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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비 Dec 21. 2021

소 잃고 뇌 약간 고치기

소 말고 사람 잃는 세상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부터 얼마 되지 않는 시간 전까지 소는 한 집의 농기구, 생필품, 음식, 대학 등록금이었다. 지금 사회에서 소는 단지 고기일 뿐이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자고 ‘소를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어본다면, 오늘 저녁 반찬이 소고기로 어떤가 물어보는 건지 혹은 그냥 머리가 돌아간 거로 생각할 것이다. 왠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란 속담은 고리타분한 느낌이 든다. 따라서 나는 좀 더 웃기게 바꿔볼까 한다. 소 잃고 뇌 약간 고치기!     




 지금 사회에서 예전의 '소'만큼 중요한 것이 뭘까? 크게 보면 한 사람의 인생을 책임질 수도 있는 그런 거 말이다. 바로 '타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말했다. 인간은 다른 인간 없이는 더는 살아갈 수 없다. 며칠간 버티고 금방 죽을 게 분명하다. 다른 동물처럼 생존에 필요한 신체 능력이 발달하지 않았고, 있는 거라곤 커다란 두뇌에 동반된 협동, 공감 등 당장 주린 배를 채우기엔 쓰잘데기 없다. 하지만 같은 인간이 모여있다면 말이 달라진다. 같이 사냥을 나가고, 외부 공격에 나름 대처할 거다. 그렇게 문명이 생기고, 다시 현재의 모습을 되찾을 것이다.     


 지금 사회엔 '소'만큼 중요한 '타인'을 잃는 놈들이 너무 많다. 대한민국 범죄 1위는 사기라고 통계청이 말했다. ‘다른 나라는 살인, 강도가 1위인데 우리가 낫지 않나요?’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우리나라는 CCTV와 치안이 워낙 잘 발달하여 그런 강력범죄는 하루 만에 거의 해결된다. 즉 그거 빼면 사기밖에 안 남는데 그걸로 1위 했단 거다. 이런 대단한 사람들.     


 그리고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언어폭력 문제. 이것도 범죄다. 학교폭력이나 직장 내 폭력 등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계속 뒤바뀐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뒷담화로 어제의 왕따는 내일의 가해자로 둔갑한다. 서로를 겨냥하는 뒷담화 칼날로 언제든지 타인을 잃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사회에서 사람을 잃어버리는 지름길은 뒷담화다.     


 범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흔한 대인관계에서 타인을 잃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예를 들면, 대학교 로망은 조별 과제에서 사라진다. 인류애가 상실되는 무임승차자들.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해주겠지- 라는 안일한 마인드로 타인을 잃는다. 나에게 하소연을 하는 친구는 내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나는 그저 감정 쓰레기통이 되는 거다. 마지막으로 최근 떠오르는 가스 라이팅 문제. 당사자는 고통에 힘겨워하다, 자신의 잘못이 아님을 알고 반발하면 이 방화를 일으킨 자는 발을 쓱 뺀다. 이 사람은 평생 그렇게 타인을 잃어가며 살아갈 테다.     




 이제 뇌를 고쳐야 한다. 앞에 말한 예시 말고도 우린 다양한 방법으로 타인에게 상처를 줘 타인을 잃어왔을 것이다. 혹은 우리가 그 당사자가 되어 상처 받아 왔을 것이다. 우리에게 없어선 안 될 존재인 타인을 그렇게 하나둘씩 적으로 돌린다면, 최상위 포식자라고 장담하던 인간은 슬금슬금 내려와야 할지 모른다. 다들 뇌를 약간씩만 고쳐보자. 전두엽, 후두엽을 갈아 끼우란 것도 아니다. 뇌를 고치는 건, 즉 마음을 고쳐먹는 건 예상외로 머리 긁는 것만큼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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