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제외

by 손일금

아빠에게 연락이 자주 왔다.

단순 나의 소식이 궁금한 것이 아니었다.

열굴을 보고 하지 못할 말을 문자로 대신하는 것이었다.

억지로 외면할라 하면 영락없이 아빠는 한 화면에도 담기질 않을, 마지막 약학 고사 시험을 쳤을 때 받았던 문자보다 더 긴 문자를 보내왔다.

띄어쓰기 대신 온점을 찍은, 누가 봐도 아빠가 보낸 문자를.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전, 급한 부채를 갚기 위해 여기저기 들어 두었던 적금을 깼다. 은행 이자보다 적금 이자가 낮기 때문에

이러나저러나 단순 산수일 뿐인 결론이었지만 결국 적금 하나는 남긴 채 마무리했다.

아빠는 그걸 기억해 냈다. 처음엔 오백만 원이었다. 자신이 자신 있어하는 주식으로 생활비를 벌겠다는 명목이었다.

말은 그럴싸했다. 시드머니가 어느 정도 있으면 단 1%의 이율일지라도 만족스럽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신뢰를 잃은 아빠에게 에둘러, 좋은 말로 거절했다.

그러나 이미 자신의 완벽한 계획에 사로잡힌 아빠에겐 나의 거절은 방해물일 뿐이었다. 그렇게 삼백 원, 백만 원 구차하게 단위를 바꿔가며 문자를 보내왔다.


이제 막 출근해서 인수인계를 받고 있는 딸에게,

친구와 바람을 쐬고 오겠다 여행을 간 딸에게,

이어폰 하나만 들고 운동하러 나간 딸에게,

뭐가 그리 급한지 마음 약한 대부업체처럼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으며 나를 재촉했다.


그렇다.

그저 생활비를 가져다주지 못한 미안함이 아니었다.



아빠에겐

말 못 할 빚이 더 있었던 것이다.


그에겐 생활비가 문제가 아니었다.


더 이상 손 벌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아버지는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고자 했던 것이나,

그것은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는 것도, 해결할 수 도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엄마에게 털어놓았고,

엄마는 엄마의 세상이 무너졌다.


삼십 년간의 신뢰가 무너졌고, 아빠를 이렇게 겁 없는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생각에 자기 자신을 부정했다.


그러나 엄마는 나에게 알리지 않았다.

나는 이러한 상황에서 제외당했다.


궁금했고 걱정되었으나

제외당했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난 그렇게 애써 부모님의 상황을 모른 척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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