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추석

새로운 시작

by 나도 작가

제주의 날은 참 좋았다.

보름달이 밝고 높게 온전히 하늘에서 나를 비춰준 날이었다.


그러고 보면 끝자리 5는 나에게 큰 의미 있는 숫자다.

3이 나를 따라다니는 숫자라면 5는 내게 큰 일깨움을 주는 그런 숫자다.


스물다섯 해가 그랬고,

올해 2025년 추석이 그런 것 같다.


딸아이를 여덟 살 때부터 혼자 키워서,

이제 그 아이가 열일곱 해가 되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는데, 아이를 키우기 위해 난 온 힘을 다했고 직장일과 병행하며 아등바등 그 자리 역할에서 최선을 다하며 회식 한번 제대로 마음 놓고 가지 못하면서, 이 자리에까지 나름 내 능력을 인정받으며 자리를 지켜왔다.


마음처럼 되는 날도 많았고,

마음처럼 되지 않는 날도 많았다.


한부모 가족들의 어려움이 또 무엇인지 더 뼈저리게 이해 가능하게 되었다.


오늘 추석에 온 친척 가족들이 모여 담소를 나눴다. 모든 완성체 가족들 중 나만 아이와 나 단출한 가족이었는데, 문득 아이의 대화에서 그동안 공허했던 빈자리에 대한 부정적 결핍이 눈에 띄게 느껴졌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조언이 아이의 인성을 다듬고 결핍을 채우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 집에서 사실 내가 가장 현명하고 똑똑하다. 언니네, 동생네 사안이 생겼을 때 내가 지혜롭게 해결해 주거나 조언해 주는 편이다. 나와 아이의 사소한 대화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이 때는 내 나름의 해결이 가끔은 잘 통하지 않는다. 이게 한부모 가정의 어려운 점이다. 이미 엄마 아빠에 대한 감정이 무조건 긍정은 아니기에, 아무리 좋은 말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더 있다. 사춘기 때 정서적 독립 준비 단계로 자신의 억지 주장도 옳다고 할 때가 많은 게 사실이지만, 더더욱 자기 고집을 내세울 때 엄마 혼자 다독이고 조언하고 방향을 이끌어주는 데 벅찰 때가 몇 번 있다. 물론 딸아이는 지금 이 정도만으로도 훌륭하게 커왔고 잘 커주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오늘 현실이지만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이야기를 내가 솔직하게 하는 바람에 아이는 상처를 받은 것 같았다. 이제 곧 성인이 될 나이이기에 현실을 직시하고 그것에 따른 문제 해결책을 스스로 세워 나가는 것도 난 인생공부라고 생각한다. 엄마이기에 무조건 긍정이 아닌, 때로는 있는 그대로를 직설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믿고 잘잘못을 따져주었는데, 그게 싫었는지 아이는 울었다.


오늘 밤, 아이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꿈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에 대해서,

그리고 현재 상황에 대해서,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 혹은 주변 환경 탓을 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을 전했다.


밤 9~10시 사이 지난 시간 오해로 오갔던 말을 풀어냈는데, 엄마로서 보기에 아이가 아직 어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누가 봐도 화낼만한 일 아님,

그다지 화를 내지도,

그다지 간섭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라,

내가 10년 전 이 사람과는 정말 대화 자체가 안 통하는구나, 그래서 어느 하나 좋은 점이 전혀 없어 이혼을 결심했던 것인데..


그때의 상황을 아는 친구는

잘 참았다며 지금의 나를 보고 초인이라고,

득도를 했다고 웃던데..


그래도 아이와는 적어도 60퍼센트는 대화가 통한다고 느껴지니, 오늘 보름달이 왠지 모르게 그나마 따뜻하게 느껴진다.


이제 가장 큰 산 하나 넘는 일이 남았다.

밤늦게 하교하는 아이와 대화할 시간도 없는 요즘,

출퇴근 길에 아직도 아등바등 등하교 시간을 함께 오가는데, 참 많은 일이 있었구나, 참 많이 애썼구나, 애쓰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남은 짧은 시간,

나 역시도 후회 없도록

내 업에 충실히 하고, 내 삶도 이제는 챙겨야 할 때가 옴을 느꼈다. 내 삶의 목표를 이젠 밖에서도 실현할 수 있는 날이 서서히 다가오는 것 같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께 비나이다."

오늘 나는 돌탑을 도는 느낌으로 마당을 돌며 이제 내 소원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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