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듣기 좋은 말은 아닌데..
결혼해서 5년이 지나도
아마 10년째까지 아슬아슬했지만
보통 둘이 꼭 손잡고 붙어 다니다가
서로 이혼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여하튼 상상은 자유니까,,
그땐 진짜 어떤 느낌이었냐면,
하늘에서 혹은 미래에서
그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나타나
훗날 나에게 있을 안 좋은 일 때문에 막아준다고
그와 헤어지게 해주는 내용의 결말
더 극적인 상상은
곧 전쟁이 나서 내 남편이 전쟁터에 나가게 되니까
그 슬픔을 이겨내기 힘들까 봐
미리 이혼이란 제도로 헤어지게 만든다,,
뭐 말도 안 되지만
요지는
진정 그는 나를 사랑했다?!
푸훗!
이건 내 맘대로의 영화 같은 상상이다.
그런 생각이 그때 들었던 건
사실 둘이 크게 싸워본 적 없이
이혼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갑자기 확 나빠진 경우였다.
그는 잊고 기억 못 하고 있겠지만.. 쩝..
연애 땐~
“네가 길을 건너는데 건너편에서 차가 온다면 내가 달려들어 널 구하고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라는 말도 했다.
그가 내게 이 말했을 건넸을 때, 난 진심으로 귀담아 들었더랬다. 그 말을 어디서 언제 들었는지도 난 분명 기억한다. 지금은 사라진 일도지구 서점 가는 그 골목길… 저녁에..
그리고 차를 타고 내릴 땐,
날 공주처럼 모신다고
항상 문을 열고 닫아준다고 했더랬다.
얼마간 해준 것도 같은데..
그러다가 어느 날 차 문을 안 열어줘서
“왜, 문을 열어준다면서~!”
그러기도 했다.
가만히 앉아 기다리며.. 훗
그 뒤로 출산을 하면서는 뭐
내가 급해 문을 벅벅 열고 내렸던 것 같고..
이혼하기 몇 년 전쯤, 그는 내게 서울 불꽃축제를 꼭 한번 같이 가보고 싶다 했었다. 난 그때… 이것저것 걱정되는 게 많아 마음은 있어도 ‘그러자’라고 하지 못했고…. 이제야~ 코로나 상황이 끝난 이후여야 난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가 되었다. 아이와 같이 가든, 다른 누군가와 같이 가게 되든 버킷리스트에 담아두게 되었다. 왜 그 타이밍은 안 맞았는지, 난 현실적으로 당시엔 체력이 안 되었고 더하기 돈 걱정을 했다. 알뜰살뜰 모은 뒤에 아이가 좀 더 크면 같이 한 곳씩 가보기도 하고 하나씩 같이 해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다시 그 시점….
그가 나 대신 죽어줄 수도 있다는 그 비슷한 말을 듣게 되었을 때, 난 순간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듣고만 있었다. 갑작스럽게 준비 없이 튀어나온 그의 말이었기에 … 그랬다고 느껴졌기에.. 진심으로 와닿았고.. 난 잠시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순간이 마음속으로
이 사람과 결혼해도 되겠다고..
그가 그렇게 ‘훅’하고 들어왔던,
내 마음이 흔들렸던,
그를 굳게 믿게 되었던,
그 순간이 바로 그때였다.
그러면서 연애하고 결혼하고
꽤나 서로를 많이 배려했던 것 같은데
10년이 지나면서 권태기가 왔는지,
오해도 생기고, 시댁 집안일까지 머리 아픈 데다가
그의 잦은 출장에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역시 현실은 교과서대로가 아님을 뼈저리게 느꼈다. 돌아보니, 간통죄 폐지 후 1~2년 만의 일이다.
이혼하고서 알콩달콩 사는 언니 동생 가족들을 볼 때면 그리고 가족사진 찍을 때 내 남편만 없는 것을 볼 때 가장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번 가을이 터닝포인트인지,
혼자인 게 그다지 외롭지도 않고
서서히 혼자 해보고픈 일들도 생겨나고
외롭다고 누군가에게 먼저 기대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누군가,
- 나이 들면 점점 다 귀찮아져.
- 좀 더 나이 들면 혼자가 편할 걸!
이왕 이렇게 된 거
외롭지 않으려면
좋은 사람 있음 재혼을 해?!
했던 때도 있었지만
아이 한 명 더 낳겠다는 생각만 있었다면
언니가 소개해주는
아주 괜찮은 사람과 재혼할 기회도 있었지만
나만의 기준과 잣대로
난 내 아이가 다시 상처받지 않을
최선의 길을 택했다.
그러다 몇 년이 지났고
최근 특히 작년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었고
우연하게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었는데
이건 아마도…
내가 너무 심심하게 사니까
중간에 좀 재밌어보라고
하늘에서 아님 미래에서 기회를 주다 만 것으로~
그 과정이 있어서였는지
지금은 혼자가 무척이나 편하고 좋다.
그림을 다시 그리고
악기를 다시 배우고
드라마 닥터 차정숙처럼
결혼하면서 못 이어갔던
대학원도 미무리 하고 있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학교에서 더 편히 내 마음껏 일하고 있고
혼자여도 외롭지 않다는 게
출산율이 너무도 저조한 우리나라 실정에
역시나 너무도 좋지 않은 말인 걸 알면서도
난 이제 마흔 중반을 넘기고 있으니,
내가 하는 말, 내게 만은 예외적으로
넉넉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토닥토닥 이해해 주고 다독여주기를~
이제야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가을바람이 분다.
딱~~
좋다!
날씨도, 내 마음도
혼자여도 외롭지 않다는 게
혼자여도 외롭지 않기를 바라는 것처럼
주문을 걸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혼자 있는 이 시간을
내게 주어진 만큼 즐겨볼까 한다!
오늘도 <브라보! 마이 라이프!>
지난 추석에 함덕해수욕장 - 물이 금세 빠졌다!
새로운 바닷물이 다시 들어와 또 채워주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