공급자를 유인하는 선순환 구조가 생성되며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 해당 플랫폼에 종속된다. 이런 이유에서 첫 시장 점유율이 계속 되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소비자를 먼저 키워야 할까? 공급자를 먼저 키워야 할까? 플랫폼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는 공급자를 먼저 키우는 게 낫다. 경영학 원칙에 따라 매력적인 시장이 있을 경우 소비자는 몰려든다. 반면 공급자 시장을 구성하는 것은 어렵기에 대부분의 플랫폼 기업은 공급자 양성에 힘쓰고 있다. 페이스북이 콘텐츠 제작 도구를 개발하고 외부 제작자들에게 모든 API를 공개하는 것이 이 이유에서 이다.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도 소프트웨어 시장을 개방해 다양한 앱 개발을 활성화하고, 운영체제 내에서 시장 플랫폼을 운영한다. 유튜브도 소비자(시청자)를 유인하기 위해 크리에이터의 콘텐츠 생산을 돕고 있다. 이와 반대의 행보를 보였던 것이 싸이월드이다. 싸이월드는 일촌 위주의 철정하게 폐쇄적인 서비스를 운영하며 공급자 네트워크를 성장시키지 못해, 소비자(사용자)들을 묶어둘 만한 콘텐츠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해 한계에 다다랐다.
빠르게 규모를 성장하기 위해서는 나의 핵심 자산을 나누는 개방이 효과적이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최소 가격 혹은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SNS을 무료로 제공하거나 오픈 소스로 배포함으로써 사용자를 불러모을 수 있다. 그러나 개방이 혼돈이나 품질 저하를 불러 일으키는 경우도 있어 제한적 개방 혹은 폐쇄 전략을 택해 통제를 통한 품질관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아마존도 초반에는 직접 상품을 공급하는 도서 전문 몰이었으며,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는 외부 셀러를 영입하지 않았다. 현재도 1/3정도는 아마존에서 직접 공급을 하며 품질 관리를 하고 있다. 애플은 제품을 구매해야만 애플의 생태계에 들어올 수 있다는 점에서는 폐쇄적이지만, 앱스토어나 아이튠즈 등 자신이 정한 룰 안에서 개방을 통해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많은 플랫폼 기업들은 수익 모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플랫폼의 수익 증대가 참여자들의 후생 감소로 이어지기 쉽고, 그럴 경우 참여자들이 플랫폼에서 이탈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추구가치와 수익가치를 분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글은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를 사용자에게 요구하지 않는 대신 광고를 통해 수익을 낸다. '지식과 정보의 공유'라는 추구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은 것이다. 마찬가지로 페이스북도 스폰서드 광고를 통해 수익을 내며 미디어로서의 가치를 지키고 있다. 반면, 아마존은 공급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물류를 대행(FBA)해주는 등 단순 중개 이상의 가치를 추가로 제공하며 수익을 정당화한다.
플랫폼은 개방 정도와 운영자의 개입 수준에 따라 (1)광장 플랫폼, (2)시장 플랫폼, (3)인프라 플랫폼으로 구분할 수 있다. 광장 플랫폼은 가장 개방된 형태로 주로 지식이나 커뮤니케이션과 같은 디지털 콘텐츠를 유통한다. 사람간의 관계를 이어주는 플랫폼으로 만남 자체에 금전이 오가지 않기에 광고와 같은 다른 수익 모델을 찾게 된다. 시장 플랫폼은 전형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거래에 따른 수수료를 받지만, 플랫폼 간의 경쟁이 심화되며 수수료를 정당화할 수 있는 추가 가치를 제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인프라 플랫폼은 환경을 제공하며 그에 따른 대가를 받는데 IT나 물류 환경이 주를 이룬다.
광장 플랫폼은 가장 자유로운 시장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가, 즉 개방을 통한 규모 확보와 공정한 운영 원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여태까지는 운영자의 역할은 최소화하며 의사소통 기능을 극대화해왔으나 가짜 지식, 뉴스, 콘텐츠 등이 문제가 되며 운영자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또한 선점을 통한 시장 독점이 성장의 핵심이며 네트워크 효과가 강력하게 나타나기에 독점 이슈가 많고 당국의 규제를 많이 받는다.
시장 플랫폼은 재화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축과 이를 소비하는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급자와 소비자가 명확하게 구분되며 거래를 원하는 주체들이 참여한다. 금전적 거래를 동반하기에 신뢰가 매우 중요하며, 플랫폼이 통제와 간섭을 통해 신뢰를 준다. 아마존과 쿠팡은 배송과 고객서비스(CS)를 제공하며 신뢰 정도를 높이고, 알리바바는 고객에게 대출 서비스까지 지원해주고 있다.
인프라 플랫폼은 초기 투자 비용과 진입장벽이 높으며, 시장이 구체적이다. 구글과 애플은 모바일 환경에서 다양한 컴퓨팅 기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OS를 제공하고 있다. 클라우드 플랫폼은 IT 환경을 제공하며 개발자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을, 소비자들에게는 필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인프라를 사용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