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ver 설렘

여행

by 나도 작가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여행에는 경제적인 여유와 시간적 여유 모두를 필요로 한다.


첫 여행지는 베트남 하노이었다. 마지막 여행지는 미국 뉴욕과 캐나다 퀘벡, 다녀온 그 해 겨울 코로나가 터졌다. 이제 막 13시간의 비행 시간이 익숙해지려는데 그 여행길이 마지막이 되었다. 가서도 "우리 이제, 다시 못 올 사람처럼 한번에 다 보려 하지 말고 편안하게 다녀오자. 또 오면 되지..." 이렇게 말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꼼짝달싹 못하게 될 줄은 몰랐다.


"사람 사는 곳은 결국 다 같은 곳일까?"

"설마~?"

여행의 시작 전 내 안의 첫 질문이었다.


이곳의 사과가 지구 반대편에 있는 곳의 사과랑 모양이 같지 않은 것을 보면, 같은 곳일 수는 없었다. 그 새로운 것을 보는 것이 여행의 설렘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름을 알아가는 과정, 다름을 이해하는 과정, 그 여정이 무척이나 설레고 놀랍고 신기하고 재밌고 그랬다. 그래서 은행에 모아뒀던 돈을 탈탈 다 찾아다가 여행을 다니기도 했었다.


지금은 코로나 상황으로 더 더 먼 곳으로 못 가고 있지만, 요즘은 일상을 여행처럼 즐기려고 한다. 집 앞에 핀 이름 모를 들꽃을 알아가는 과정도 일상의 여행이 되었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을 정리 정돈하는 시간도 많아졌는데 집구석 구석에서 잊고 있던 새로운 물건을 찾으면서 추억여행도 하고 있다. 동네 산책을 하며 차를 타고 다닐 때와는 달리 걸으면서 몰랐던 좁은 골목 길들도 알게 되었고 그동안 그냥 지나쳤던 동네 이웃분들에게도 인사하며 알아가는 동네 여행도 하게 되었다.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 천천히 준비해서 '핀란드'로 떠나보고 싶다. 지금 때가 무더운 여름이라 더 북유럽 쪽이 떠오르는지 모르겠지만, 유유자적한 산책, 그리고 산타마을, 오로라를 상상해본다.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진다.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눈요기했던 그때가 그리운 게 사실이지만, 사람 사는 곳이 거기만 있는 게 아니니까 지금은 내 주변 가까운 곳을 먼저 여행하는 마음으로 다니다가 다른 적당한 때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젊어서는 먼 곳으로, 나이 들어서는 가까운 곳으로'라는 말을 들었었는데 지금은 안전하고 건강한 것이 우선이니까 내 주변에서 충분히 행복하게 조용한 곳으로 다녀올 수 있는 여행을 꿈꿔본다. 그리고 어디를 다녀오든 결국 내 따뜻한 보금자리 집이 최고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여행이 일주일까지는 '벌써 일주일이야? 아직도 새로운 것 가득인데...' 하다가 딱 열흘이 넘어가면 슬슬 집이 생각나는 것 보면 말이다.


당분간은 내 안으로의 여행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내 기분을 체크하고 내 바디 컨디션을 체크하고 내 생활패턴을 알아가는 과정은 훗날 새로운 여행지에서 감흥을 보다 나답게 표현하는 데 큰 디딤돌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여행하는 기분으로 내 일에 전념하고 있다 보면 또 새로운 계절이 다가오듯 새롭게 세상을 구경할 날이 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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