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부끄럽지만, 과거의 글은 최악이었다. 그때는 그냥 느낌대로 글을 썼다. 옛날부터 표현이 예쁜 문장을 좋아하긴 했다. 그래서 최대한 수려하게 적으려고 노력했다. 결과는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다. 시적 문장을 쓰는 것에 것에 집착해, 정작 중요한 내용이 빈약했다. 즉, "그래서 뭘 말하고 싶은거야"라는 물음이 자동으로 떠오르는 글을 양산했던 것이다.
자고로, 감정에 취해 쓴 글은 독자에게 오히려 감동을 주지 못하는 법이다. 자신의 감정과 거리를 두고, 하고 싶은 말을 놓치지 않는 글이 오히려 독자에게 깊은 감명을 준다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나름의 돌파구를 찾아야 할 필요가 있었고, 1학기 때 처음으로 글 쓰는 방법을 정립했다.
2.
현재의 내가 생각하기에는, 작문법의 핵심은 2가지다. "질문과 답변" 그리고 "목차"를 구상하고, 글쓰기에 임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선택 사항이 아니다. 적어도, 논리적 글쓰기를 위해서는 "무조건" 선행되어야할 조건이다. 2가지를 아래에서 설명하고자 한다.
3.
첫 번째, 질문과 답변이다. 이는 "말하고 싶은 알맹이"를 의미한다. 논리적 글을 쓰는 이유는, 사유의 과정과 알맹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사람은, 절대 깊이있는 글을 쓸 수 없다. 따라서, 글을 쓰기 앞서, 자신이 답하고 싶은 물음은 무엇이며, 나는 이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핵심을 쓰는 과정이 필요하다.
두 번째, 목차다. 실과 구슬로 예쁜 장식품을 만드는 구슬 꿰기를 생각하면 편하다. 먼저 앞서 이야기한 질문과 답변은 꿰고 싶은 구슬들을 정하고 가는 것이다. 그리고 목차는, 구슬들을 꿴다.색깔이 다른 구슬들을 어떻게 배치해야 이쁠지, 데코는 어떻게 꾸밀지, 연결하는 실의 두께는 굵어야할지 얇아야할지, 이 모든 것들을 결정짓는다.
나는 논리적으로 완결된 한 단락의 글은 사람들의 낙서장에 널려있다고 여긴다. 허나, 글에 있는 모든 글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아름다운 글은 많지 않다. 이는 목차를 고민하지 않고, 손이 가는 대로 쓰는 작문을 했기 때문이다.
4.
이것들을 어떻게 행하는가? 구체적인 방법은 이렇다.
먼저, 나는 생긴 질문들을 분류없이 마구잡이로 써내려간다. 질문의 수준을 평가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궁금했던 모든 질문들을 남긴다. 그리고, 글을 쓰지 않고, 각 질문들에 모두 답변한다. 답변의 분량은 유동적이지만, 최대한 응집적으로 1~2문장을 쓰는 것을 선호한다.
답변이 끝났으면, 이제 글을 구성할 차례다. 나는 아래와 같이 나눈다.
(1) 서론: 도입 + 전개
(2) 본론: 질문/답변 대부분
(3) 결론: 요약 + 정리 + 독자에게 질문
서론은 도입과 전개로 이루어져있다. 도입은 첫 문장이다.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 수 있거나, 전체 주제를 포함하는 두괄식 문장을 적으려고 한다. 전개는,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설명을 하는 공간이다. 주제에 대한 배경, 이 글의 논리적 구성 등을 설명한다.
본론은 내가 던졌던 질문들의 답변을 논리적으로 풀어쓰는 공간이다. 서론과 결론이 매끄럽게 이어질 수 있을지, 자꾸 생각하는 버릇이 필요하다.
결론은 내가 던졌던 질문, 내가 내린 답변을 요약하는 공간이다.
이것들을 처음부터 완벽히 자세하게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작문을 하면서, 필연적으로 목차를 수정하게 될 것이다. 처음의 지향점을 잡는다는 느낌으로, 간단하게 논리적 구성을 생각하면 된다.
이때 주의해야할 점은, 처음 던졌던 질문/답변을 전부 넣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정말로 잡탕이 된다. 구성을 짰는데, 필요없는 질문이 없다면 잘못 짠 것이다. 들어가지 않는 질문과 답변은 따로 기록만 해두자. 무조건 넣으면 마이너스다.
5.
이러한 과정들을 나는 dynalist라는 사이트를 이용해 작성한다.
그림 1- 질문 List [인간의 품격]
그림 2 - 목차 구성 [호모 사피엔스, 그 성공의 비밀]
7.
이 글은 기록용이다. 작문을 처음으로 고민하게 된 2020년에 비하여, 크게 한 번 버전이 바뀌었다. 앞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이를 모두 기록하여, 점점 발전시켰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